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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의 아이러니, 그들은 왜 7조원을 건강 연구에 투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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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의 아이러니, 그들은 왜 7조원을 건강 연구에 투자했나

2019.06.04 14:58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개발 시작된 PMI R&D센터 ‘큐브’
유해성분 노출도 감소 연구…심장·폐질환 초기 지표들 나와

 

스위스 북동쪽 뇌샤텔시에 자리잡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R&D센터 ′큐브′ 정면. 뇌샤텔(스위스)=김민수기자
스위스 북동쪽 뇌샤텔시에 자리잡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R&D센터 '큐브' 정면. 뇌샤텔(스위스)=김민수기자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동쪽으로 30분 가량 차량으로 이동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인 로잔공과대학이 있는 로잔이 나온다. 로잔에서 다시 30분 남짓 북동쪽으로 가면 빙하호수인 ‘뇌샤텔 호’를 끼고 있는 작은 도시인 뇌샤텔이 있다. 이곳엔 세계 판매 상위 15개 담배 브랜드 중 세계 1위인 ‘말보로’를 비롯해 총 6개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2008년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 ‘큐브’가 호수 옆에 자리하고 있다. 

 

“같은 필터가 어떻게 변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사이언스 머신(Science machine)’입니다. 한쪽엔 일반담배에 불을 붙여 연소시키고 다른 쪽엔 아이코스 제품을 가열시킨 뒤 양쪽에서 나오는 연기를 똑같은 원리로 관으로 이동한 뒤 같은 필터에 통과시킬 겁니다.”

지난 5월 28일 세계 각국에서 모인 30여명의 기자들 앞에 PMI 직원은 부지런히 설명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장비가 잘 작동하지 않는가 싶더니 이내 유리로 만들어진 시험관 속에서 2개의 사뭇 다른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쪽은 일반담배가 연소한 연기이고 다른 한쪽은 아이코스가 담뱃잎을 가열하면서 찔 때 나오는 연기다. 당연히 일반담배 연기를 통과한 필터는 누런 색으로, 아이코스 연기를 통과한 필터는 큰 변화가 없었다. 

PMI R&D센터 1층에 위치한 사이언스머신. 위쪽에선 일반담배를, 아래쪽엔 아이코스를 실제 피우는 것처럼 해 필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뇌샤텔(스위스)=김민수기자
PMI R&D센터 1층에 위치한 사이언스머신. 위쪽에선 일반담배를, 아래쪽엔 아이코스를 실제 피우는 것처럼 해 필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뇌샤텔(스위스)=김민수기자

5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5월 28일 큐브에서 상징적으로 ‘글로벌 미디어 행사’를 진행한 PMI는 2008년 큐브를 설립해 일반담배의 대안 제품인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개발을 시작했다. 2014년 첫 출시된 아이코스의 본산지인 셈이다. 큐브에서만큼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다만 일반담배가 아닌 아이코스 같은 전자담배만 흡연이 허용된다. 태울 때 나오는 연기가 없는 덜 유해한 대안 제품이라는 자부심을 스스로 가지기 위해서라는 점이 느껴졌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PMI는 6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을 아이코스 개발에 투자했다. 큐브에서는 화학자와 독성연구자, 임상연구자 등 과학자 430여명이 여전히 R&D에 집중하고 있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제약바이오 분야 인력이 가장 많다. 100년의 역사를 훌쩍 넘긴 일반담배 회사가 최근 20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PMI 큐브 전경. PMI 제공.
PMI 큐브 전경. PMI 제공.

● “PMI가 말보로를 파는 회사였어? 질문을 듣는 게 목표”

 

1990년대 담배와 흡연의 유해성에 대해 미국, 유럽 등 전세계 각지에서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흡연이 폐암 등 각종 암 질환이나 혈관 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연구들이 속속 나오면서부터다. 

