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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몸에 인간 장기’ 현실화 성큼…국내 기관 생명윤리위 첫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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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14일 22:20 프린트하기

건국대 연구진은 면역기능이 결핍돼 인간의 장기를 이식해도 아무런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는 ‘인간화된 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건국대 연구진은 면역기능이 결핍돼 인간의 장기를 이식해도 아무런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는 ‘인간화된 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돼지의 몸에서 인간의 장기를 키우는 실험이 국내 기관의 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를 처음 통과했다. 인간의 역분화줄기세포(iPSc,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면역력을 제거한 ‘면역결핍돼지’의 초기배를 결합시킨 뒤 특정 장기를 인간의 세포만으로 키우는 실험으로, 세계적으로도 아직 성공사례가 없는 도전적인 연구로 꼽힌다.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실험이 가능해졌다는 기대와 함께, 윤리성이나 현실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건국대는 김진회 인간화돼지연구센터장이 신청한 ‘인간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면역결핍돼지 배아 내 이식 연구’를 지난 4월 열린 IRB에서 최종 통과시켰다고 14일 밝혔다. 인간의 역분화줄기세포를 면역결핍돼지의 초기배(8세포기~배반포)에 주입한 뒤,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해 돼지 몸에서 인간의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다. 김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일본 연구자가 2018년 생쥐(mouse)와 쥐(rat)의 췌장을 유전자 교정으로 각각 없앤 뒤 서로의 역분화줄기세포를 넣어 상대방의 췌장을 키운 뒤 서로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며 “비슷한 시도를 돼지 배아와 사람의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해 시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돼지를 이용해 장기를 키워 이식 받는 기술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이종간 장기이식’은 돼지의 장기를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 등을 제거한 뒤 직접 사람에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현재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주축이 돼 연구중이다. 돼지에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식한 ‘키메라 장기’가 두 번째다. 키메라는 서로 다른 종의 세포가 뒤섞인 현상을 의미한다.


키메라 연구는 지난해 4월 ‘네이처’가 생명윤리 분야의 대표적 주제로 꼽을 만큼 논란이 있다.  누구의 장기로 봐야 하는지, 장기의 주인은 누구인지 등 정체성의 문제가 대두된다. 특히 그 기관이 뇌가 되면 더욱 민감해진다. 하지만 오늘날 키메라 장기는 실현 가능성이나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생명윤리학자인 류영준 강원대 의대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키메라 장기 연구가 오래 시도돼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키메라 장기 생산 뒤에 남은) 돼지 세포가 결국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켜 장기이식이라는 목적에 사용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연구는 키메라 연구와는 조금 다르다. 돼지의 장기가 만들어지지 않게 유전자를 교정한 뒤 인간의 역분화줄기세포를 넣어 해당 장기를 키우면 100% 인간의 세포에서 유래한 장기가 돼 키메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장기 측면에서 윤리적 논란도 피하고, 면역 거부 반응도 없앨 수 있다는 전략이다. 김 교수는 “아직 유전자 한두 개 교정해서 장기가 생성되지 않는 경우는 비장과 신장, 흉선 등 극소수만 알려져 있다”며 “우선 흉선을 이용해 실험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험에는 김 교수팀이 2014년 자체개발한 면역결핍돼지가 이용된다. 유전자 교정으로 흉선이 제거돼 있어 면역세포가 없다. 인체에서 유래한 역분화줄기세포를 넣어도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기관 하나가 없어(흉선), 이 돼지 배아에 역분화줄기세포를 주입한 뒤 생성된 흉선과 면역세포는 100% 인간의 흉선과 면역세포가 된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장기를 돼지에서 키우는 ‘사례’도 입증할 수 있다. 

 

건국대 연구팀은 면역결핍돼지와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해 인간면역체계를 가진 돼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실험이 최근 IRB 심사에 통과했다. 사진제공 건국대
건국대 연구팀은 면역결핍돼지와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해 인간면역체계를 가진 돼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실험이 최근 IRB 심사에 통과했다. 사진제공 건국대

IRB를 통과해 실제로 실험이 이뤄지게 됐지만, 여러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장기의 키메라성은 극복했지만, 이 장기를 지닌 돼지는 키메라다. 돼지의 정체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이렇게 키운 장기가 장기이식에 정말 이용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문제다. 류 교수는 “이번 실험으로 인간형 장기 자체의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것은 괜찮겠지만, 의료용 이식장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100% 인간형 장기라고 했지만, 일부 돼지 세포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인체의 면역 거부 반응이 염려된다. 김 교수는 “장기 내 세포를 개별적으로 게놈 해독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해 있어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며 “(민감한 주제인) 이식용 장기 생산 만이 아니라, 혈소판이나 항체 생산, 위급한 질환의 백신 개발 등에 인간형 장기를 쓰는 것도 가능해, 연구 가치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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