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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전자기기 편의성 더할 '부드러움'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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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전자기기 편의성 더할 '부드러움' 개발한다

2019.07.05 20:00
2011년 출범한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은 16개 과제 40명의 연구자가 매년 꾸준히 약 150편의 논문을 내며 원천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현진 제공
2011년 출범한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은 16개 과제 40명의 연구자가 매년 꾸준히 약 150편의 논문을 내며 원천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현진 제공

미래의 전자기기에서 성능만큼 강조되는 것은 편의성이다. 기존 전자기기는 속도나 크기, 용량 같은 기술적인 성질이 강조됐으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이 느끼는 효과는 오히려 줄어든다. TV를 둘둘 말아 다니다 펼쳐 쓰고, 스마트폰이 필요 없을 땐 손수건처럼 접어 주머니에 넣고, 간강검진이 필요하면 몸에 반창고 모양의 센서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 미래 전자기기의 모습에서 편의성이 창출할 새로운 부가가치를 엿볼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진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기술이다. 유연한 전자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모든 부품이 유연해야 한다. 몸에 장착하는 전자기기인 웨어러블 기기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센서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신축이 자유로운 전극, 말랑하면서도 강한 힘을 내는 구동기, 몸에서 전기를 수집하기 위해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야 하는 배터리 등 수많은 유연한 부품이 필요하다.

 

소프트 일렉트로닉스는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관련 기술이 대거 도입된 제품들이 속속 소개되며 만년 유망주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아직 태동기지만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5년까지 세계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시장이 5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활용한 시장은 더 무궁무진하다. 웨어러블 기기와 센서가 주로 활용되는 분야인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22년까지 120조 원 규모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연구단이 있다.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으로 2011년 출범한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이다. 조길원 연구단장(포스텍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와 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플랫폼을 일궈 머지않은 미래에 활짝 필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게 목표”라며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기술로 생활을 바꾸고 혁신을 주도해 사회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게 연구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소프트 일렉트로닉스의 핵심은 소재... 소재부터 소자, 플랫폼까지 점령한다

 

소프트 일렉트로닉스의 개념이 세상에 등장한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소자의 주 소재를 실리콘이라는 딱딱한 소재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은 전자제품을 생산할 때와 성능 면에서 갖는 장점이 크나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분야의 상용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소재가 걸림돌이라면, 걸림돌부터 제거해 나가자는 게 연구단의 접근법이다.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연구를 선도하는 해외 연구팀이 기존에 나온 소재를 토대로 소자와 플랫폼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연구단은 소재부터 연구를 시작한다. 조 단장은 “연구단 이름에 ‘나노기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유도 소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면 이를 활용하는 소자의 구조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바뀐다. 소자를 새로 개발하고 이를 통합해 기능을 내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 또한 연구단의 목표다. 조 단장은 “소재에서 소자로,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원천기술을 개발해 미래시장의 기술을 확보하고 상업화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연구단의 연구 흐름”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접근법은 성과로 증명됐다. 16개 과제 40명의 연구자가 매년 꾸준히 약 150편의 논문을 내며 원천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연구단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SCI급 논문 1384건에 국내외 특허 505건을 출원했다. 기술이전과 창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연구단은 지금까지 기술이전 10건을 통해 기술이전료 약 16억 원을 받았다. 연구단이 개발한 플랫폼은 3건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고 성능의 소프트 소재 속속 개발... 우수한 소재가 우수한 소자로

 

연구단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SCI급 논문 1384건에 국내외 특허 505건을 출원했다. 현진 제공
연구단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SCI급 논문 1384건에 국내외 특허 505건을 출원했다. 현진 제공

연구단은 딱딱한 소재와 전기 전도도와 안정성 등 성능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가지는 소재를 꾸준히 개발해 왔다. 분자의 배치를 최적화해 실리콘과 성능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갖춘 고분자 유기반도체 소재와 기상증착(CVD) 공정을 활용한 나노미터(㎚, 10억분의 1m) 두께의 초박막 고분자 절연체 등을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CNT)와 그래핀 등 탄소소재와 금속소재를 결합해 개발한 유연하면서도 투명한 하이브리드 전극 소재는 2018년 기술이전을 통해 양산에 들어갔다.

