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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리포트]난도 괭이갈매기들 왜 예민할까 '그놈의 정력과 피부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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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리포트]난도 괭이갈매기들 왜 예민할까 '그놈의 정력과 피부미용'

2019.06.15 06:00
매년 4월 말에서 5월 사이 충남 태안군 난도에는 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섬을 찾는다.위키미디어 제공
매년 4월 말에서 5월 사이 충남 태안군 난도에는 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섬을 찾는다. 위키미디어 제공

지난 4월 충청남도 태안 난도에 사는 괭이갈매기들의 알 1600개 가량이 없어졌습니다. 알을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훔쳐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난도에 침입한 불법 채취단

 

괭이갈매기 불법 채취단 검거 현장. 태안해경 제공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괭이갈매기 2만 8000여 마리는 충남 태안군 난도로 향합니다. 괭이갈매기는 두 달 동안 난도에 머무르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1982년 문화재청은 섬 전체를 천연기념물(제334호)로 지정해 괭이갈매기 번식지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난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미리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4월 20일, 허가받지 않은 3명이 배를 타고 몰래 난도에 발을 디뎠습니다. 한 시간 정도 머무르며 괭이갈매기 알 1000개를 양동이에 담은 이들은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취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홍합 등 수산물을 추가로 채취한 후,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하고 있던 충남 태안해경이 괭이갈매기 알을 차로 옮기는 현장을 덮쳐 이들을 검거했습니다.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난도는 예로부터 ‘알섬’ 또는 ‘갈매기섬’으로 불렸다. 이름에도 알을 뜻하는 한자 ‘卵(난)’을 품고 있다. 서원수 제공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난도는 예로부터 ‘알섬’ 또는 ‘갈매기섬’으로 불렸다. 이름에도 알을 뜻하는 한자 ‘卵(난)’을 품고 있다. 서원수 제공

혐의가 입증되면 문화재 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다음 날인 21일에도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취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관광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태안해경은 또 다른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태안군 격렬비열도에서 알 600개를 불법 채취한 2명을 잡았습니다. 격렬비열도는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괭이갈매기 알을 채취하는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정력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타고 알 1개 당 2000~5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장호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자원연구부 자연환경연구과 연구관은 “철저한 관리와 검사를 거치는 계란과 달리 야생에서 채취한 괭이갈매기 알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과거 먹을 것이 부족해 괭이갈매기 알을 먹기도 했지만 건강에 좋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번식을 위해 알을 다시 가져다 놨다면

둥지 속 새끼와 알. 알의 가장 긴 부분의 길이는 62mm 정도이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둥지 속 새끼와 알. 알의 가장 긴 부분의 길이는 62mm 정도이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태안해경은 압수한 알 1600개를 두고 어떻게 할지 고심했습니다. 불법 채취 일당이 꺼내온 알들은 대부분 산란 초기였는데 둥지에서 괭이갈매기가 잘 품기만 했다면 부화에 성공했을 것입니다.하지만 이제 와서 둥지에 알을 갖다 놓자니 괭이갈매기에게 또다른 피해를 입힐 위험이 있습니다.

 

괭이갈매기는 둥지에서 알이 사라지면 그만큼 알을 다시 낳습니다. 일 년 동안 준비한 번식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알 한 두 개를 다시 둥지에 갖다 놓으면 괭이갈매기는 원래 계획보다 많은 새끼를 키워야 합니다. 현재 둥지에 알이 아예 없는 상태더라도 곧 알을 낳을 계획이기 때문에, 결과는 똑같습니다. 

 

괭이갈매기와 같은 바닷새는 산새보다 새끼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두 달 동안 바다와 섬을 오가며 새끼에게 먹이를 구해다 주는데, 새끼가 성장할수록 필요한 먹이의 양은 늘어납니다. 이렇게 열심히 키워도 홀로 사냥을 할 만큼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개체는 많지 않습니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김미란 연구원의 조사 결과, 성공적으로 성장해 7~8월 부모와 함께 난도를 떠나는 새끼는 30%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새끼 한둘을 늘리는 것은 일 년 동안 준비한 번식 계획을 망칠 수 있습니다. 

 

태안해경은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알 1600개를 국립공원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세 곳에 연구목적으로 기증했습니다. 

 

괭이갈매기 알로 해양 환경 알아낸다

괭이갈매기 알이 환경시료가 되기까지의 과정. 상하지 않게 운반된 알은 껍데기 표면의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메스로 절개해 알 내용물을 빼낸 후 냉동시킨다. 냉동된 알을 분쇄기를 이용해 알갱이로 만든 후 초저온 저장탱크에 보관한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괭이갈매기 알이 환경시료가 되기까지의 과정. 상하지 않게 운반된 알은 껍데기 표면의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메스로 절개해 알 내용물을 빼낸 후 냉동시킨다. 냉동된 알을 분쇄기를 이용해 알갱이로 만든 후 초저온 저장탱크에 보관한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이번에 500개의 알을 인도받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부터 매년 조금씩 괭이갈매기의 알을 수집해 왔습니다. 번식기마다 허가를 받고 통영 홍도와 울릉도, 백령도를 찾아가 각각 40개의 알을 채취했습니다. 괭이갈매기 알이 해양 환경을 알아보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괭이갈매기는 해양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입니다. 따라서 괭이갈매기 체내에는 먹이사슬을 거치며 축적된 해양의 오염 물질이 쌓여 있습니다. 그래서 괭이갈매기 체내에 쌓여 있는 오염 물질의 양을 분석하면 해양의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삼면 바다에 모두 살고, 텃새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괭이갈매기를 직접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신 괭이갈매기가 낳은 알을 분석해 해양 환경의 변화를 알아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수집한 알을 분쇄해 국가환경시료은행의 초저온 저장 탱크에 보관 중입니다. 현재는 중금속과 살충제의 한 종류인 DDT 등의 오염 물질을 살펴보는데, 미래엔 새로운 오염 물질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냉동보관 중인 괭이갈매기 알을 분석하면 새로운 오염 물질이 언제부터 해양에 존재했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장호 연구관은 “서해에서 백령도보다 남쪽 지역에 새로 알을 수집할 번식지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난도의 알을 얻게 됐다”며 “서해 해양 환경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난도의 괭이갈매기들이 예민한 이유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김미란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연구부 책임연구원은 괭이갈매기 번식기마다 통영 홍도와 독도, 태안 난도를 찾아 번식 시기와 번식 밀도, 알의 크기 등을 꼼꼼히 기록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김 연구원은 최근 홍도와 난도에 사는 괭이갈매기들이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미란 연구원

홍도 괭이갈매기는 몸짓을 크게만 하지 않으면 팔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다가오는 반면 태안 난도의 괭이갈매기들은 항상 연구팀이 발을 딛자마자 한꺼번에 날아갔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유독 예민하게 반응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불법으로 알을 채취하는 사람들을 자주 겪었기 때문에 지레 겁먹고 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알의 크기를 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보면 난도의 알은 다른 곳보다 조금 작다. 김 연구원은 " 그동안은 먹이나 환경의 영향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불법 채취를 당한 후 새로 낳은 알이라서 다른 곳보다 작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특히 같은 부모일 때 나중에 태어난 알의 크기가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태안해경에서 받은 알과 올해 연구팀이 난도에서 잰 알의 크기를 비교해서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야외에선 정확히 구별할 수 없었던 알 색깔과 패턴의 차이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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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김미란 책임연구원(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연구부), 김철수 경사(태안해양경찰서 수사과), 이장호 연구관(국립환경과학원 환경자원연구부 자연환경연구과), 홍상희 책임연구원(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해성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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