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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초 첫 제기된 게임중독, 만장일치 질병 인정까지' 과학적 논쟁 아직 진행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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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26일 12:12 프린트하기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중독이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022년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중독을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중독이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022년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중독을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8일 총회 폐막식에서 보고 절차만 거치면 된다. 


ICD는 1990년 이후 30년 만에 개정됐으며 한국을 비롯한 WHO 회원국 194개국에서 2022년부터 적용된다. 게임이용장애, 일명 게임중독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고 '6C51'이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됐다.  각국 보건당국은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는 한편,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WHO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행위를 질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의식해 게임중독 판정 기준을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WHO 권고에 따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관계부처와 전문가,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만큼, 앞으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게임학회와 게임협회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25일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지정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데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먼저 중독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뇌에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분비하는지, 신경회로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게임으로 인해 일상 생활을 못하거나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문제가 늘고 있다는 주장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부딪힌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되면 부정적 인식과 규제가 확대돼 게임산업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1980년대부터 '게임중독' 논란

 

1999년 12월 동아일보에 실린 게임 중독 관련 기사. 이미 1980년대부터 사회에서는 게임중독 현상을 우려해왔다. 동아일보 제공
1999년 12월 동아일보에 실린 게임중독 관련 기사. 이미 1980년대부터 국내외에서는 게임중독 현상을 우려해왔다. 동아일보 제공

게임중독 논란은 1981년 영국에서 처음 제기됐다. 1978년 등장한 아케이드게임인 '스페이스인베이더'가 중독을 일으켜 일탈을 초래한다며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당시 부결되긴 했지만 게임중독을 규제해야 한다는 첫 목소리였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비디오게임에 대한 중독성 논란이 제기됐고, 1990년대 후반 컴퓨터가 보급되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학계는 뇌가 예상치 못한 보상을 얻었을 때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반복적으로 자극에 노출돼 더 큰 자극을 찾게 될 때 게임이나 도박 등에 중독된다고 보고 있다. 2007년 마크 그리피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7069명의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상이나 단서에 대한 과도하고 충동적인 반응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약 11.9%(840명)가 도박 중독에서 나타나는 신경생리학적 반응과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연구결과가 잇따르자 WHO는 지난해 8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 초안에서 게임중독을 도박 중독과 같은 문제로 분류했다.

 
게임 시간 관리 등 자기제어 필요

중국과학원과 상하이 자오퉁대 소아정신의학과 공동 연구팀이 게임 중독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뇌를 비교한 연구 결과, 게임 중독일 경우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영역(백질)의 발달과 기능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정신질환 없이 오로지 게임 중독만으로 뇌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플로스원 제공
중국과학원과 상하이 자오퉁대 소아정신의학과 공동 연구팀이 게임중독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뇌를 비교한 연구 결과, 게임중독일 경우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영역(백질)의 발달과 기능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정신질환 없이 오로지 게임중독만으로 뇌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플로스원 제공

게임중독을 질병이라고 하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리차드 우드 호주 시드니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2007년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4건의 연구결과를 분석한 결과 게임에 중독된 것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시간관리 능력 부족에 가깝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게임중독이 병이든, 병이 아니든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질병으로 공식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게임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김붕년 서울대어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게임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이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게임중독인 그룹(128명)과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까지 받은 그룹(127)명을 3년간 추적연구한 결과 ADHD 환자가 훨씬 만성적으로 게임에 중독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장하는 연구들도 많다. 2014년 다프네 바벨리어 스위스 제네바대 인지신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액션이 가미된 게임이 주의력의 방향을 조절하는 대뇌피질, 주의력을 유지하는 전두엽, 갈등 해결을 맡고 있는 전측대상회에 자극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2016년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팀도 게임 시간이 길수록 아이들의 정신건강 및 인지·사회적 능력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도 게임중독을 알코올이나 약물처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영철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중독 원인 중 알코올과 약물은 건강에 유해하지만, 게임은 잘만 활용하면 인지 능력이나 학습 능력이 발달하고 대인관계를 넓히는 등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스웨덴 스톡홀름대, 호주 시드니대의 교수 26명도 2017년 WHO에 공식 서한을 보내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결론을 내린 연구의 질이 낮고 연구자들 사이에도 일치된 입장이 없다”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또 우울증이나 ADHD, 불안장애 같은 동반 질환이 없다면 ‘자기 욕구를 스스로 제어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중독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환자는 술이나 약을 끊는 방향으로 치료하지만, 게임중독인 사람은 자기 조절을 통해 게임에 대한 욕구와 시간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공식화한 것을 계기로 게임중독을 예방하거나 진단,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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