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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전과 전자전 대응, 안보보다 경제 개념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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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전과 전자전 대응, 안보보다 경제 개념으로 접근해야"

2019.06.27 18:40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간은 일하는 방식대로 전쟁을 수행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인간은 컴퓨터를 통해 일합니다. 인간이 현재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은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전과 전자전이라는 뜻입니다”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는 27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19년 1차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에서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이미 현대전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육군 교육사령부와 KIST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 국방부가 과학자들이 소개하는 첨단 기술을 듣기 위해 여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 모델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사이버전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화된 정보가 돌아다니는 가상의 공간에서 다양한 사이버 수단을 활용해 공격과 방어를 하는 새로운 전장이다. 이를 이루는 것이 전자적인 무기체계에 의해 이뤄지는 군사활동을 뜻하는 전자전이다.

 

사이버전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전쟁의 공간 개념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쟁의 영역이 육상과 해상, 영공으로 구성됐고 최근에는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사이버 영역이 추가됐다. 그래서 사이버 영역을 '제5의 전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활용되는 전자전은 육해공군뿐만 아니라 사이버전과 우주전까지 모든 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이버전이 부각되면서 전쟁의 수행 주체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수행하던 전쟁을 민간에서 나눠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치에서 보는 국가는 전쟁을 비롯한 폭력을 독점하는데 사이버전에서는 폭력이 분산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사이버전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혁명으로 사이버전을 비롯한 다양한 전쟁 환경이 생겨나며 국가가 모든 것을 관리하기 어려워졌다”며 “이에 기업과 단체처럼 국가가 아닌 조직이 전쟁에서 역할을 하며 국가가 장악한 폭력성과 도덕성을 나눠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인간은 일하는 방식대로 전쟁을 수행한다’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해 지금의 전쟁은 사이버전과 전자전으로 이미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지금 인간은 무엇을 통해 일하나, 바로 컴퓨터다”며 “인간이 컴퓨터를 이용한 전쟁인 사이버전과 전자전을 수행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현대전에 활용된 모범적인 교본으로 ‘오차드 작전’을 들었다. 오차드 작전은 2007년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의 핵시설을 공습한 군사작전이다. 2006년 말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가 런던에 투숙하던 시리아 관료의 노트북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기밀자료를 캐내면서 핵시설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 뒤 전투기가 시설을 폭격할 때 시리아군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이스라엘의전투기를 감시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손 교수는 이처럼 현대전에서 중요하게 부상하는 사이버전과 전자전에서 한국군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교수는 “사이버전과 관련해 10년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군이 변하지 않아 우려스럽다”며 “미군은 사이버 요원이 약 9만 명이고 독일은 정규군의 10분의 1이 사이버군이다”고 해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반면 한국 국방부는 사이버작전과가 작전본부가 아닌 지원본부에 있다”며 “아직도 사이버전과 전자전을 지원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군이 사이버전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리더십과 민간주도의 기술혁신, 고강도 훈련이라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우선 최고책임자의 강력한 사이버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의 속도를 군이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민간의 기술을 적시에 도입하기 위해 민군 가교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들고, 기업이 군에서 빠르게 검증받은 기술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예 사이버전사를 양성하기 위해 사이버무기를 시험하고 분석하는 모의훈련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군이 우려하는 것은 군이 사이버전과 전자전에 이용하는 기술을 갖추는 데 대한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신인호 육군 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육군 소장)은 “한국은 사회적 환경과 과거 역사 때문에 사이버 전자전에 국가와 군이 나선다는 데 부정적인 인식이 커 조직을 확충하기 어렵다”며 "사이버전 및 전자전에 군이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산시킬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 등 군 외부의 개념을 강조하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화웨이의 사례에서 보듯, 사이버 문제는 군을 넘어 경제와도 연결돼 있다”며 “국제 환경과 사회의 변화를 고려했을 때 사이버 안보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가 27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19년 1차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에서 사이버전과 전자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가 27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19년 1차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에서 사이버전과 전자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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