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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고학산책]냉동인간 ‘외치’는 왜 알프스 계곡에서 숨을 거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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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고학산책]냉동인간 ‘외치’는 왜 알프스 계곡에서 숨을 거뒀나

2019.06.22 06:00
지구온난화로 인해 눈이 녹이며 한 시체가 드러났다. 당시 외치가 발견된 모습. 하반신이 아직 녹다 만 빙하 속에 묻혀있다.  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 제공
지구온난화로 인해 눈이 녹이며 한 시체가 드러났다. 당시 외치가 발견된 모습. 하반신이 아직 녹다 만 빙하 속에 묻혀있다. 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 제공

올 초 해외 언론들은 에베레스트산 곳곳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1922년 이후 지금까지 200명 이상의 등반가가 에베레스트에서 숨을 거뒀는데, 지구온난화로 눈이 녹으면서 그 아래 묻혀있던 시신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 중에는 1970년대 실종된 영국 탐험대원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오래전 불의의 사고를 겪은 등반가가 있습니다. 일명 ‘아이스맨’이라 불리는 냉동인간 ‘외치’입니다. 

 

알프스에서 발견된 냉동인간


1991년 9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지역인 알프스 산맥 해발고도 3200m 지점에서 등산을 즐기던 독일인 두 명이 얼음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시신을 발견합니다. 깜짝 놀란 그들은 사고를 당한 등산객을 발견한 줄 알고 양국의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 사체가 평범한 등산객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패딩 재킷이 아니라 염소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송아지 가죽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등산 배낭 대신 사슴 가죽으로 만든 화살집과 뼈로 만든 송곳, 석기를 가지고 있었고, 등산화 대신 가죽에 풀을 채운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사체와 유물로 방사성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등산객이 눈에 파묻힌 시점은 기원전 3300년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 온전하게 보존된 냉동인간입니다. 냉동인간이 발견된 외츠탈 계곡과 전설의 설인 예티를 따서 ‘외치’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고고학자는 인간의 과거를 복원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대개 쓰레기와 같이 인간이 남긴
흔적을 바탕으로 연구하지만, 가끔 운 좋게 과거에 살던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도 있습니다. 외치 같은 미라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생물의 조직은 아주 건조하거나, 춥거나, 물에 잠기는 것처럼 부패가 일어날 수 없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잘 보존됩니다. 심지어는 위장 속의 음식물이나 혈액까지도 보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라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의 몸속에 들어있는 엄청난 정보는 고고학자들에게 보물이나 다름없는 타임캡슐인 셈입니다.

 

외치는 어쩌다 빙하 골짜기에 묻힌 걸까?

 

미라가 된 외치를 분석하는 학자들. 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 제공
미라가 된 외치를 분석하는 학자들. 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EURAC/Samadelli/Staschitz 제공

고고학자들의 가장 큰 의문은 외치가 왜 알프스의 험한 빙하 골짜기에서 발견되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은 외치가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는 설이 유력했는데,  위장에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외치는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몸 여기저기에 심각한 상처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X선으로 외치의 몸을 촬영하자, 왼쪽 어깨에 화살을 맞은 자국이 발견되고, 외치의 무기에서 다른 사람들의 핏자국도 검출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고고학자들은 외치가 싸움 도중 목숨을 잃었으며, 최초의 살인사건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증거가 더 모이지 않는 한 앞으로도 외치가 죽은 이유를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 겁니다. 고고학자들이 추측하는 외치의 마지막 순간은 이렇습니다. 알프스 남쪽에서 살던 사냥꾼 외치는 병에 걸려 몇 달간 심하게 앓은 후 알프스를 올랐습니다. 하지만 싸움에 휘말려 부상을 입은 탓인지, 몸이 좋지 않아 발을 헛디딘 탓인지 깊은 상처를 입은 외치는 피를 많이 흘린 채 숨을 거둡니다. 그의 몸은 따뜻한 가을바람에 바싹 말랐고, 얼음 밑에 갇히면서 미라로 보존되었습니다. 이후 5300년이 지나,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온 먼지가 빙하 위에 쌓였습니다. 어두운 색깔의 먼지가 햇볕을 흡수하면서 얼음이 녹았고, 마침내 외치가 두 독일인 등반객 앞에 모습을 드러난 것입니다. 

 

슬프지만, 이런 사고 때문에 외치의 몸은 빙하 속에서 온전히 보존되었습니다. 그리고 반만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모습을 드러낸 외치는 현대인에게 당시의 모습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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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은별(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시흥 오이도 유적, 구리 아차산 4보루 유적, 연천 무등리 유적 등 중부 지역의 고고학 유적 발굴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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