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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개인정보보호법 1년 “대기업 배불리고 바이오 연구자 숙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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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개인정보보호법 1년 “대기업 배불리고 바이오 연구자 숙원 풀었다”

2019.05.16 16:31
 

이달 25일 유럽연합(EU)의 새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 1주년을 맞는다. GDPR은 잊힐 권리 등 개인정보를 지닌 정보주체의 권리는 강화하고 고지, 동의 조건을 강화하는 등 기업이 갖는 책임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여러 홈페이지에서 쿠키 정보 사용 여부에 대한 동의를 묻는 것도 GDPR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다. 권고 성격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새 보호법은 EU국가에서 강한 구속력을 갖고 있다.  EU 국가 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EU 역외 기업에도 적용돼 EU를 시장으로 하는 국내 기업도 피할 수 없다. 


시행 1년을 되돌아보면, 기업 가운데에서는 법의 시행 취지와 달리 대기업으로의 쏠림이 오히려 심해졌다는 평이 많다. 최광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정책단장은 “애초 중소기업 등 다양한 사업자를 위한 법이었지만,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며 “광고주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충분한 자원과 인력 등 대응 능력이 있는 대기업 선호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에 유입된 유럽 광고주의 마케팅 자금이 GDPR 발효 전 50% 수준에서 발효 직후 95%까지 증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GDPR이 권고 수준의 법이 아니라 강력한 강제력과 처벌력을 갖기 때문이다. 최 단장은 “굉장히 고의적으로 장기간 위반을 하며 비협조적이었을 경우에는 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사안에 따라 기업은 100억~200억 대 이상의 과징금을 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역시 이달 1일 발행한 보고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산업적 파급효과와 혁신기술 이슈 분석’에서 “거대 IT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없고 오히려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며 “상당한 인적, 시간적, 금전적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GDPR 준수 역량이 B2B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STEPI는 이런 경향이 결국 앞으로 GDPR 준수를 위한 암호화, 데이터관리 및 확인, 위험탐지 등의 산업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선택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주로 기업이 대상인 만큼, 과학기술계가 받는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유전체(게놈) 정보를 다루는 바이오 분야의 경우 오히려 개인정보 여부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EU가 제시해 학계의 숙원을 일부 풀었다는 평이 나온다.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는 “발효와 함께 유럽연합이 ‘식별이 안되게 처리한 유전체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다’라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줬다”며 “영국이 10만 명의 유전체 정보를 모으고 의학에 활용하는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게 된 데에는 이런 상황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유전체 정보를 개인정보로 보고 제약을 많이 가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이 GDPR보다 더 풀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정보통신기술(ICT) 및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은 GDPR의 원칙과 상충되는 면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빅데이터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점에는 사용 방법과 패턴이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데이터 수집 시 활용 목적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GDPR의 ‘목적제한 원칙’과 상충한다. 데이터 최소화를 강조하는 GDPR의 원칙 역시 가능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빅데이터의 ‘태생’과 어긋난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주목 받던 블록체인 역시 데이터를 정보주체가 정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정권’과 상충되는 기술이다. STEPI는 보고서에서 “빅데이터 및 AI 산업의 강점을 저해하지 않으며 정보주체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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