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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플라스틱 먹는 애벌레, 지구의 근심 덜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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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05일 17:44 프린트하기

바다거북 콧속 플라스틱 빨대. 유투브(YouTube/Christine Figgener) 캡쳐
바다거북 콧속 플라스틱 빨대. 유투브(YouTube/Christine Figgener) 캡쳐

플라스틱 쓰레기에 목 졸린 채 발견된 아기 바다사자나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9.5m 고래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 거북이 콧속 깊숙이 박혀 있던 플라스틱 빨대와 자신의 새끼에게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알고 물어다 주는 바다 새인 알바트로스의 행동을 보고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 있나? 인류가 만들어낸 화학물질 중 가장 히트한 상품인 플라스틱을 바다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와카토비섬에서 발견된 향유고래의 사체. 뱃속에서 6kg에 달하는 쓰레기가 나왔다.WWF Indonesia / Kartika Sumolang
와카토비섬에서 발견된 향유고래의 사체. 뱃속에서 6kg에 달하는 쓰레기가 나왔다.WWF Indonesia / Kartika Sumolang

한 철 지나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나 바람 따라 날아가 버리는 미세 먼지에 비하면 플라스틱 오염은 바다로 흐르고, 분해되지 않은 채 땅 속으로 계속 쌓이고 있다. 각종 폐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을 소각하려 해도 불완전 연소되면서 맹독성의 다이옥신으로 공기가 오염되고, 매립한다 해도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영원히 썩지 않은 채 토양을 숨 막히게 한다. 플라스틱은 묻어도, 태워도 없어지지 않고 인간 세상과 생태계 전체에 끝날 수 없는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 

 

바다나 토양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은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오랜 세월 바다에서 떠돌며 햇빛에 노출되고 파도에 쓸리며 바람에 부딪히면서 잘게 부스러진다.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스러기로 변하여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되는 것이니 더 심각하다. 이렇게 가루가 된 플라스틱 조각들을 물고기들이 먹게 되고 이들은 소화되지 않고 몸속에 그대로 쌓여 돌고 돌아 버젓이 우리 밥상에 오른다. 바다와 땅에 스며든 죽음의 순환이 인체와 환경에 축적되고 있다. 그물을 먹고 죽은 고래나 플라스틱 조각을 삼켜서 괴로워하는 바다 새의 모습이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지만 인간도 언제든 한꺼번에 모아서 플라스틱 가루를 먹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을 줄이긴 위한 다양한 캠페인들.  구글 제공
플라스틱을 줄이긴 위한 다양한 캠페인들.  구글 제공

제대로 뒷감당이 안 되는 폐플라스틱 처리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보려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이 확산되고, ‘해양 플라스틱 제로’를 선언하지만 선언적 사고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페트병으로 만든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재활용한다고 하지만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로 각광 받는 생분해성 제품이 분해 과정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과불화 화합물(PFAS)을 자연에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며 환경 친화적인 플라스틱은 무엇이며 오히려 환경 친화적이란 단어가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언제든 어디서든 손만 뻗으면 플라스틱 제품이 있다. 가볍고 가격도 싼데다가 방수가 되고 절연성을 갖추었으면서도 색과 모양을 가공하기 편리한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분해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을 여러 방법을 연구해왔으며, 박테리아를 배양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제안 수준에 그쳐있다. 

 

다행히 매우 뜻밖이며 흥미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최고의 플라스틱 분해 세균보다 40배 이상 뛰어난 분해 능력을 보여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waxworm)가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왜 이 나방 애벌레는 질긴 플라스틱을 먹게 됐을까?

