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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軍은 왜 사흘간 수백명의 과학자들을 불러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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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軍은 왜 사흘간 수백명의 과학자들을 불러모았나

2019.06.29 11:27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2019년 1차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에는 미래 기술 동향을 듣기 위한 군과 과기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KIST 제공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2019년 1차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에는 미래 기술 동향을 듣기 위한 군과 과기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KIST 제공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이런 콘퍼런스는 없었습니다. 군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가 미래를 보는 선견지명의 장이 되어 신개념을 만드는 융합의 아이콘이 되길 바랍니다. 콘퍼런스가 육군을 첨단군으로 바꾸면서 과학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이달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2019년 1차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육군교육사령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 국방부가 과학자들이 소개하는 첨단 기술을 듣기 위해 여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를 모델로 삼았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에서 매드(Mad)는 '정신나간, 터무니 없는'이라는 뜻으로 미국에서 과학자들의 혁신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서 말도 안되고 터무니 없는 아이디어까지도 포용한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고 있다.

 

‘2030~2050 대한민국의 메가 트렌드 및 미래전’을 주제로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과학기술부터 군사 기술, 사회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35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열띤 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육군 관계자들과 과학기술 산학연 관계자 600여 명은 이 사흘간 행사를 통해 어느 때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영철 육군교육사령관(중장)은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군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집단의 결론을 도출해야만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환영사에서 ″과학은 불확실한 미래 밝히는 등불″이라며 ″과학기술 개발을 위해 민과 군, 산학연의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환영사에서 "과학은 불확실한 미래 밝히는 등불"이라며 "과학기술 개발을 위해 민과 군, 산학연의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군이 민간 전문가들을 대거 초청해 미래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성격의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교통·통신·에너지·자동화·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주제로 과학기술을 논하는 한편 군이 큰 관심을 갖는 주제인 ‘인구 구조 변화가 견인할 미래 한국사회’에 대한 토론도 열렸다. 사이버전 및 전자전, 유무인 하이브리드전, 2030∼2050년 미래 전장 상황에 특화된 주제도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을 적극 도입해 첨단군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육군의 이해와 과학기술이 국방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과학기술계의 생각이 잘 맞물린 행사다. 서 참모총장은 “육군은 2030년까지 ‘한계를 넘어서는 초일류 육군’이라는 비전을 위해 기동성과 치명적인 타격력을 보유하고 실시간 연결과 지능화를 갖춘 첨단과학기술군으로 진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권 KIST 원장은 “한국의 많은 출연연 연구자들은 수십 년간 걸친 연구실적으로 국방 향상에 기여할 다양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잘 활용하면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AI, 드론 등 첨단기술들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1월 ‘인공지능(AI) 연구발전처’를 교육사령부 내에 창설한 데 이어 3월에는 AI와 사이버, 드론, 빅데이터 분야를 연구하는 ‘군사과학기술병’을 처음으로 모집했다. 이러한 육군의 기조에 대해 군 관계자는 “육군 수뇌부가 계속 세대 교체되고 세계적으로도 교류를 많이 해 보며 국방력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KIST도 지난해 육군과 함께 미래국방기술후보 12개를 발굴하는 등 국방기술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4월에는 국방 안보 등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를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K다르파’(K-DARPA) 연구사업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도전적인 연구 지원으로 자율주행과 로봇 등 미래 기술 개발을 이끌어 온 미국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을 모델로 삼고 있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환영사에서 ″KIST는 최초의 해군고속정을 설계해 진수하고 1989년 레이더 기술 활용해 북한의 땅굴 발견했으며 2004년에는 이라크에 감시로봇을 파견하는 등 꾸준히 국방기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IST 제공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환영사에서 "KIST는 최초의 해군고속정을 설계해 진수하고 1989년 레이더 기술 활용해 북한의 땅굴 발견했으며 2004년에는 이라크에 감시로봇을 파견하는 등 꾸준히 국방기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IST 제공

군이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군과 과학기술계의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를 조직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육군교육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학기술이라 군도 과학기술 변화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며 “육군 내에서 변화를 따라 가야 한다는 공감대도 만들면서 과학기술계도 군을 도와달라는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군에서 일고있는 분위기 변화가 군 세대 교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기를 해외에서 사오는데만 급급했던 기성 세대가 은퇴하고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일고 있는 군사기술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이해하는 군 장교들이 늘면서 군 내에서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를 등한시하던 일부 방산기업들이나무기 수입에 무게를 둔 해외 군수회사들이 이런 새로운 노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이유기도 하다. 

 

콘퍼런스는 1년에 두 번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로는 한 주제에 집중하는 미국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처럼처럼 특정 분야에 집중해 ‘미친’ 발상을 찾겠다는 목표다. 교육사 관계자는 “이번에는 첫 번째다 보니 거시적인 주제를 주로 다뤘다”며 “하반기에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토론하려 한다”고 말했다.

 

군이 과학기술을 추구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진화하는 과학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면 선진군을 영영 이룩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교육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군이 솔직히 과학기술에 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다”며 “최근 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위기의식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육군은 5년이나 10년 내에 세계 전장에서 AI나 레이저 무기 등 핵심 기술을 가진 1급 군대로 분류될 것인지 아닐지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교육사 관계자는 “군은 돈을 많이 들여 첨단기술을 도입하지만 무기체계 하나를 만드는데 일정한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는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무기체계 개발은 통상 기술을 만든 후 소량 생산을 통해 무기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2차 사업과 성능개량 등을 통해 기술 목표를 달성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여러 번의 단계가 있다 보니 무기 기술 하나를 확보하는 데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군으로써도 새로운 국방 연구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크다. 교육사 관계자는 “AI 기술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이 워낙 빨리 바뀌고 있어 이걸 어떻게 하면 군의 특성에 맞게끔 바로 변화시켜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는 군의 절박함을 호소해 과학계와 함께 고민해보려 하는 자리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행사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콘퍼런스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행사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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