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美 과학잡지 “한국 과학계 집안싸움으로 IBS 미래에 먹구름”

통합검색

美 과학잡지 “한국 과학계 집안싸움으로 IBS 미래에 먹구름”

2019.07.03 09:24

전현직 원장·단장 릴레이 인터뷰

정치권 휘둘리는 한국 과학계 문화·예산 삭감 다뤄

한국 과학계 설득 실패한 태생 한계 지적

 

미국물리학협회(AIP)가 발행하는 과학 잡지 ′피직스 투데이′ 2019년 7월호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 문제를 다뤘다. 사진제공 피직스 투데이

미국물리학협회(AIP)가 발행하는 과학 잡지 '피직스 투데이' 2019년 7월호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 문제를 다뤘다. 사진제공 피직스 투데이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계속 성공적인 성과를 내려면 국내 과학계나 정치인부터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잡지가 최근 촉발된 IBS를 둘러싼 논란을 집중적으로 다룬 보도를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사는 IBS를 둘러싼 한국 내 논쟁을 상세히 전하며 "한국의 과학계의 비판과 정부의 자율성 축소 시도에 직면해 있다"며 "매우 민감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물리학협회(AIP)가 발행하는 월간지 ‘피직스 투데이’ 7월호는 “국내에서 발생한 논란이 한국 IBS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Domestic quarrels cloud future of South Korea’s Institute for Basic Science)’라는 제목을 기사를 내고 정부의 예산 삭감과 과학계 일각의 회의론 등 국내에서 IBS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을 다뤘다. 잡지는 다만 일부 국내 매체에서 제기한 연구단의 연구비 부적절 운용 등 의혹 부분은 다루지는 않았다. 


잡지는 “2011년 설립된  IBS는 최고 수준의 과학자를 불러모으고 세계적 수준의 과학 성과를 냈으며 한국의 과학계를 국제화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 내 다른 과학자나 정치인과의 논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잡지는 “적은 수의 연구자에게 많은 정부 연구비가 간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며 “정부는 최근 예산과 자율권을 축소하고 있고 처음 설립된 8개 연구단은 내년 지속 운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를 앞두고 있다. IBS는 지금 매우 민감한 시기에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잡지는 초대 원장과 여러 연구단장의 목소리를 통해 IBS의 현 상태를 전했다. IBS 초대 원장인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IBS가 계획했던 것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라며 “성장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말할 수 있으려면 한 해 최소 한두 개의 연구단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IBS는 2017년 이후 대형 연구단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지난해 12월, 젊은 연구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저예산 연구단인 PRC를 두 개 새로 출범했다. 잡지는 설립 당시에 비해 줄어든 예산을 언급하며 “IBS가 설립된 이후 정부가 두 번 바뀌었고, 집권당의 정책 변화와 과학계의 불만 때문에 예산도 줄어 초기 약 100억 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약 60억원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잡지는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과 김영덕 지하실험연구단장, 악셀 티머먼 기후물리연구단장의 목소리를 빌어 IBS의 장점을 소개했다. 그래닉 단장은 인터뷰에서 “전에 해보지 못하던 것을 IBS에서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같은 외국인인 티머먼 단장은 “실패 위험이 큰 과학의 최전선을 탐험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 IBS 제공.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 IBS 제공.

하지만 한국 과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큰 부담이라고 답한 외국인 단장도 있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은 “IBS의 가장 큰 위험은 한국 내에 있다”며 “대학 연구자들은 ‘왜 특정한 사람에게 연구비를 더 주는가? 왜 외국인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대는가?’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IBS가 태생부터 과학계의 질시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염한웅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잡지와 인터뷰에서 “소수의 사람에 의해 시작된 데다 정치권의 도움으로 진행이 돼 왔다”라며 “중국 등 국가의 뛰어난 연구자들과 경쟁하려면 강력한 연구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IBS의 필요성과 구조, 정체성 등에 대해서는 과학계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 이것이시간이 흐를수록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단장은 “지난해부터 연구단장의 자율성을 너무 많이 줬다는 정부 측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연구비 사용내역을 요구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잡지는 IBS의 자문위원 중 한 명인 페터 풀데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학연구단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 내에서 제기된 문제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졌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풀데 단장은 ”대학에 소속된 연구자들은 (IBS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자신들의 입지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에 당연히 비판적이다”라며 “막스플랑크협회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협회 역시 1911년 출범했을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염한웅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염 단장은 전화 통화에서 “IBS가 본궤도에 올라가야 하는 단계인데 정부의 예산도 깎이고 운영에 간섭도 많아지자 기자가 주로 외국인 단장을 중심으로 인터뷰한 것으로 안다”며 “나 역시 (의견의)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IBS가 지닌 정체성의 문제 등을 제기하는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염 단장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모델을 극복할 대안으로 IBS를 만들었는데 아직은 고유한 정체성이 부족하다"며 "새로 시도하는 큰 사업인 만큼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면도 있다. (국제적인 수준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연구비 운용 등) 떨쳐야 할 일은 떨치고 고칠 것은 고치며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의 단점을 파악하는 데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기초연구의 수준을 장기적으로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3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