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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게임병'을 다스리는 세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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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게임병'을 다스리는 세 가지 방법

2019.08.22 14:02
WHO는 게임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게임에 몰입하는 일이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게임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게임중독에 대한 공식적인 진단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WHO는 '게임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게임에 몰입하는 일이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게임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게임중독에 대한 공식적인 진단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직장에 병가를 내려 합니다.  하루에 게임을 10시간씩 하니 게임중독으로 진단서를 써주세요.”

 

어쩌면 수년 뒤 병원에서 목격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5월 2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국을 비롯한 HO 회원국 194개국은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인정하게됐다. 보건복지부도 게임중독의 질병 등록을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권위를 지니는 WHO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질환으로 인정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입장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오히려 게임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입장인 전문가들은 오히려 게임이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준다고 주장한다. 이미 학계에서는 게임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승리를 위해 전략을 짜기 때문에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면서도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게 하는 현명한 방법이 필요하다. 특히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공식화된 만큼 병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① 게임중독을 진단하는 표준화된 기준을 정한다

 

가장 큰 논란은 ‘게임중독을 어떻게 측정해 병으로 진단할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단순한 방법은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프로게이머라는 예외가 생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오래 하기는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편을 반드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우므로 게임중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게임 시간으로 진단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전문의들이 게임중독을 진단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로 '자기 제어'와 '일상생활 침해'를 꼽는다. 게임을 할 때 자기 스스로 게임에 대한 욕구와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지, 게임을 오래하는 행위가 학업이나 업무, 수면 등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대개 혈당이나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처럼 수치를 측정하거나 영상을 판독해 병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진단을 내릴 때에는 전문의가 환자와의 면담과 설문조사 등 측정도구, 가족과의 면담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환자를 살펴본 뒤 통합적인 진단을 내린다.

 

게임중독을 진단할 때에도 역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환자를 관찰한 다음 통합적으로 진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제어나 일상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어떻게 관찰하고 판단해야 할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표준화된 기준이 있으면 실제로 국내에 게임중독을 겪고 있는 환자가 몇 %나 되는지, 다른 정신질환과 함께 겪고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대부분 증상을 어떠한지 등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도 낼 수 있다. 

 

② 게임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게임중독을 치료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딱히 정해진 정답이 없다.

 

약물이나 도박, 알코올 등에 중독된 환자는 특정 물질이나 행위를 끊도록 전문의가 도와줘야 하지만, 게임은 무조건 금지시키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전문의들은 "게임 시간이나 게임을 하고자 하는 욕망 등을 자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게임중독 환자 중에서도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정신질환으로 인해 게임에 집착하는 증상이 훨씬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약물치료를 받으면 우울증 등의 병적 증세가 사라짐과 함께 게임중독 증상도 호전된다고 한다. 

 

전문의들은 게임중독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에 오면 가장 먼저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지 진단하고, 그 병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지금껏 게임중독이라는 병명이 없었기 때문에 단독질환자가 없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단과 마찬가지로 치료 방법 역시, 특히 게임중독만 진단받은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 표준화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 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주관하에 소위 '게임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


③ 트라우마 치료 게임 등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 군인이 게임 버추얼 이라크를 하고 있다. 미국국방부 제공
한 군인이 게임 '버추얼 이라크'를 하고 있다. 이 게임은 전쟁 경험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퇴역군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실제 전쟁터와 비슷한 상황에서 게임을 하면서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도록 개발했다. 미국국방부 제공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병원에서는 오히려 게임이 치료도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을 중독성 높은 오락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미 학계에서 밝혀내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장점들을 살려 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가령 최근들어 의학계에서는 신경정신과 치료 또는 재활훈련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게임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구현한 3D 가상현실(VR) 게임이다. 

 

미국에서는 베트남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 참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퇴역군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버추얼 베트남’과 ‘버추얼 이라크’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 상황을 게임 속에서 비슷하게 구현해 게임을 통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폭격 시 검게 타오르는 연기나, 군용트럭의 소리와 진동, 빽빽한 숲이나 모래바람 같은 자연환경을 실제와 비슷하게 표현했다. 특히 가상현실을 이용한 ‘버추얼 이라크’는 PTSD환자 20명 중 16명을 완치하게 했다. 

 

스웨덴에서는 팔다리를 절단한 환자에게 가상현실에서 팔이나 다리를 재생시켜주고 카레이싱 게임을 하게 했더니 수족 절단으로 인한 환각 장애와 ‘가짜 통증’, 수면장애 등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치매 환자를 위한 재활훈련이나 ADHD를 겪는 어린이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전문가들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인지능력 훈련를 위한 게임을 개발한 국내 한 전문가는 “하루에 한 시간 이상 3개월 이상 꾸준히 해당 게임을 하면 기억력이 감퇴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권장했다.  

 

의학계에서 게임을 치료 도구로 사용하는 이유는 주의력이 산만한 환자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거나, 기존 치료방법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만한 환자가 현재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게임에 몰두한 채 치료 효과를 얻게 하기 위해서다. 게임이 의료용 치료 도구로서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만큼, 게임을 단순히 ‘병의 원인’으로 보기보다는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렇듯 대중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또 게임중독 자체에 대한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려면, 먼저 게임중독을 병으로서 진단할 수 있는 도구와 마땅한 치료방법을 개발해 표준화해야 한다. 또한 병원에서 게임을 스마트한 치료 도구로서 개발해 활용한다면 현재 우려하는 것처럼 '게임이 곧 병의 원인'이라는 편견이 생길 우려도 없을 것이다. 

 

이런 대책 없이 2022년을 맞이한다면 자녀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병이 아닌지 심히 우려하는 부모가 많아지거나, 직장 병가 또는 군 면제 등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게임중독 진단서를 요구하거나 게임방 장기간 사용 영수증을 제출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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