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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고학 산책]유물 나이를 알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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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고학 산책]유물 나이를 알아내기

2019.05.18 06:00
미국 캘리포니아 동부에 사는 ‘브리슬콘 소나무’는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로, 4850살 먹은 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나무의 나이테로 몇 천 년 전의 기후를 알 수 있어 고고학 연구에 도움이 된다. 위키피디아/Rick Goldwaser
미국 캘리포니아 동부에 사는 ‘브리슬콘 소나무’는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로, 4850살 먹은 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나무의 나이테로 몇 천 년 전의 기후를 알 수 있어 고고학 연구에 도움이 된다. 위키피디아/Rick Goldwaser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에는 백제 시대의 절인 왕흥사 절터가 남아있습니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건물의 주춧돌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흔적만 남은 유적과 유물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파악하는 일은 고고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고고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왕흥사지 유적의 경우에는 쉽게 풀렸습니다. 2007년 왕흥사지의 목탑이 있던 자리를 발굴하던 고고학자들이 청동으로 만들어진 사리기를 발견한 것입니다. 표면에 새겨진 한자를 해석하니 ‘정유년(577년) 2월 15일 백제왕 창이 죽은 왕자를 위하여 절을 세웠다’라는 내용입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기록으로 왕흥사가 577년 백제의 창왕이 죽은 왕자를 위해 지은 절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백제 시대 절 왕흥사지(충남 부여)에서 청동 사리기가 발견됐다. 사리함 표면에 적힌 한자를 해석해 왕흥사가 지어진 연도를 알게 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백제 시대 절 왕흥사지(충남 부여)에서 청동 사리기가 발견됐다. 사리함 표면에 적힌 한자를 해석해 왕흥사가 지어진 연도를 알게 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처럼 모든 유물에 만들어진 연대가 적혀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행운은 아주 드뭅니다. 보통 고고학자들은 여러 방법을 써서 유물의 연대를 알아냅니다. 예를 들어 고고학자들은 나무의 나이테로 유물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나이테는 나무를 자르면 나타나는 동심원 모양의 둥근 고리입니다. 여름에는 나무의 생장조직에서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나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조직은 색이 연하고 두껍습니다. 반면 천천히 자라는 겨울에는 조직의 색이 짙습니다. 이렇게 옅은 색과 짙은 색의 조직이 1년에 하나씩 생기면서 나이테가 만들어집니다. 같은 지역에서 자라는 같은 종의 나무들의 나이테 기록을 모아서 나무로 만들어진 유물이나 유적에서 출토된 나무의 나이테와 비교하면, 유물의 연대를 추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대 측정의 핵심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인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나이테로 연대를 측정하는 과학자들. Laboratory of Tree-Ring Research, The University of Arizona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인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나이테로 연대를 측정하는 과학자들. Laboratory of Tree-Ring Research, The University of Arizona

유물의 연대를 알아내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 있습니다. 지난 1949년 미국 시카고대의 화학과 교수이던 윌라드 리비가 개발했습니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6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에는 질량이 살짝 다른 두 종류의 탄소, 12C와 14C가 이산화탄소(CO2) 분자에 들어있습니다. 매우 안정적인 12C와는 달리, 14C는 질소(N)가 우주에서 쏟아지는 입자와 방사선을 맞고 만들어진 불안정한 방사성원소입니다. 일정한 비율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고 다시 질소가 되어버립니다. 대기 중에는 14C가 새로 만들어지는 양과 붕괴하고 질소로 돌아가는 양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14C의 양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과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에서도 일정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생물이 죽고 땅에 파묻히면, 14C의 흡수가 중단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물의 조직 속에 들어있는 14C는 질소로 붕괴되면서 더 줄어듭니다. 이 줄어든 비율을 측정하면 그 생물이 죽은 시점을 계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개발된 이후로 고고학자들은 고고학 유적에서 발견되는 숯, 나무, 씨앗이나 동물의 뼈에 연대 측정을 시도해 유적의 연대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모든 유물의 연대를 쉽게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우선,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연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14C의 반감기는 5730년정도로 짧아 5만 년이 넘는 유물에서는 방사성탄소가 거의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는 대략 400년 전부터 5만 년 전 사이의 유물이나 유적의 연대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400년 이내 연대를 측정하기 힘든 이유는 인간이 화석 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대기 중 14C의 농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일정하다고 생각한 방사성탄소의 농도가 변한다면 연대측정법을 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포함해 나이테 연대측정법 등 다양한 연대측정법을 동시에 사용하여 정확한 연대를 알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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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은별(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시흥 오이도 유적, 구리 아차산 4보루 유적, 연천 무등리 유적 등 중부 지역의 고고학 유적 발굴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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