 

100여년 넘게 담배를 팔아온 PMI는 이같은 담배에 대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2000년대 들어 연소하지 않는 ‘찌는 담배’에 대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야첵 오자크 PM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발표를 통해 “아이코스는 현재 매출 비중이 14%에 불과하지만 R&D 비용의 60%가 아이코스에 투자되고 있다”며 “이런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인 바람은 언젠가 사람들에게 필립모리스가 한때 일반담배도 팔았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줘야 할 때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소 디 지오바니 PMI 홍보담당 임원은 “냉장고 발명으로 1900년대 주요 사망률 원인이었던 위 감염병이 사라졌고 자동차 회사 볼보가 발명한 안전벨트와 다양한 법제도가 마련돼 자동차 사고 사망률이 낮아졌다”며 “담배 산업이 성장한 100여년 넘게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지만 최근 몇 년간 이뤄진 과학과 기술 혁신이 담배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PMI는 2025년 전세계 흡연인구가 현재와 유사한 수준인 약 10억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연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흡연인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이라 길크리스트 PMI 과학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2025년 약 1억4500만명으로 예상되는 PMI 소비자 중 4000만명이 아이코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인체 유해성 초기 지표들 조만간 나와...과학커뮤니티와 공유할 것”

 

물론 일반 담배나 찌는 담배나 인체에 유해한 것은 매한가지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PMI가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더 나은 선택’이다. 아이코스의 중독성과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일반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규제 당국은 물론 사용자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PMI 큐브의 한 연구자가 독성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PMI 제공.
PMI 큐브의 한 연구자가 독성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PMI 제공.

PMI가 지금까지 공개한 과학적 근거들은 일반 담배에서 나오는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아이코스에서는 평균 90% 가량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흡연자와 금연자, 아이코스 전환자 등 3그룹에 대해 단기간(5일)과 장기간(6개월) 일산화탄소, 벤젠, 아크롤레인, 1·3-부타디엔 등 노출도 검사 결과 아이코스 전환자의 노출도가 금연자와 유사하게 줄어든다는 연구도 이미 공개됐다. 

 

현재 PMI는 아이코스 사용자들과 질병의 연관관계를 찾아내기 위한 장기 연구를 진행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심장이나 폐 질환, 특히 암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길크리스트 부사장은 “일반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비교해 아이코스 사용자들의 질환 발병 영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초기 지표(early indicator)’들이 나오고 있다”며 “2014년에 첫 출시된 만큼 장기 연구가 어렵다는 점이 한계지만 일반담배 사용자 연구는 장기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초기 비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PMI는 암 질환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의과학계와 공유한다는 밝히고 있다. 장기적으로 구강 건강 등 암뿐만 아니라 여러 질환에 대한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  

 

● 美 FDA 결정은 전환점...금연의 날(No Tobacco Day)을 무연(No Smoking Day)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초만 해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코스가 신체에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노출 자체를 줄이긴 하지만 이같은 노출 감소가 질환 발병률과 사망률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FDA는 2017년 초부터 2년 넘게 PMI의 아이코스와 관련된 200만장이 넘는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지난 5월 1일(한국시간) 아이코스의 미국 내 판매를 전격 승인했다. 연소하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의 전자담배가 미국 FDA 판매 승인을 받은 건 처음이다. 

 

마리안 살즈만 PMI 글로벌커뮤니케이션 수석 부사장은 “만약 비흡연자라면 담배를 절대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흡연자라면 당장 끊어야 하고, 하지만 끊지 못한다면 적어도 덜 유해한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하고 싶다”며 “2년 넘게 철저하게 데이터를 검증한 미국 FDA의 결정에서 본 것처럼 덜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야첵 오자크 PMI COO와 마리안 살즈만 PMI 수석부사장, 마크 파이어스톤 PMI 대외자문 대표(왼쪽부터)가 ′세계 무연의 날′ 관련 발표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뇌샤텔(스위스)=김민수기자.
야첵 오자크 PMI COO와 마리안 살즈만 PMI 수석부사장, 토마소 디 지오바니 PMI 홍보담당 임원(왼쪽부터)이 '세계 무연의 날' 관련 발표와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뇌샤텔(스위스)=김민수기자.

PMI는 각국의 금연 유도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5월 28일(현지시간) 스위스 현지에서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을 세계 무연의 날(World No Smoking Day)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공식적으로 배포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야첵 오자크 PMI COO는 “PMI는 아이코스와 함께 담배를 처음 시작하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며 “더 나은 대안 제품을 제안하고 싶지만 아직 많은 국가에서 판매조차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PMI의 이런 홍보에도 불구하고 흡연에 반대하는 금연 단체는 전자담배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이 전자담배에 대한 홍보를 하면서 냄새가 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덜 위해하다는 메시지를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올라갈 것이란 우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담배회사가 건강 보건 연구에 투자를 하는 데 대해서도 더 많은 전자담배를 팔기 위한 마케팅 일환이라는 지적과 담배회사 소속의 과학자들이 내놓은 연구에 대한 신뢰성도 여전히 의구심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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