 

수치에서 연구단이 보유한 소재 기술의 세계 속 위치가 드러난다. 연구단의 유기반도체는 반도체의 성능을 평가하는 지수인 전자이동도에서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의 2배까지 도달했다. 초박막 절연체는 기존 절연체가 보이던 1㎠당 100만분의 1A 수준이던 누설전류를 10억분의 1A까지 줄여 1000배의 성능을 달성했다. 하이브리드 전극 소재도 이전 연구결과들보다 1.5배 이상 더 잘 휘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우수한 소재 개발은 우수한 소자로 이어진다. 말랑한 인체 구조를 따라할 수 있게 되면서 연구단은 피부 속 구조를 그대로 따라한 새로운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압력을 느끼는 인간 세포는 3차원 돔 형태로 민감도를 높이는데 이를 그대로 모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팔 위에 파리 한 마리가 앉는 감각까지도 느끼는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감도의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조 단장은 “전자피부는 로봇에게 감각을 제공하거나 인간의 감각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층 진화한 전자피부, 인공신경까지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분야의 지분을 기반으로 연구단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연구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진 제공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분야의 지분을 기반으로 연구단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연구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진 제공

연구단은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산업을 열어젖힐 만한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도 착수했다. 인체 피부를 모사한 전자피부는 드론을 조종하는 조이스틱처럼 활용됐다. 인간의 팔에 투명한 전자피부를 부착한 후 손가락으로 눌러 느껴지는 압력을 통해 드론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새로운 기능을 팔에 장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프트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연구단은 한층 진화된 웨어러블 기술로 나아가고 있다. 이태우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유연 소자를 통해 인간의 감각 신경계를 재구성해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인간의 촉각 세포 구조를 본뜬 인공 촉각센서와 여기서 발생한 신호를 전달하는 인공 신경 전달 섬유, 뇌에서 이를 처리하는 인공 시냅스까지를 한 번에 모사한 것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기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첨단기술에서 파생되는 기술에서는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헬스케어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연구단이 개발한 압력 센서는 환자의 욕창을 관리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 욕창 환자들이 누워있는 침대에 설치된 압력 센서가 압력을 인지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해주고 이 내용이 간호사실로 전달된다. 연구단은 마이다스 H&T라는 기업을 창업해 상업화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목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초소형 마이크를 통해 음성 인식률을 대폭 높이고 성대 관리 등 헬스케어에 쓸 수 있는 기술도 선보여 지난달 1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유연한 피부 부착형 진동감지 센서가 성대의 떨림을 그대로 읽어 가수나 교사 같은 목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의 성대 상태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전달해준다.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산업, 스마트폰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

 

조길원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장. 현진 제공
조길원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장. 현진 제공

조길원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장은 한국의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연구 방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단장은 “한국에서 발표된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관련 논문의 60%를 우리 연구단이 발표했다”며 “3년간 과학논문인용색인(SCI)저널에서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분야 논문 수가 한국이 10%를 차지했는데, 연구단이 이 분야 연구의 6%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연구방향을 하나로 모아 집중하다보니 성과가 커진 것이다. 조 단장은 “1년에 6차례 모여서 분야별로 모여 심층 토론을 통해 공동연구와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연구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삼성전자와 함께 고성능 신축성 유기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기도 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가 투자하는 이노베이션 랩과는 정기적인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조 단장은 “젊은 연구자들이 지난해 이노베이션 랩과의 교류에서 대우받으며 한국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위상이 높아진 걸 실감했다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사업 종료를 2년 남기고 사업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조 단장은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응용가능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소재기술에 관한 연구는 지속하면서 연구단이 가진 기술은 이전해 창업을 도와주는 쪽으로 연구단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산업이 꽃피기까지 한 발짝이 남았다는 믿음이 사업화에 힘을 쏟는 이유다. 조 단장이 보는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산업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이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이 비슷한 예다. 조 단장은 “OLED 경우 기술이 처음 나온건 1987년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이 드라이브를 20년 건 지금에야 열매를 따고 있다”며 “20년 넘게 기술이 개발돼 온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분야도 스마트폰이 산업을 바꿔놨듯 혁신적인 제품 하나만 나오면 산업이 일어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삼성 등 모바일 기업이 앞다투어 개발하려 노력하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산업의 신호탄이 될 거라 기대했다. 이후로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 산업을 이끌 것이라는 예측이다. 조 단장은 “손가락에 집는 산소포화도 측정기기 같은 제품은 지금 기술로도 쉽게 바꿀 수 있다”며 “폴더블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집약적인 제품이 시장을 열어나가면 연구단이 보유한 원천기술이 뻗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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