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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사이언스]탈원전 비판하려는 황 대표는 왜 하필 핵융합연에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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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사이언스]탈원전 비판하려는 황 대표는 왜 하필 핵융합연에 갔을까

2019.05.15 18:2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가스도 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에너지는 원전밖에 없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민생투쟁 대장정에 오른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 유성 국가핵융합연구소를 방문해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둘러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줄곧 비판해왔다. 그간 보여준 제1야당의 기조로 미뤄 짐작해 볼 때 황 대표의 이날 발언은 별로 새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이날 연합뉴스도 황 대표의 이번 핵융합연구소 방문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태양광 발전과 같은 대체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런데 황 대표 발언보다는 그런 말을 꺼낸 장소가 핵융합연구소라는 점이 더 눈길을 끈다.  핵융합은 수소 원자들이 합쳐지는 현상인데 이 과정에서 향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핵을 다룬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원자력 발전은 핵이 분열되는 현상을, 핵융합 발전은 핵이 합쳐지는 현상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핵융합은 방사성폐기물이 일부 발생하지만 사용후핵연료가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과 차별화한 깨끗한 에너지로 주목을 받는다.

 

사실 핵융합 연구는 오랫동안 대동강물을 팔아치운 김삿갓에 비유되기도 했다. 2040~2050년경 실현을 목표로 하다 보니 '연구를 빙자한 사기극'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다. 특히 국내 에너지 연구의 주류인 원자력계의 냉소적 시각과 견제도 견뎌내야 했다.   

그런 점에서 황 대표의 이번 핵융합연구소 발언은 좀 생뚱맞다. 만일 이 보도대로 황 대표가 탈원전 정책을 꼬집어 비판하려던 의도였다면 원자력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과학자들을 찾아가 애먼 이야기를 한 셈이다. 또 이른바 '좌파 정권이 탈원전을 고집하면서 태양광 발전만 밀어준다'며 핵융합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실패한 전략 같다. 문재인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과 더불어 핵융합 연구에 오히려 더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과학계 반응도 재밌다. 한마디로 '왜 하필 거기에 갔냐, 하필 왜 우리냐'는 반응이다. '바로 코 앞에 원자력 발전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놔두고 핵융합연구소를 간 것을 두고 '혹시 핵융합을 핵발전(원자력 발전)과 착각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차별화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원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핵융합연구소를 택한 게 탁월한 선택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도 핵융합과 핵분열은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과학기술 분야 수장이 두 개념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구설에 오른 일까지 있었던 터라 궁금함을 더 자아냈다.  


황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에도 과학계의 큰 행사에서 중대한 착각으로 입방아에 오른 일이 있다. 2016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50주년 행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 대표로 참석한 그는 그간 연구 업적을 치하하면서 “카이스트”라고 계속해서 발음해 KIST 연구원은 물론 과학계 관계자들의 빈축을 샀다. KIST는 사실 키스트로 발음하는데 대전 유성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뜻하는 카이스트로 계속 언급한 것이다. 사실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착각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 대표가 해외에서도 손꼽는 국내 연구소의 50주년 축사에서 범한 결례여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게다가 앞서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축사에서 카이스트로 수 차례 발음한 뒤에 일이난 일이어서 과학계 기념행사에선 보기 드문 '발음 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이런 지적에 대해 총리실은 “총리가 발음을 착각하셨다”고 해명을 내놨지만 김씨네 생일잔치에서 박씨 생일을 축하한 격이라는 풍자 섞인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평소 과학 발전에 관심이 없다 선거 때만 과학 정책에 관심을 보이는 정치인들이 그나마 이렇게라도 지지율 좀 높여보겠다는 심산으로 과학자들을 찾아 소통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일이다. 게다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 미래 한국 사회의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는 연구소를 찾은 것은 높이 살만하다. 

 

보수 지지자들 말고도 이번 정부의 과학 정책의 실정으로 실망한 이들은 정말 황 대표가 국가의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미래 에너지 정책을 위해 이번 방문을 추진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설마 핵융합연구소를 원자력 발전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착각하고 방문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굳이 장소의 적절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유력 대권 주자가 향후 에너지 문제의 여러가지 해결책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소에서 또 다시 에너지 정책에 선긋기를 통해 갈등의 씨앗을 뿌린 게 아닌지 한편에선 우려도 된다. 이번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선긋기를 하다 진영논리의 프레임에 갇히고 다시 '탈원전과 원전수출'이라는 모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제1 야당 대표의 이번 핵융합연구소 방문으로 핵융합 연구는 아주 큰 '보험'을 든 셈이 됐다. 살아있는 권력과 이를 노리는 권력의 관심을 모두 받게 되면서 과학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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