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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인보사’ 사태, 식약처 사과하면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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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인보사’ 사태, 식약처 사과하면 끝인가

2019.06.11 06:00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월 5일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인보사’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인보사케이주 투여 환자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도 발표했다. 

 

사과 시점이 묘하다. 지난 5월 28일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한 지 8일만이었으며 6월 4일 이뤄진 검찰의 충북 오송 소재 식약처 청사 압수수색 바로 다음날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을 인식하고 제조 및 판매를 중지한 지는 66일만이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받은 인보사의 세포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은 지난 3월 22일 미국 내 임상시험 과정에서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가을 한국 식약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뒤 인보사를 국내 병의원 1000여곳에 공급한 뒤였다. 

 

종양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 신장세포가 인보사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세간의 관심은 온통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쏠렸다. 어느 시점에 세포가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됐는지,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할 때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것인지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거의 두달이나 이어진 ‘진실 게임’에서 식약처는 여론의 도마 위에 그다지 오르지 못했다. 5월 말 식약처가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자 그제서야 ‘식약처 책임론’이 나왔다. 

 

정확한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사태의 1차 책임이 있다면 2차 책임은 이를 허가해 준 식약처에 있다. 더군다나 일각에서 인보사 허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식약처장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의 전결로 처리됐다는 이유로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터다. 

 

앞서 식약처장의 사과 시점을 거론한 것은 식약처가 과연 이번 사태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워서다. 바이오의약품 허가시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입증한 데이터를 꼼꼼이 살펴보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식약처가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품목허가 취소와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서야 사과하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5월 22일 빅데이터와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를 2025년까지 연 4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는 R&D 투자 외에도 글로벌 수준의 규제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인허가 기간 단축, 규제 샌드박스 활용 혁신기술 실증 등을 추진해 올해 하반기 선진국 수준에 맞는 규제개선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이같은 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식약처와 같은 규제기관의 체질을 개선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인보사 사태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만 놓고 볼 때 규제 선진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 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오헬스 업계의 규제기관에 대한 신뢰성과 산업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정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바이오헬스 중점 육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제2의 황우석 사태’ ‘역시 바이오는 안돼’ 같은 격한 표현들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한결같이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자들과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말들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잘잘못을 따지고 인보사 투여 환자를 장기 추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 여겨지는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색안경’은 지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규제 당국의 책임감과 권위를 동시에 높여 연구계와 업계에 안정감과 신뢰성을 심어주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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