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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시대 코앞··· 우주멀미, 방사선 영향 등 집중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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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시대 코앞··· 우주멀미, 방사선 영향 등 집중 연구

2019.06.14 03:00
인하대병원 우주항공의학센터에 마련된 고중력 장비. 원통형 모터 주위로 케이지 두 대가 기울어진 채 등속도로 회전한다. 케이지에 든 동물은 기울어진 면을 바닥으로 인지하고 고중력 상태를 느낀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 우주항공의학센터에 마련된 고중력 장비. 원통형 모터 주위로 케이지 두 대가 기울어진 채 등속도로 회전한다. 케이지에 든 동물은 기울어진 면을 바닥으로 인지하고 고중력 상태를 느낀다. 인하대병원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내년인 2020년부터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한해 두 차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개방한다는 계획을 10일 밝혔다. 왕복 우주선 티켓이 약 5800만달러(약 680억원)이며 최대 30일까지 머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뿐 아니라 ISS에 가려면 우주비행사와 비슷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우주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체력과 순발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 전문가들은 ISS와 달, 또는 화성으로 연구 목적 탐사가 아닌 관광이나 이주가 자유로워질 우주 시대를 앞두고 우주항공의학 연구를 하고 있다. 우주항공의학이란 우주 환경에서 인체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연구하는 분야다. 이 분야에서 연구성과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미국, NASA다. 일찌감치 ISS를 지었고, 발사체를 한해 수십 회 쏘아 올릴 만큼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NASA에서는 ISS의료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이 장기간 우주 비행을 했을 때 신체와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연구하고 우주비행사들의 체력과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우주 장기체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340일 동안 ISS에 머물다가 지구로 귀환한 우주비행사와 그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비교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싣기도 했다. 연구 결과 우주 방사선 등 영향으로 우주에 다녀온 사람의 DNA와 염색체의 텔로미어가 변했다가 약 6개월 후 원상태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스페이스X나 버진갤럭틱 같은 민간업체에서도 우주항공의학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 연구자가 우주 환경에서의 뼈 손실이나 단일세포 변화 등을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인천시 중구에 있는 인하대는 국내 민간기관으로는 최초로 우주항공 의과학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항공우주의학 전문가인 김규성 연구소장(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과 김영효 부소장(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등이 우주 멀미의 예방과 치료, 우주 혈관질환 진단과 예방, 우주 면역계 질환 진단과 치료 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센터를 설립하기 훨씬 전인 2013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1인당 4.6편꼴로 성과를 냈다. 지난달 27일에는 우주항공의학에 대한 연구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해 미국 노퍽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원심력 이용해 지구와 다른 중력 환경 재현

김영효 부소장이 클리노스탯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장비는 케이지를 360도로 회전시키면서 중력을 상쇄해 무중력 환경을 구현한다. 인하대병원 제공
김영효 부소장이 클리노스탯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장비는 케이지를 360도로 회전시키면서 중력을 상쇄해 무중력 환경을 구현한다. 인하대병원 제공

지난 10일 우주항공의학센터에서 만난 김영효 부소장은 “지금은 우주비행사만큼 체력이 건강하고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고비용으로 우주에 갈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천식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도 우주여행을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지구와는 다른 중력이나 기압, 또는 우주방사선 등에 노출됐을 때 어떤 생리적인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중력이 거의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 지내면 근육이 위축되거나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우주항공의학센터에는 지구상에서 우주 환경을 재현하기 위한 장비가 여럿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중력 장비다. 우주라고 하면 무중력만 떠올리기 쉽지만, 우주로 올라가거나 지구로 돌아올 때 또는 지구보다 질량이 큰 행성 탐사를 고려했을 때 고중력 환경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중력 장비는 커다란 원통형 모터 둘레로 4kg짜리 소형세탁기만 한 케이지 두 대가 기울어진 채 등속도로 회전한다. 각 케이지 안에 쥐, 토끼 등 실험동물을 태우고 지속적으로 회전시키면 동물이 기울어진 면을 바닥으로 인지하고 고중력 상태에 놓이게 된다. 김 부소장은 “약 66rpm으로 회전하면 지구 중력의 5배 정도로 느끼게 된다”며 “최대 지구 중력 15배까지 중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무중력 환경은 구현하기가 이보다 훨씬 어렵다. 예전에는 비행기를 띄웠다가 자유 낙하시키거나 높은 탑에서 동물이 든 케이지를 떨어뜨려 무중력 상태를 구현했다. 하지만 수~수십 초 정도만 지속하기 때문에 실험이 어려웠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원심력을 이용해 무중력 상태를 만드는 클리노스탯을 개발했다. 고중력 장비는 케이지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지만, 이 장비는 케이지를 360도 모든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원심력을 분산시켜 중력을 상쇄한다.

