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패러다임 전환 현실화하는 룩셈부르크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인도에 이어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의 정부 중심 우주개발 및 우주산업 육성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냉전 시절 로켓 및 위성 등 기술 중심 경쟁으로 촉발된 우주개발 경쟁이 정부보다는 민간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나 구소련의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거대 프로젝트가 아닌 소형 발사체와 큐브샛 등 민간 기업 중심의 접근이 우주산업을 훨씬 큰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만들고 있다.
기존 우주선진국과는 다른 접근전략으로 우주 개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국가들도 두각을 나타낸다. 아랍에미리트(UAE)나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등이 대표적이다. 우주개발에서는 비교적 변방이었던 이들 국가들은 우주개발을 국가의 혁신 비전으로 내세울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중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에 둘러싸인 유럽 내륙 작은 국가 룩셈부르크는 최근 3~4년 동안 가장 주목받는 우주개발 국가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공동 창업한 미국 우주광산 회사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지구 대기권 밖의 수분을 탐사할 수 있는 소형 위성을 자체 개발했다. 소행성에 있는 광물을 직접 채굴하는 데 밑바탕이 될 위성으로 평가받았다.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래리 페이지가 공동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룩셈부르크 정부다. 2016년 룩셈부르크는 이 회사에 2800만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했다.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민간 우주 콘퍼런스 ‘뉴스페이스 2017’에서 에티엔 슈나이더 룩셈부르크 경제부총리는 우주 광물을 탐사하고 채굴해 경제 성장 및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소행성이라는 미지의 천체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뛰어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주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일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의지는 곧 실행으로 옮겨졌다. 2016년 룩셈부르크는 소행성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광물 자원인 금이나 텅스텐 등을 채굴할 수 있는 법제도 작성에 돌입했다. 우주 자원을 채굴한 기업이 캐낸 자원에 재산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슈나이더 부총리는 “작은 국가가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우주자원 계획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주산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국가 계획이며 룩셈부르크가 유럽의 우주 자원 탐사 및 활용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룩셈부르크는 유럽 지역 철도, 도로의 기점이었으며 전통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철강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금융업에 눈을 돌렸고 우주를 포함한 신산업 육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철강 회사 ‘아르셀로미탈’과 세계적인 위성 운영회사 ‘SES’가 룩셈부르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유럽 재판소나 유럽 의회 사무국, 유럽 투자 은행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신산업인 우주산업과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고 있다.
슈나이더 부총리는 “전통 철강업 기반에 자유롭고 비즈니스 친화적인 분위기가 갖춰져 투자가 활성화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10~15년 뒤에는 우주산업 혁신을 통한 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래리 페이지가 공동 창업한 미국 우주광산 회사 ‘플래니터리 리소시스’ 의 연구현장 모습 (동영상이 안보인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9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