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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51년생 엄마 세대보다 "살기 더 고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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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51년생 엄마 세대보다 "살기 더 고달파"

2019.06.27 18:48
한국 청년, 특히 여성 청년의 자살률이 중장년 자살률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 청년, 특히 여성 청년의 자살률이 중장년 자살률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현재 20~30대 여성의 자살률이 과거 20~30대 여성에 비해 5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이 세대가 고령화하기 전에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의 청년은 행복한가'를 주제로 열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콜로키움에서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는 한국과 일본 청년의 자살률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청년이란 20~30대를 말한다.

 

노인 세대 자살률 높은 이유 일본은 코호트 효과, 한국은 연령 효과

 

2017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연령대별 자살사망자 수. 한국의 경우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연령효과′가 나타난다. 장숙랑 교수 제공
2017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연령대별 자살사망자 수. 한국의 경우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연령효과'가 나타난다. 장숙랑 교수 제공

장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1985~2015년 자살사망자 통계를 활용해 한국과 일본을 비교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5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령 대비 10만명당 자살사망자 수에서 최상위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도 비슷하다. 사회적으로도 입시지옥이나 학교폭력, 금융위기와 경제적 빈부차에 따른 불평등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장 교수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에서 자살이 발생하는 패턴은 조금 다르다.  일본은 20대 후반의 젊은 세대부터 80세 이상 노인 세대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에 걸쳐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약 20명대로 비슷했다. 반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이 젊은 세대(13.3명)에 비해 노인 세대(48.8명)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장 교수는 "한국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급증하는 '연령효과'가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1981년 이후 탄생 여성 자살사망률은 50년대생의 5배 이상

 

1951년생을 기준(1)으로 비교한 한국과 일본의 남녀 자살사망률. 한국 여성 청년의 자살사망률이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숙랑 교수 제공
1951년생을 기준(1)으로 비교한 한국과 일본의 남녀 자살사망률. 한국 여성 청년의 자살사망률이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숙랑 교수 제공

문제는 출생연도 단위로 자살사망률을 조사한 코호트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다. 장 교수는 연령과 출생연도, 연도 등을 변수로 넣어 개발한 수학모델로 전 세대가 동일한 연령이라고 가정했을 때 각 출생연도의 자살사망률을 비교했다. 앞서 연령대별로 자살사망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1940년생과 1950년생이 50세에 자살했을 때 동일한 50세로 집계가 되지만, 이 코호트 연구 결과에서는 각 출생연도가 모두 ○○세였을 때의 자살사망률을 알 수 있다.

 

장 교수는 역시 WHO의 1985~2015년 자살사망자 통계를 활용해 연령별 자살사망률에서 가장 평균인 1951년대생을 기준으로 잡고, 5년씩 구분해 자살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봤다. 한국의 경우 출생연도가 비교적 최근일수록 자살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1956년생 여성에 비해 1970년생 여성이, 1970년생 여성에 비해 1997년생 여성의 자살률이 높았다. 1951년생 여성에 비해 1982년생 여성의 자살률은 5배 높았고 1986년생과 1996년생은 각각 6배와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37세인 1982년생 여성들이 현재 68세인 1951년생 여성들보다 5배 이상 더 많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노인 세대와 청년세대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U자형 그래프가 나타났다. 190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세대의 자살률이 높고, 194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자살률이 낮으며, 현재 20대인 1996년 이후생의 자살률이 높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190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의 자살 건수가 많은 것은 그 세대가 겪었던 상처가 원인이기 때문"이라며 분석했다. 

 

장 교수는 "1981년 이후 탄생한 한국 여성의 자살사망률은 일본에서 2차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의 자살사망률과 비슷하다"며 "이 세대가 전쟁 트라우마 만큼의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상처를 갖고 있다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여성 세대에서 코호트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그는 또 "한국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이 급증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현재 젊은 여성군이 노년이 됐을 때 자살률이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콜로키움에서 청년의 행복과 정신건강 등에 대한 연구성과를 발표했던 전문가들은 극심한 입시경쟁과 고용과 소득, 교육수준, 주거상태 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 청년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결되지 않은 이런 사회적 문제가 결혼과 출산의 지연, 초저출산율과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특히 여성 청년에게 자살률이 높은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장 교수는 "사회적으로 상처를 가진 세대가 고령화하는 것은 장차 국가적인 재난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청년의 자살률, 특히 여성 청년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살예방대책을 청년세대가 스스로 만들어 일궈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노동과 주거, 교육 등을 청년 중심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청년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자살 예방정책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국가예산 전체에서 자살예방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04%로, 일본과 비교했을 때 20분의 1 수준이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가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콜로키움에서 국내 여성 청년의 자살률이 중장년 자살률에 비해 훨씬 높으며,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흥구 제공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가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콜로키움에서 국내 여성 청년의 자살률이 중장년 자살률에 비해 훨씬 높으며,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흥구 제공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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