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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신위성기술 代 끊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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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신위성기술 代 끊길 위기"

2019.06.17 03:00
염인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기술연구그룹장. 30년 가까이 통신위성을 연구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 강국인 한국은 지상망이 워낙 발달해 상대적으로 통신위성 연구가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대전=윤신영 기자
염인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기술연구그룹장. 30년 가까이 통신위성을 연구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 강국인 한국은 지상망이 워낙 발달해 상대적으로 통신위성 연구가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대전=윤신영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전세계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묶는 거대한 실험에 착수했다. '스타링크'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위성 1만개 이상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전파가 닿지 않는 남극이나 사막은 물론 운항 중인 항공기·선박에서도 인터넷 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과 원웹도 수년 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시작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염인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기술연구그룹장은 "ICT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에서 의외로 소외된 분야가 통신위성"이라며 "통신위성은 쉽게 개발을 포기해서는 안되며 우주의 ‘위성 영토’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 그룹장은 1990년부터 한국의 통신위성의 탑재체 기술을 연구해 온 이 분야 대표적인 국내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현재도 현역으로 운영중인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1호’의 통신탑재체를 개발할 때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팠다. 그는11일 대전 ETRI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도 거의 없는 현실에서, 자칫하다가는 안 그래도 치열한 통신위성 운영 궤도 및 주파수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염 그룹장은 “한반도 3만 6000km 상공에 위치한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1호의 후속인 천리안 2A, 2B만 봐도 통신위성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천리안 2호는 천리안 1호의 세 가지 임무 가운데 기상(2A)과 해양 및 환경 관측(2B)의 기능을 각각 물려 받았다. 하지만 통신위성은 없다. 염 그룹장은 “천리안 1호의 통신탑재체를 자체개발하면서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이후 후속 연구과제가 없어 30~40명에 달하던 연구팀이 대학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며 “현재는 핵심인력 몇 명만 남아 기초연구만 근근이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연구의 대가 끊길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천리안 외에, 민간기업 KTSAT이 운영중인 무궁화 위성 5, 6, 7, 8, 5A호 등의 통신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 위성기업에서 제작한 위성이다.

 

무궁화5A호(왼쪽)와 무궁화7호 조감도. KT샛 제공
무궁화5A호(왼쪽)와 무궁화7호 조감도. KT샛 제공

염 그룹장은 “운영하던 통신위성의 후속 위성을 올리지 않는 게 생각보다 큰 손해”라고 말했다. 정지궤도 위성은 올라갈 수 있는 수가 수백 기로 한정돼 있고 이미 포화 상태라 궤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보유하던 위성이 사라지면 궤도에 대한 권리를 빼앗길 수 있다. 천리안1호는 통신용으로 초고화질(UHD) 위성방송서비스 등을 할 수 있는 주파수(Ka밴드)를 확보해 사용하고 있는데, 후속 통신위성이 없으면 이 주파수를 내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안보도 중요한 고려 요건이다. 자국의 위성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이야 말로 해킹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상업적 가치는 폭발적으로 느는 중이다. 현재 전세계 위성시장의 규모는 약 300조 원으로 추정된다. 2017년 메릴린치는 이 시장이 2045년경 10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통신위성 시장이다. 특히 지상의 위성 단말기 시장이 크다. 자율주행선박과 드론 등 무인이동체가 본격 활용되면 통신위성과 단말기 수요는 더 커질 예정이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올해 새로운 통신위성 기획연구가 시작됐다. 새 통신위성에는 수자원 관측과 지상의 위성항법신호 보정용 탑재체 등을 함께 올릴 것도 검토 중이다. 또 통신 서비스 영역을 능동적으로 조절하고 통신방해 공격을 회피하는 기능 등이 추가돼 최첨단 통신 서비스를 경험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염 그룹장은 “올해 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2021년부터 차세대 통신위성 개발에 뛰어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위성 개발부터 발사까지는 다시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빨라야 2026년에야 우리 기술로 만든 고성능 통신위성이 다시 궤도에 오른다. 염 그룹장은 “이번 R&D 과제는 후속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그들이 언젠가 한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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