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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감염병 감시기술로 '제2 메르스 사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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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감염병 감시기술로 '제2 메르스 사태' 막는다

2019.06.21 12:00
남윤중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은 대학과 연구기관, 병원 등 여러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신종 또는 변종 바이러스와 슈퍼박테리아, 바이오 독소 등을 모니터링하고 조기검출, 진단할 수 있는 헬스가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사망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가장 많은 사망원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뇌출혈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알츠하이머 치매, 암 순이다.

 

하지만 이런 만성 질환보다는 2003년 세계적으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2009년 범유행한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국내에도 유입된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2016년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한 지카바이러스 감염 등 감염병이 최근 훨씬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병명이 생소한 만큼 원인이나 치료방법을 알지 못하거나, 전파율이 높은 탓이다.

 

병원체가 전파되는 일을 막거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으려면 이 전염병들이 어떻게 사람을 감염시키는지, 공기 또는 주변 사물에 병원체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전파 초기에 파악해 대응할수록 병원체 확산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가 재난형 질병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9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는 글로벌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이 출범했다. 연구단은 대학과 연구기관, 병원 등 여러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신종 또는 변종 바이러스와 슈퍼박테리아, 바이오 독소를 모니터링하고 조기검출, 진단할 수 있는 헬스가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헬스가드란 바이오 유해물질을 포집해 존재를 확인하는 신호까지 전송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국가 재난형 전염병 막으려면 조기 검출 필요 

 

국가 재난급 질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환경에 따라 병원체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워낙 돌연변이가 잦아 변종이 출현하는 속도가 빠르고,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학계에서 감염병에 대한 연구는 주로 백신 개발이나 치료에만 집중됐다. 소를 잃기 시작하고 나서야 더 많은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방법을 찾는 셈이다. 또 이미 나타났던 감염성 병원체에 대한 검출 기술을 개발해도 민감도가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다시 등장했을 때 조기 대응이 쉽지 않다.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은 소를 한 마리라도 지키기 위해 ‘외양간의 환경을 미리 검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감염된 ‘소’가 있는지 진단하는 수준을 넘어 공기와 주변 환경에 감염성 병원체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농도)인지 검출 하는 것이다. 

 

연구단을 이끄는 신용범 단장은 “현재 19개 기관, 350여 명이 컨소시엄을 이뤄 국가 재난형 바이오 유해물질을 신속하게 검출하고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집, 학교 등 언제 어디서나 감염성 병원체를 검출하거나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조기 진단해 전염병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줄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구단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네 가지다. 먼저 공공장소에서 바이오 유해물질을 상시 모니터링해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확산하는 것을 감지하는 ‘조기검출 및 무인감시 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지금까지 감염병이 발생한 뒤 대응했던 방식을 병이 확산하기 전에 경보로 알릴 수 있다. 

 

연구진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면역 진단시스템을 연구개발 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연구진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면역 진단시스템을 연구개발 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면역 진단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인플루엔자나 뎅기열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등을 병원에 가지 않고도 수 분 안에 확진 수준의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 

 

현장에서 채취한 치료에서 신종 또는 변종 바이러스나 슈퍼박테리아를 검출할 수 있는 휴대용 분자진단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사람에게 전염되기 전에 공기 중이나 토양에 있는 병원균을 미리 검출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0.1fM(펨토몰, 1fM은 1000조분의 1M) 만큼의 소량 시료에서도 병원체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나노 체외진단 시스템도 관심사다. 6종 이상 바이러스와 세균을 동시에 95% 이상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

 

연구단은 출범 후 5년 반 동안 이 네 가지 기술을 개발하면서 SCI급 논문 512건과 국내외 특허 116개 등록, 275개 출원, 기술 23건을 이전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개발이 완료된 단위기술로 다양한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상용화 계획 중이다.


병원체에 대한 항체 만들어 수 분 만에 진단하는 면역진단키트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바이러스,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검출하는 면역진단키트다. 임신진단키트처럼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하는 원리다. 비강 내 점액을 희석하거나 혈액을 키트에 떨어뜨리면 안에 있던 바이러스(항원)가 항체에 들러붙으면서 15분 안에 선명한 띠로 나타난다. 어떤 병원체를 검출하느냐에 따라 정확도가 조금씩 다른데,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바이러스는 92~93%에 이른다.

 
연구단은 바이러스(항원)에 대한 항체를 개발하고 그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했다. 바이러스 전체를 항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표면에 나 있는 단백질에만 특이적으로 붙을 수 있는 항체를 개발했다. 바이러스를 쥐나 토끼 등 포유동물에 감염시킨 다음 비강에 생긴 항체를 꺼나 농축시키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파지디스플레이로 항체를 대량생산하는 일이 가능하다.  

 

신 단장은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바이러스는 인도와 동남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에 흔하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회사들을 통해 상용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항원항체방식을 활용해 연세대 연구팀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진단키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과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 진단키트 등을 개발했다.


