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신임 총장(66)은 17일 “신성철 KAIST 총장의 DGIST 재직 시절 불거진 연구비 부당 송금과 제자 지원 의혹에 대한 과기정통부 감사와 검찰 조사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 총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장 취임 전에 벌어진 일이라서 객관적인 사실과 전말을 잘 알지 못한다”며 “DGIST 신임 총장으로서 DGIST를 위해서는 신성철 총장 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 총장은 지난 4월 1일 제4대 DGIST 총장에 취임했다.
DGIST는 지난해 7월부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수차례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다. 과기정통부 감사 결과 손상혁 전 총장이 직권을 남용해 펠로(Fellow) 재임용 부당 지시와 부패신고자 권익 침해, 연구비 부당집행 등 비위를 행한 것으로 나타났고 손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21일 사의를 표했다.
DGIST는 신성철 KAIST 총장이 DGIST 재직 당시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연구비를 부당하게 송금하고 현지 제자를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과기정통부의 감사를 받았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과기정통부와 검찰은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 총장은 “신성철 총장 건과 관련해 과기정통부로부터 관여된 DGIST 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있다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며 “그런 조치를 통보받지 않아서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 총장은 지난해 DGIST를 둘러싼 내홍이 시스템의 문제에 따른 개인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4월 초 취임한 뒤 1개월 넘게 살펴보니 투서와 진정서 등 개인간의 불화가 1차적인 문제였고 이 문제를 유발한 게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교수와 연구자간 이익의 충돌과 예산 분배의 형평성 문제 등이 국 총장이 파악한 시스템 문제다.
국 총장은 당분간 DGIST를 둘러싼 잡음과 내부 문제 등을 해결하고 내실을 기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그런 뒤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해 바이오와 전자통신 소프트웨어, 에너지, 로봇, 신물질 등 DGIST의 강점을 키우고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미 DGIST의 교수진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인력이 보강되면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파운드리 사업을 대학에서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 총장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 넘게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런 만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을 비교할 수 있다. 그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재직 때는 매년 70~80명의 국내 최고 연구자들만 선별해 지원할 수 있었는데 삼성이 이사장에게 거의 전권을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정부 R&D는 세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나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R&D도 효율성을 갖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 총장은 “연구의 효율성은 연구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해되는 것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기관 내에서 저해되는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최대한 줄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DGIST의 비전에 대해 국 총장은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학(UC샌디에이고)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UC샌디에이고는 세계적인 바이오연구소인 솔크연구소와 세계적인 전자통신 기업인 퀄컴이 떠받치고 있다”며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 모델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