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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영유아 눈 못 맞춘다는 건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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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영유아 눈 못 맞춘다는 건 편견”

2019.05.30 19:01
권미경 UNIST 기초과정부 교수
권미경 UNIST 기초과정부 교수

영유아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여부 진단을 위해 현장에서는 ‘눈맞춤’을 분석하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으면 타인의 눈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폐 영유아도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눈을 맞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차이가 나는 것은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 시선을 집중하는 경향으로, 연구팀은 이런 경향을 분석해 자폐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권미경 기초과정부 교수 연구팀이 ASD 진단을 받은 영유아와 가벼운 ASD 증세를 보이는 영유아, 언어 및 발달장애를 지닌 영유아 등 만1~4세 영유아 616명을 대상으로 눈 운동을 관찰해 자폐아동 특유의 눈 운동 특징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0~3세 영유아기에 일찍 진단할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 시기는 뇌 발달과 언어,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시기로, 전문가들은 자폐 진단을 최대한 일찍 받으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적절한 진단 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데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해 거부감을 지니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평균 진단 시기가 4세 이후로 늦은 편이다. 


연구팀은 616명의 영유아들에게 ‘까꿍’ ‘안녕’ 등 간단한 대화와 몸짓을 보이는 사람이 등장하는 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 뒤 영유아들이 어느 부분을 얼마나 오래 보는지 컴퓨터 프로그램과 연결된 눈 운동 추적기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자폐 영유아들이 영상 속 인물의 눈을 응시한 총시간은 자폐 증세가 없는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똑 같은 동영상에 자폐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기하학적 무늬를 추가하거나, 인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도 눈을 응시한 시간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자폐 아이들은 눈을 마주치기 싫어한다는 주장이 편견임이 밝혀진 것이다. 


다만 얼굴 전체를 덜 보는 경향은 다른 영유아보다 강했고, 기하학적 무늬 등에 시선을 돌리는 경향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폐 영유아가 문맥에 맞게 중요한 정보로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권 교수는 “보통은 타인의 감정을 볼 때 눈을 보고, 말하기를 배울 때는 입을 보며, 사람이 말할 때 옆에 다른 물체가 있어도 얼굴을 본다”며 “하지만 자폐 영유아는 상황이나 맥락에 맞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 사진은 연구에 사용된 동영상 예시다. 아래는 아동이 동영상 속 배우의 눈을 응시한 시간 비율로, ASD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영유아, ASD-Feat는 가벼운 증세만 있는 영유아, DD는 자폐는 아니지만 언어 등 발달장애가 있는 영유아, TD는 아무 증세도 없는 영유아다. 개인차가 클 뿐, 자폐 영유아가 눈을 맞추지 않는다고 일반화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UNIST
위 사진은 연구에 사용된 동영상 예시다. 아래는 아동이 동영상 속 배우의 눈을 응시한 시간 비율로, ASD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영유아, ASD-Feat는 가벼운 증세만 있는 영유아, DD는 자폐는 아니지만 언어 등 발달장애가 있는 영유아, TD는 아무 증세도 없는 영유아다. 개인차가 클 뿐, 자폐 영유아가 눈을 맞추지 않는다고 일반화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UNIST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의사와 발달 전문가에게 유용한 진단 도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교수는 “자폐는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커지는 만큼 이번 연구가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소아청소년정신의학저널 3월 6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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