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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홍조 '그녀' 못생김 어떻게 극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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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0일 18:00 프린트하기

  여기 ‘못생김’의 대명사를 다룬 영화가 있다. 바로 2008년 개봉한 ‘미쓰 홍당무’다. 얼굴이 항상 빨갛게 ‘홍당무’ 같아 더 못생겨 보인다. 바로 주인공 양미숙(공효진 분)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못생긴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녹록치 않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숙이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친구들은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자신을 끼워주지 않았고, 선생님이 된 후에도 학생들은 “야!” 라는 말을 일삼는다. 10년간 짝사랑한 사람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내가 언제!” 뿐….

 

 “유리 선생은 괜찮은 사람이고, 나는 뭐 별론가? 그래,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다들 나한테 이렇게 안했을 거면서!”

 

  자신에게 냉혹한 주변의 시선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미숙의 대사다. 하지만 이렇게 진지한 대사가 나오는 장면치고는 우스꽝스럽다. 미숙의 얼굴은 더욱 붉으락푸르락, 피부 결은 곱지 않고 이마엔 주름살마저 보인다. 얼굴에 ‘못생김’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이렇게 미숙이 화를 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짝사랑하던 서종철(이종혁 분) 때문. 종철은 10년 전 왕따였던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스승이었고 4년 전부터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동료다. 미숙은 몇 년 전에 차 안에서 종철이 아무 의도 없이 자신을 슬쩍 만졌다는 이유로, 또 미숙네 반 학생이 전학 갈 때 한 번 안아줬다는 이유로 종철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종철은 또 다른 동료인 이유리(황우슬혜 분) 선생과 잠시 사귀던 사이. 그래서 미숙은 둘 사이를 감시하기 위해 유리의 집으로 이사하고, 갖가지 해프닝을 겪는다. 착각과 오해는 쌓이고 쌓여 결국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미숙을 추궁하는 자리에 이르게 된다.

 

● 못생겨서 창피한 미숙… 그래도 외로운 ‘사람’이다
  미숙이 세상에 대해 창피함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못생김의 원인, ‘안면홍조’ 증상이 있어서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신장·소화관·폐·심장·침샘 같은 여러 장기와 조직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을 가리켜 ‘자율신경계’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교감신경, 휴식 등 에너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작용한다. 교감신경이 작용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져 혈류랑이 뇌 쪽에 많아지는데, 이후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면서 혈관이 확장돼 피부 밖으로 비치게 돼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얼굴색이 금세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이상하게 미숙은 항상 빨갛다. 전문가들은 환경이 바뀌거나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가 과도한 경우 지속적으로 얼굴이 빨갛고 열이 오르는 안면홍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겉으로는 심술궂고 괴팍해 보이지만 미숙은 오히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안면홍조가 오고, 이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 더 스트레스를 받는 ‘못생김 악순환’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미숙의 ‘못생김 악순환’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선생님 아빠는 어떤 분이세요?”
  “우리 아빠는 나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얼굴도 몰라. 그래도 엄마는 나 태어나고 나서 돌아가셨어.”

 

  그래서일까. 미숙은 왕따인 자신을 아무도 찾지 않을 때 “미숙아~” 한 번 불러 줬던 종철에게 부모님에게 받았어야 할 사랑을 투영했다. 결국 미숙의 스트레스와 안면홍조의 근본 원인은 종철이나 유리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시달려왔던 ‘외로움’에 있었던 것이다.

 

● ‘친구’로 회복하는 나의 정체성

  외롭지만 미숙도 사람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배우는 존재. 때로는 유리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유리가 입는 것과 비슷한 옷을 입어 예쁜 그녀의 정체성을 빌려보려 한다. 친구들이 사진을 못 찍게 해도 점프해서 자신의 얼굴을 남기고, 러시아어를 가르치다가 영어교사로 발령이 나 학생들이 모두 무시해도 영어 새벽반을 들으며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미쓰 홍당무다.

 

친구들이 사진 찍는 데 끼워주지 않아도 양미숙은 점프를 해서 기어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어한다.
친구들이 사진 찍는 데 끼워주지 않아도 양미숙은 점프를 해서 기어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어한다.

  이경미 감독은 이런 미숙에게 진정한 친구를 선물함으로써 정체성을 회복케 한다.

 

  “그냥 하지 말자. 종희야.”
  “다들 우리가 쪽팔려서 그만뒀다고 생각할 거 아냐? 나는… 내가 너무 창피해.”
  “그만 좀 해요. 난 선생님이 하나도 안 창피하니까.”

 

  비록 ‘전따와 전따애인’이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받았지만 미숙은 종희와 붙어 다니면서 진실한 우정을 나눈다. 단 한번도 확인받지 못한 미숙의 정체성을 종희가 확인해 주었던 것. 결국 얼굴 전체가 붉었던 안면홍조 ‘못생김’은 어느 정도 옅어지고 미숙은 새로운 사랑 앞에서 수줍게 양 볼이 ‘발그레’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영화는 단 한명이라도 진정한 친구가 있으면 정체성을 갖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세상이 어떤 돌을 던져도 내 존재를 인정해 줄 진실한 친구 말이다.

 

 

진실한 친구 단 한명만 있어도 세상은 살 만하다.
진실한 친구 단 한명만 있어도 세상은 살 만하다.

  안면홍조는 아니더라도 성격이 심술궂고 괴팍해 내면과 외면 여기저기에 ‘못생김’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사람들을 꽤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영화 초반의 미숙처럼 눈치없이 주변 사람을 괴롭게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더 넓지만 얕은 인간관계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사람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진실된 말로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 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두 명, 세 명, 네 명 이상이면 더 좋겠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해 한번 돌이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최새미 기자

sae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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