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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소음 적고 민첩한 닥터드론 한국에선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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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소음 적고 민첩한 닥터드론 한국에선 뜰까

2019.06.20 16:52
 

최근 '닥터헬기의 소리는 생명입니다' 캠페인이 주목을 끌고 있다. 닥터헬기란 응급환자를 치료할 장기나 의약품을 나르기 위한 목적으로 출동하는 헬기다. 2011년 인천 가천대 길병원과 전남 목포한국병원이 처음으로 도입한 뒤, 단국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아주대병원 등에서 모두 총 7대의 닥터헬기가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효용가치에도 불구하고 매번 비행할 때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뿐 아니라 국내 환경상 헬기가 아무데서나 이착륙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에서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지역은 약 800곳이 지정돼 있지만 밤에 이착륙이 가능한 곳은 10%에 머문다. 특히 헬기가 필요한 도서산간 지역에서는 이착륙 지점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에는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병원의 인근 주민들이 100데시벨이 넘는 헬기 소리에 집단 민원을 넣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닥터헬기의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콘셉트로 릴레이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다. 

 

이미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나르는 드론 상용화

아프리카 르완다와 가나에서 혈액샘플 등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의료용 드론 ′집라인′. 시속 약 100km로 날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낙하산에 샘플을 달아 조심스레 떨어뜨린다. 집라인 제공
아프리카 르완다와 가나에서 혈액샘플 등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의료용 드론 '집라인'(왼쪽). 시속 약 100km로 날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낙하산에 샘플을 달아 조심스레 떨어뜨린다(오른쪽). 집라인 제공

닥터헬기 운용과 관련한 문제는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이식 장기를 관리하는 장기이송통합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지난해 11만 4000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이식 장기를 기다렸지만 이 중 4%는 2시간 이상 이송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5%는 아예 목적지까지 오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헬기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환자를 1분1초라도 더 빨리 살리는 대안으로 드론에 주목하고 있다.  환자나 의약품, 의료기기, 혈액이나 장기를 싣고 원격조종으로 목적지까지 신속하게 날아가는 닥터 드론이다.

 

단순히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용도의 드론은 이미 2014년에 개발돼 현재 실전에서 활용되고 있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반경 12km 안에 있는 환자에게 시속 97km 속도로 1분 내로 날아가 심장 제세동기를 이송하는 응급용 드론을 만들었다.

 

미국 드론 개발 스타트업 집라인은 아프리카 르완다와 가나에서 혈액샘플, 의약품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시속 약 100km로 비행하는 드론을 개발했다. 병원에서 거리가 먼 마을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를 위해 혈액샘플을 전달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지금까지 130만 명이 넘는 환자를 살렸다. 이 드론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공중에서 의약품에 낙하산을 달아 떨어뜨린다. 

 

지난 4월 26일에는 미국 메릴랜드병원 외과 의료진이 최초로 살아있는 신장을 드론으로 이송받는 데 성공했다(https://youtu.be/7QbQsBt5kHg). 의료진은 이보다 앞서 응급수술에 쓰일 장기를 효율적으로 이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맞춤형 드론을 제작했다. 가벼울수록 비행이 쉽기 때문에 탄소복합체로 만들었으며 장기를 비롯해 4kg 까지 탑재 가능하다.  

 

드론 안에는 카메라와 함께 GPS 장치가 있어 이송할 위치를 지정하면 자율비행하거나 리모컨으로 원격조정할 수 있다. 또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비행 중 고장이 나도  장기를 안전하게 지상까지 싣고 내려올 낙하산까지 갖췄다. 실제 메릴랜드병원의 드론은 신장을 싣고 병원까지 3마일(약 4.8km)을 성공적으로 비행했다.  

 

병원 측은 이식 장기뿐 아니라 심장질환자에게 당장 필요한 제세동기, 수혈할 혈액샘플, 긴급재난 시 구호물품과 의약품도 이송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환자 수송용 드론은 AI로 안전 확보

모리 가리브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구겐하임 항공연구소 항공및생체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1인승 환자 수송용 드론(아래쪽)과, 이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위). 칼텍 제공
모리 가리브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구겐하임 항공연구소 항공및생체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1인승 환자 수송용 드론(아래쪽)과, 이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위). 칼텍 제공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서는 최소 한 명 이상 탑승이 가능해야 한다. 모리 가리브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구겐하임 항공연구소 항공및생체공학과 교수팀은 2017년 시속 약 241km 속도로 응급환자를 실어나르는 1인승 드론을 개발했다. 드론에는 의료진 대신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간단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 드론이 닥터헬기와 다른 점은 전기로 비행한다는점이다. 소음이 없고 이착륙이 훨씬 수월하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또 건물과 건물 사이, 송전탑 근처에서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타고 있는 만큼 비행 중 실종이나 추락 등 사고가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연구팀은 현재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드론의 위치와 속도를 추적하고 가장 안전하고 충격이 적게 착륙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닥터드론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 헬기에 비해 기체가 작아 날씨가 나쁜 날엔 비행이 어렵고 먼 거리를 비행하기엔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으로 자체 충전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비행고도가 낮아 건물과 지상의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테러를 당할 위험이 크다. 이를 위해선 물체를 감지 회피 시스템의 정확성를 높일 필요가 있다. 법적인 규제도 아직 남아있다. 닥터드론이 언제 어디서든지 이착륙하려면 수많은 법적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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