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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구요원제 존폐 '칼자루'는 국방부 쥐었는데 과학계는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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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연구요원제 존폐 '칼자루'는 국방부 쥐었는데 과학계는 '동상이몽'

2019.05.30 18:13
2016년 6월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올해 전문연구요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과학기술계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2016년 6월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반대 기자회견′에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2016년 6월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올해 전문연구요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과학기술계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2016년 6월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반대 기자회견'에서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2016년 점점 부족해지는 병역자원 확보와 형평성을 고려해 전문연구요원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과기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여전히 폐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전 과기계와 산업계가 들고 일어났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온도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제도존폐를 둘러싸고 교육부가 관할하는 서울대, 포스텍, 연세대 등 주요 자연계 대학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KAIST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학교 간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AIST를 비롯한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은 31일 전문연구요원 제도 혁신을 위한 4개 과기원 토론회를 열고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지속적 유지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이달 22일에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전문연구요원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폐지 기조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불과 열흘 사이에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관련해 과기계가 잇따라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전문연구요원은 병역자원의 일부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1973년 처음 시행한 이래로 국내 이공계 대학과 과학기술대에 우수 인재를 제공하는 원동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곽승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지난해 서울대와 포스텍, KAIST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제도가 박사과정 진학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대답한 대학원생은 80%였다. 경제 효과도 높다는 분석이다. 2017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조 3247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4393명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말에 제기됐다가 3년 넘게 잠잠했던 전문연구요원제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과기계에서 고급인력 경력 단절을 막으면서 자리를 잡아오던 이 제도는 최근 다시 군의 병역특례 폐지 기조와 함께 축소가 거론되고 있다. 과기계는 지난해 체육계와 예술계 병역특례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방부가 오는 7월 내놓기로 한 병역특례제 존폐 포함 제도개선안에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기한림원 관계자는 “7월에 군에서 관련법을 개정할 때 전문연구요원제도도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전문연구요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관련 주제로 토론회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관계자도 “전문연구요원을 둘러싸고 폐지와 감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과기계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거나 설사 감축되더라도 최소 감축을 이뤄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군은 인구 감소로 점점 입대 대상 인원이 줄면서 병역자원 확보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인구 국방부 인사복지실 인력정책과장은 과기한림원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과거에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발생한 병역 잉여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대체복무를 도입했다”며 “지금은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며 병역 자원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추계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해 본 결과 2020년대 초반에는 인구절벽에 의해 병역자원이 35만 명 내외에서 25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이런 상황에서 2022년부터는 별도의 병역자원 확보대책 없이는 병력충원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이 대체복무를 특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역제도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중시하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다음소프트가 블로그와 트위터, 뉴스 등의 빅데이터상에서 '병역특례'에 대한 반응분석에 따르면 2016년에는 긍정이 25%, 부정 75%으로 나타났지만 2017년에는 긍정은 23% 부정 77%, 2018년 긍정 22% 부정 78%로 분석됐다. 이인구 과장은 “대체복무제도도 규모를 감축하고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국민 공감대를 얻어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며 “당면한 문제를 병역특례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계는 병역자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전문연구요원 폐지는 병역자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곽승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한림원 토론회에서 “대체복무인원 약 9만 7600명 중 전문연구요원의 비율은 약 8.1%고 박사과정 인원의 비율은 약 3.7% 수준”이라며 “연간 1000명 규모인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폐지가 국방력을 얼마나 강화시킨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기계는 과학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한다. 이광형 KAIST 부총장은 한림원 토론회에서 “국방은 병사 숫자와 무기체계, 지휘체계, 기술력, 경제력의 총합으로 국가는 인적자원을 어떻게 활용하여 국방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전문연구요원을 국방과 밀접한 분야에 배분해 국방기술을 개발하고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혜란 지적도 반박한다.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31일 열리는 KAIST 토론회발표 자료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특혜가 아닌 특례로써 엄연한 대체복무임에도 병역특혜 시비가 터질 때마다 전문연연구요원까지 폐지 논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했다. 

 

그러나 과기계 내에서는 최근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전문연구요원 선발 과정에서 일반 자연계 대학원과 과학기술특성화대가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실제로 전문연구요원 정원 1000명 중 600명은 교육부 소관 113개 자연계 대학원에 배정된데 반해 과기정통부 소관의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는 400명이 배정된다. 여기에  자연계 대학원은 한국사검정능력시험 3급을 필수로 봐야하고 석사 학점과 국가 공인 영어시험인 텝스(TEPS ) 성적을 내야 하지만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은 무시험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는 점도 갈등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원 측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특성상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일반 자연대와 차별되는 과학기술원 전문연구요원 선발방식은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우수 인재를 지역사회에 확보해 지역의 혁신경제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과기원의 제도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과기원 배정방식을 문제 삼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적 비일관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자연계 대학원 측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선발방식의 차이로 연구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지금보다 숫자를 더 늘려달라고 지적한다. 곽 교수는 “전문연구요원 편입 준비자 중 서울대와 포스텍에서 각각 83.4%와 65.2% 학생들이 영어시험 준비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 KAIST 경우 텝스를 준비중인 학생의 비율은 11.1%에 그쳤다”며 “자연계 대학원은 텝스 준비에만 2~3년 시간을 소모해 연구에 매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상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도 “연구능력 수준이 비슷한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대와 KAIST 석·박사 통합과정의 경쟁률이 4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이 아닌지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편 방향은 제각각이다. 교육부는 영어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 정하고 연구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학업 및 연구역량 평가서’를 제출하면 이를 서면으로 평가하고 이후 면접을 진행하는 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권지은 교육부 사무관은 “현행 제도가 영어 성적으로 당락이 결정돼 일어나는 부작용을 없애고 전문연 제도 취지에 걸맞는 선발제도를 만들 것”이라며 “오는 9월까지 개편안을 만들고 공청회와 유관부처 협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한 특혜 인식과 무시험 선발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며 과학기술특성화대 대학생 중 국방과 공공 분야 연구개발(R&D) 과제를 2개 이상 참여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준환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양성과장은 “2022년부터 개선안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당장 내년 입학하는 석박사통합과정생부터 제도개선 방안을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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