병원체마다 ‘고유 유전자’ 찾아 98% 정확도로 검출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이 개발한 ′공기를 포집해 미생물의 농도를 측정하는 키트′. 남윤중 제공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이 개발한 '미생물오염측정장비'. 시약봉으로 사물 표면을 훑어 미생물에 오염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만약 표면이 오염돼 있다면 화면에 페일(FAIL)이라고 뜬다. 남윤중 제공

연구단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좀 더 정확하게 검출하기 위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유전자를 분석하면 정확도가 97~98%에 이른다. 게다가 혈액이나 객담, 대변 등 분비물뿐만 아니라 토양이나 사물, 심지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량의 병원체로부터도 DNA를 검출해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면역진단키트와 달리 병원체를 쪼개 그 안에 들어 있는 DNA를 꺼내야 한다. 병원체마다 각각 갖고 있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 거기에만 상보적으로 붙을 수 있는 형광물질을 개발한다. 그러면 시료 안에 그 유전자가 들어 있는지, 결국 병원체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병원체의 유전체에서 유전자는 매우 적은 양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검출이 어렵다. 그래서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으로 DNA 조각을 20만~50만 배나 증폭시켜야 한다. 결국 시료로부터 샘플을 만들어 PCR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PCR을 거쳐야 하므로 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연구단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절차만 알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현장에서도 즉각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다. 또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사물에 묻어 있는 병원체를 검출하면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으리라 봤다. 신 단장은 “메르스가 확산됐던 당시 다른 층에 있던 사람들도 전염이 됐다”며 “공기 중에 5㎛(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비말이 떠다니거나, 엘리베이터 버튼과 문손잡이 등에 병원체가 묻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연구팀은 공기 중에 있는 병원체를 액상에 넣고 분쇄해 PCR용 시료를 만들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약 1m³ 정도의 공기만 포집해도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다. 보통 공기 1m³ 안에는 세균 수백 마리가 사는데, 대장균 등 수십 종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신 단장은 “건강한 성인은 평소 숨 쉬는 공기니까 괜찮지만, 신생아나 영유아, 중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며 “어린이집이나 중환자실 등 공기를 포집, 검출해 세균 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라면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거나 공기청정기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A라는 바이러스가 공기 1m³당 1000마리가 있고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이 한 시간만에 절반 가량이 A에 감염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구단은 이것의 10분의 1인 100마리만 있어도 검출할 만큼의 정확도를 가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단순히 검출하는 것을 넘어 감염 예방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연구단은 탁자나 문손잡이 등 사물의 표면에도 오염돼 있는 병원균을 검출하는 키트도 개발했다. 면봉처럼 생긴 시약봉으로 표면을 닦아 샘플로 만든 뒤 PCR로 증폭시키는 원리다. 연구단은 가로세로 10cm인 정전기 부직포로 포집 와이퍼를 만들어 병원체를 흡착하는 효율을 60~70%로 높였다.

 

포집 와이퍼로 탁자를 닦았더니 기존 시약봉으로 문질렀을 때보다 세균이 10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닦아낸 시료는 마찬가지로 액상에서 DNA를 추출하고 농축해 검출할 수 있다. 연구단은 내년쯤 이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할 계획이다. 
 
다음 단계로 연구단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개발했던 시스템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을 검출하는 데에는 20~30분 정도가 걸린다. 신 단장은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PCR 전 샘플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방식 자체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항·학교·역에 실시간 무인 전염병 감시 시스템  도입이 목표”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 신용범 단장. 남윤중 제공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 신용범 단장. 남윤중 제공

연구단을 이끌며 헬스가드시스템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신용범 단장은 원래 생명공학자가 아닌 재료공학자다. 그는 2002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바이오센서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2003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바이오융합연구를 하게 됐고, 2016년부터는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장직을 맡아 헬스가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미 해외에서도 미국 하버드대나 유수 벤처기업, 미국립보건원(NIH),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만의 특강점이 있다.

 

신 단장은 “대개 해외 연구팀들은 바이오콘텐츠 연구 따로, 검출 기술 따로 개별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팀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이오콘텐츠 연구와 샘플 처리부터 검출까지 전 과정을 함께 연구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헬스가드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 곳은 이 연구단이 세계 처음이다.  

 

신 단장은 “다른 과학 분야와 달리 생물학계는 특허 출원보다는 논문을 많이 내는 경향이 있다”며 “연구단은 사람들이 당장 쓸 수 있고 또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단장으로서 항상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실용가능한 기술은 무엇인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멈추지 않고 최대한 많은 기술을 상용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에서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감염성 병원체를 검출해 경보를 알리는 ‘실시간 무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신 단장은 “서울역이나 학교, 공항, 어린이집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디든 설치해서 전염병이 확산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해 막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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