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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학자 집념으로 장애인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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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학자 집념으로 장애인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눈앞’

2019.06.24 11:20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EPA/연합뉴스

20일 대전 소재 KAIST 기계공학동엔 오전부터 취재진이 몰려들였다. 지난 2016년 스위스에서 처음 열린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웨어러블 로봇 종목 3위를 차지한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내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2회 대회 출전을 앞두고 웨어러블 로봇을 직접 공개하는 자리였다. 인조인간을 의미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의 합성어인 ‘사이배슬론’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 등 공학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겨루는 국제대회로 4년에 한번씩 열린다. 

 

많은 취재진이 모여 어수선한 가운데 웅성웅성 불만어린 목소리가 나왔다. 내년 사이배슬론 출전 로봇을 기대했지만 2016년 출전해 3위에 입상한 김병욱(45) 선수가 당시 착용한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시연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로봇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일부 취재진은 다소 허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년 사이배슬론에서 선보일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용 ‘워크온슈트’는 재활 의료기기로 인증받은 제품으로 출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직 인증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출정식을 한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다면 인증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시연 행사 후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경철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대회 입상만을 목표로 한 웨어러블 로봇이 아닌 실질적으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그만의 철학이 담긴 셈이다. 

 

20일 대전 KAIST 기계공학동에서는 2020년 사이배슬론 참가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시연 행사가 열렸다. 대전=김민수기자
20일 대전 KAIST 기계공학동에서는 2020년 사이배슬론 참가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시연 행사가 열렸다. 대전=김민수기자

● 3위 입상···그리고 깨달음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2016년 대회 출전해서 3위 입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돌아오면서 입상의 기쁨보다는 무언가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빠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는다면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하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서있을 수 있는 동작이었던 점을 간과한 것이다. 

 

공 교수는 “서강대에 몸담고 있을 때 대회 출전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면서 많은 노력을 들였고 순위에 오르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놓치고 몰랐던 부분도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며 “사이배슬론 대회 평가 항목인 걷고 앉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 등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분들이 로봇을 착용하고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돕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 교수 연구팀은 목발을 짚고 있지 않아도 편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의 원래 목표인 재활이라는 컨셉트에 초점을 맞췄고 기존의 엉덩이 관절, 무릎 관절 보조 기술에 이어 이번에는 발목 관절까지 보조하는 설계를 진행했다. 

 

김동욱씨가 2016년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수상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김민수기자
김병욱씨가 2016년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수상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김민수기자

공 교수는 “발목 관절 보조까지 가능해지면 서있거나 걷는 동작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안정화된다”며 “서 있을 때 목발을 짚지 않고 마트에서 물건을 집어 카트에 넣을 수도 있을 정도로 편안함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발목 관절 보조 장치까지 결합하면 로봇 전체를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도 훨씬 복잡해지고 발목 쪽에도 장치가 부착되기 때문에 무거워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경량 모터 모듈을 새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발목 관절 보조에 들어가는 장비의 무게를 30~40% 가량 줄였지만 전체 로봇 무게는 기존 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경량 모듈을 만들었지만 새롭게 추가되는 부품들로 인해 전체 무게는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맞춤형 알고리즘도 추가했다. 인공지능 기술인 머신러닝을 기본적인 수준에서 적용해 착용자가 의도하려는 동작을 미리 파악해서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탑재했다. 기존 로봇은 모든 동작 기능을 착용자가 임의대로 선택해야 했다. 착용자의 패턴을 학습해 상황에 맞는 동작을 알아서 제안해주는 방식으로 진화시켰다. 

 

공 교수는 “현재 내년 대회에 출전한 워크온슈트 프로토타입이 완성됐으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내년 대회 출전을 위한 대형 컨소시엄을 구성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연구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집념이 대형 컨소시엄으로

 

공경철 KAIST 교수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전=김민수기자
공경철 KAIST 교수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전=김민수기자

2년여전 서강대에서 만났던 공 교수는 연구비 부족 등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출을 받아 연구비를 충당하기도 했다는 그는 서강대 재직 당시 ‘SG메카트로닉스’라는 재활로봇 기업을 창업했고 지속적인 투자 유치 노력 끝에 LG전자의 투자를 받아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와 공동으로 ‘엔젤로보틱스’를 재창업했다. 

 

그 사이 함께 연구하던 연구원이 영남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힘을 합쳤다. 판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연구과제 형태로 대회 지원에 나섰다. 여기에 재활공학연구소, 교통재활병원, 선문대학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까지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엔젤로보틱스가 로봇 기술을 담당하고 사람의 신체와 맞닿는 부분에 적용될 기술으 재활공학연구소가, 출전 선수에 적용하는 임상 훈련 분야는 세브란스재활병원이 맡았다. KTL은 인증 과정을 도움을 주기로 했다. 

 

2016년 대회에서는 김병욱 선수가 유일한 선수였지만 2020년 대회에서는 세브란스재활병원, 재활공학연구소, 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 각각 선발한 총 7명의 선수 후보가 준비한다. 모든 선수에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워크온슈트4.0’을 지급해 보행 훈련을 진행한 뒤 올해 11월 대회에 출전할 선수 1명과 보궐 선수 1명이 최종 선발된다. 

 

공 교수는 “노력하다 보니 이처럼 판이 커지게 됐다”며 “로봇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자들의 관심은 물론 정부기관, 병원, 일반 대중의 관심도 매우 커졌다”고 평가했다. 

 

● 하반신 부분마비 장애인들이 더 많아...‘엔젤슈트’ 상용화 눈앞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지난 대회를 바탕으로 LG전자 투자를 받은 뒤 엔젤로보틱스를 재창업, 그동안 ‘워크온슈트’보다 가벼운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 슈트’를 개발했다. 사이배슬론 대회에서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들이 사용할 외골격로봇으로 경쟁하지만 실제로는 하반신 부분마비 장애인들이 훨씬 많다는 현실을 감안한 노력이다. 

 

공 교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의 혜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엔젤슈트’를 개발했다”며 “현재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와있고 여러 사람들이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며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신기술사업팀에서 투자를 받아 제작된 엔젤슈트는 공산품 인증을 받았다. 판매를 위한 제품으로 만들기까지는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등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공 교수는 “엔젤슈트는 ‘보조기’ 개념으로 판매할 준비를 마무리했으나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해 현재 베타테스트중”이라며 “연구실에 있던 기술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상용화 현실화가 조만간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앞두고 시연(김민수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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