 

이보다 단순한 하지현수장치를 이용하기도 한다. 실험동물의 꼬리를 매달아 무중력일 때와 비슷한 생리 변화를 유발하는 장치다. 뒷다리가 땅에 닿지 않아 근육이 위축되고, 꼬리쪽에 있는 혈액 등 체액이 몸의 중심부로 쏠리는 등 우주 환경에서와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외에도 엑스선 조사장치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거나, 밀폐된 공간에 동물을 넣고 공기를 넣거나 빼 1기압보다 높거나 낮은 기압 상태를 만들기도 한다. 감압가압챔버에 하지현수장치를 넣어 저기압무중력 상태를 만드는 등 두 가지 장치를 융합해 우주 환경을 구현하기도 한다. 


우주의학 기술로 오히려 지상 치료 실마리 찾아

김영효 부소장팀은 고중력 환경이 천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으로 알아봤다. 쥐의 폐조직을 현미경으로 200배 확대해서 관찰한 사진. 건강한 쥐(A)와 달리 천식을 유발한 쥐(B)는 폐포와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했다. 중력 변화 없이 회전시킨 쥐(C)는 염증 반응이 그대로인 반면, 지구 중력보다 5배 큰 고중력 환경에서 4주간 머물렀던 쥐(D)는 염증 반응이 감소했다. 5G 고중력 환경이 천식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김영효 부소장팀은 고중력 환경이 천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으로 알아봤다. 쥐의 폐조직을 현미경으로 200배 확대해서 관찰한 사진. 건강한 쥐(A)와 달리 천식을 유발한 쥐(B)는 폐포와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했다. 중력 변화 없이 회전시킨 쥐(C)는 염증 반응이 그대로인 반면, 지구 중력보다 5배 큰 고중력 환경에서 4주간 머물렀던 쥐(D)는 염증 반응이 감소했다. 5G 고중력 환경이 천식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우주에서의 생리 변화를 연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상에서 병을 치료하는 데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얼핏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는 건강이 나빠질 것 같은데 오히려 건강이 좋아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효 부소장팀은 지구보다 중력(G)이 5배 큰 환경에 천식을 유발한 쥐를 4주 동안 노출시켰더니 기관지와 폐포에 생겼던 염증반응이 줄어들었다는 실험 결과를 2016년 6월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고중력 환경이나 약물치료를 단독으로 할 때보다 두 가지를 병용할 때 치료 효과가 훨씬 크다는 사실도 밝혀 연구결과를 지난해 1월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김 부소장은 “고중력으로 인해 세포골격 구조가 바뀌면서 세포 내로 약물이 더 잘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지구보다 중력이 10배 큰 10G에서는 오히려 천식 증상이 심해졌다”며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만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람을 수 주간 지구보다 몇 배나 중력이 큰 환경에 노출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대 약대 연구팀은 동물이 느끼는 중력의 크기는 자기 질량과 반비례한다는 연구결과를 2015년 10월 ‘사이언티픽리포트’에 실었다. 몸무게가 작은 동물일수록 중력을 강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김 부소장은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천식 실험에 사용했던 최대 5G의 중력은 사람에게는 2G 미만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사람에게는 짧게 노출시켜도 비슷한 수준의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항공우주의학회(AsMA) 등 국제 학회에 가보면 자력으로 발사체를 보낼 수 있는 나라에서는 실제로 우주에 세포배양 장치나 실험동물을 보내 얻은 데이터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은 아직 우주정거장이 없고 우주인을 보낼 여력이 없어 지상에서만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후 한국에서도 발사체를 여럿 보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실험을 통해 직접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누리호)가 2021년 발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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