 

토양에서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토양에서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는 원래 꿀벌의 벌통에 침입하여 알을 낳으며 애벌레는 벌집과 꿀을 먹는다. 꿀벌 통 밀랍의 화학구조가 플라스틱의 대표적인 존재인 폴리에틸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종의 ‘천연 플라스틱’이어서 애벌레는 벌통의 밀랍을 먹듯이 비닐봉지를 먹어치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저 먹은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의 화학적 구조를 실제로 깨뜨린, 즉 완전 분해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애벌레가 먹고 소화시켜 자연물의 일부로 만들어 다시 지구 생태계의 자원으로 되돌려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순환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1조개의 폴리에틸렌 재질 비닐봉지라 하지만 그 양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은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 유전체를 분석하고, 왁스와 플라스틱을 먹였을 때 장내 미생물 없이도 폴리에틸렌을 분해할 수 있는 애벌레의 효소를 확인했다. 

 

플라스틱 먹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플라스틱 먹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고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1억 5천 만 전 백악기부터 끈질기게 생존해 왔고 애벌레들의 독특한 섭식 습관 덕분에 9,000만 년 전 급속도로 진화한 나비목의 생활사를 보면 충분한 일이다. 가장 흔했기 때문에 식물의 잎을 먹었고, 바람, 햇빛, 천적 등 외부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전한 식물이나 생명체의 조직 속으로 숨어 들어가 기생하기 시작했다. 때에 따라, 상황이 변하면 그 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적응하는 곤충이므로 가장 흔한 먹이이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오랜 기간 애벌레를 키우며 2011년도에는 과학동아에 ‘애벌레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1년 칼럼을 연재했다. 5월호에 ‘가장 무섭고 편안한 집짓기‘란  표제로 말벌 집에 은밀하게 기생하며 벌집을 갉아 먹으며 생활하는 은무늬줄명나방 생활사와 생존 방법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꼬마장수말벌과 말벌집. 과학동아 제공
꼬마장수말벌과 말벌집. 과학동아 제공

꿀벌 집을 먹고 사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나 말벌 집을 먹고 사는 은무늬줄명나방 애벌레는 식성이 같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할 구세주의 범위가 늘어났고 명나방과 애벌레를 찾아보면 더 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종류의 애벌레를 찾아보고 실제적으로 활용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굉장히 인상적인 데이터여서 거의 3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썼지만 생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애벌레가 생존하는 비법쯤으로 간단히 생각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은무늬줄명나방 애벌레와 은무늬줄명나방고치
은무늬줄명나방 애벌레와 은무늬줄명나방고치

기름기 있고, 차곡차곡 포개진 날개를 가진 같은 종류의 곤충 집단을 나비목(Lepidoptera)이라 한다. 외형적 특징이 비슷하면서도 나방은 아름답고 화려함으로 매력을 뽐내는 나비들과는 달리 우중충하고 징그러워 싫어하는 존재로 푸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가장 오래되고 긴 길인 실크 로드를 만든 동물도 누에나방이고, 플라스틱을 먹고, 쥐와 같은 소형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대체방안인 병원성세균의 동물 모델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꿀벌부채명나방이나  은무늬줄명나방의 실효성을 생각하면 털 많고 귀찮은 나방이 아닌 가장 진화 된 동물로 대접받을 만하지 않은가! 곤충학자로서 욕심을 내 본다. 

 

게다가 반짝거리며 빛나는 옥색 날개에 늘씬하게 뻗은 긴 돌기를 갖고 있는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을 직접 보면 그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은무늬줄명나방과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은무늬줄명나방과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참고 문헌

-Paolo Bombelli et al(2017), Polyethylene bio-degradation by caterpillars of the wax moth Galleria mellonella, Current Biology 27, R1–R3, April 3.

-Kang-Woon Lee(2011). The Secret of Larvae. Science Dong-A, p124~126.  

 

※ 필자소개
이강운 곤충학자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장이며 국립인천대 매개곤충 융복합센터 학술연구 교수를 맡고 있다. 과학동아에 ‘애벌레의 비밀’을 연재했다. 2015년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Ⅰ, 2016년 캐터필러 Ι, 2017년 캐터필러Ⅱ》, 2019년 《캐터필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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