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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사기 진작한다더니…22년 전통의 과학자상 공표 안한 과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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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13일 12:33 프린트하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소개 홈페이지 캡처.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소개 홈페이지 캡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매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한다. 1997년 제정된 이 상은 22년간 총 266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서울경제와 공동 주관하는 이 상을 홍보하면서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자를 발굴·포상해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제정했다고 밝혀왔다. 

 

이 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쟁쟁하다.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이면 어김없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 후보 과학자들로 손꼽힌다.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호암상’을 수상한 과학자들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경우가 많다.

 

2001년 8월, 2002년 8월 각각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유룡 KAIST 화학과 교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이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활약한 이상엽 KAIST 교수도 2001년 3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고 2017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오우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은 서울대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 교수재직 시절인 2009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고 올해 호암상 의학 부문을 수상했다. 문재인 정부의 과학계 핵심 실세로 통하는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도 2006년 8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국내 과학자들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과학자상을 받기 위해 거쳐가는 일종의 관문인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7일 오전 6월 둘째주 주간보도계획을 배포하면서 이달 12일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를 발표한다는 내용을 보냈다. 과학기술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제정됐다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거의 매월 빠짐없이 공표됐다. 언론의 관행상 보통은 다른 매체가 주관하는 상을 보도하지 않지만 그간 수상자의 수준과 상의 권위를 감안해 각 언론사 과학담당 기자들은 수상자의 수상 소식과 수상할 수 있었던 연구성과를 자세히 다뤘다.

 

그러나 정작 12일 오전 보도계획에 맞춰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 발표 내용이 빠졌다. 대신 12일 저녁 상을 공동 주관하는 언론사인 서울경제는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가 6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간보도계획. 왼쪽이 먼저 배포한 보도계획 자료이며 오른쪽이 수정한 보도계획 자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간보도계획. 왼쪽이 먼저 배포한 보도계획 자료이며 오른쪽이 수정한 보도계획 자료다.

자초지종을 확인한 결과 과기정통부는 12일 보도자료를 배포하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앞서 7일 배포한 주간보도계획을 수정한 새 보도계획에 슬그머니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발표를 뺐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가 22년간 매월 발표해온 수상자 발표를 누락한 이유를 확인한 결과 6월 수상자인 곽준명 DGIST 교수가 최근 SBS를 통해 보도된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단장 남홍길 DGIST 교수)의 연구비 집행 부적정 사용과 관련해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의 특별점검과 종합감사 결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발표 자료가 누락된 것은 이번 수상자가 공교롭게도 최근 불거진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감사와 관련이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감사관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요청을 해왔다”며 “과학기술인상을 수여하는 입장에서는 알리고 싶지만 혹시나 수상자가 감사 결과 징계 처분을 받을 경우 문제나 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 국장은 또 “이미 올해 상반기 수상자를 결정할 때 한번 대외적으로 알린 적이 있어 별도로 자료를 내지 않는다고 당사자에게 설명드렸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와 과학기술인상을 공동 주관하는 한국연구재단 담당자는 “작년 하반기 수상자 선정 공고 이후 작년 연말에 수상자를 선정하고 매월 1명씩 발표하고 있다”며 “보도자료 초안을 과기정통부에 보냈으며 과기정통부가 갑자기 내부 상황으로 보도를 유예한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6월 수상자인 곽준명 DGIST 교수는 2014년 1월 13일부터 2017년 11월까지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그룹리더로 참여했다. 현재 DGIST 교수로 2017년 12월부터 외부 학연교수로 IBS 연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곽준명 DGIST 교수가 6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다룬 서울경제 12일 온라인 보도 캡처
곽준명 DGIST 교수가 6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다룬 서울경제 12일 온라인 보도 캡처

SBS은 이달 4일 남홍길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장이 거액 연구비 받아 챙겨 연구 보고서를 돌려쓰고 연구비로 연구실 인테리어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과기정통부 감사 결과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리더로 활동한 곽 교수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기정통부는 5일 “2월부터 5월까지 IBS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했으며 감사처분심의위원회를 5일 개최했다”며 “심의위 결과에 따라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등 일부 연구비 부당집행 등 적발된 내용에 대해 환수, 징계 등 규정에 따라 조치하도록 IBS에 요구했다”는 짧은 자료만을 냈다. 부처 감사 내용의 사전 유출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는 짧은 해명만 대변인실을 통해 전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이같은 감사 결과에 수상자가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을 강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 전 수상자로 선정됐더라도 감사 결과 조치 대상자로 포함됐다면 수상을 취소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과기정통부가 감사 결과에 확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언론보도에 흘러나온 수준의 설명 자료 외에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에 ‘공공기관 정보 공개 청구’를 신청했지만 공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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