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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40배 힘내는 '무쇠 근육'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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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40배 힘내는 '무쇠 근육' 탄생

2019.07.12 03:00

시중에서 쉽게 구하는 재료 활용

외부 자극에 수축··· 팽창하며 힘 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개발한 섬유 인공근육은 잡아당기면 기존 길이보다 10배 이상 늘어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다. MIT 제공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개발한 섬유 인공근육은 잡아당기면 기존 길이보다 10배 이상 늘어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다. MIT 제공

김선정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이달 1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사람의 근육보다 최대 40배 큰 힘을 내는 인공근육을 발표했다. 레이 바우만 미국 텍사스대 화학과 교수팀과 공동 개발한 이 인공근육은 탄소나노튜브(CNT) 섬유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값싼 아크릴 섬유, 실크, 대나무 섬유을 함께 섞어 꼬아 만들었다. 여기에 온도 변화와 전자기장, 화학물질 같은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재료를 덧씌어 한 줄의 끈처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끈을 다시 고무동력기 고무줄처럼 배배 꼬아 인공근육을 만들었다.  인공근육 섬유는 외부 자극을 받으면 줄을 감싼 겉면이 수축했다가 늘어나는 방식으로 사람의 근육처럼 힘을 낸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근육은 시중에서 쉽게 구하는 값싼 재료를 활용하고도 기존에 개발된 인공근육보다 9배 높은 성능을 냈다. 끈을 덮은 재료에 따라 어떤 자극에 반응할지 결정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폴리우레탄을 재료로 쓰면 열 변화에 따라 반응하는 인공근육이, 탄소나노튜브로 덮어 씌우면 전기 자극에 반응하는 인공근육이 된다. 김 교수는 “포도당에 반응하는 하이드로겔을 개발해 포도당 농도에 따라 작동하는 인공근육도 개발했다”며 “몸 속 혈당 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공급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 외에도 최근 인공근육 연구는 로봇과 기계, 바이오 연구에서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인공근육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발전해 온 기계장치들이 서서히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데서 비롯됐다. 인간이 개발한 엔진이나 전기 모터 같은 구동장치는 소형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점점 더 작게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 소재가 딱딱하다보니 부드럽고 유연하게 힘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과 동물의 운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근육은 얼굴 표정을 만들고 물건을 들어올리며, 적은 에너지로 장시간 달릴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또 세포 크기로 작게 만들 수 있고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뛰는 심장 속 근육처럼 고장도 잘 나지 않는다. 여러 과학자들이 딱딱한 기계를 버리고 사람 근육처럼 열이나 전기, 화학 에너지에 반응해 작동하는 '이상적인 구동장치'를 개발하는데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공기 압력을 활용하거나 전기신호와 자기장에 반응하는 형상기억 합금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손꼽는다.

 

과학자들은 섬유를 꼬아 만드는 방식의 인공근육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 사이언스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김 교수팀 연구와는 별도로 다른 연구자들의 인공근육 연구를 담은 두 편을 더 실었다. 폴리나 아니키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연구팀은 두 종류의 고분자를 붙인 덩어리를 국수 뽑듯 가늘게 뽑아낸 섬유로 인공 근육을 제작했다. 10배 이상의 늘어남도 견딜뿐더러 40도의 열만 가하면 두 고분자가 열에 늘어나는 정도가 달라 강하게 꼬이면서 자기 무게의 650배를 들 힘을 낸다. 진카이 유안 프랑스 폴 파스칼 연구소 연구원팀은 폴리비닐알코올(PVA) 섬유에 산화그래핀 조각을 5% 섞어 꼰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산화그래핀 조각이 인공근육의 탄성과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인간 근육의 50배의 힘을 낸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2014년 개발한 섬유 인공근육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인공근육을 개량해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를 이전보다 9배 증가시켰다. 텍사스대 제공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2014년 개발한 섬유 인공근육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인공근육을 개량해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를 이전보다 9배 증가시켰다. 텍사스대 제공

형상기억합금은 인공근육 후보군 중 가장 강한 힘을 내고 가장 연구가 활발하다. 열을 가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어 열에 반응하는 인공근육으로 사용된다. 제이미 백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는 형상기억합금 스프링으로 곤충처럼 걷기부터 멀리뛰기와 높이뛰기까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10g 무게의 로봇을 개발했다고 이달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수신기, 센서, 형상기억합금을 가열할 장치를 장착한 가로세로 약 3㎝의 기판 세 개를 스프링으로 이어붙인 형태지만 걷고 기는 동작을 자유자재로 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최대 14㎝ 높이로 뛰어넘는다. 앞으로 최대 23㎝를 뛰어넘기도 한다.

 

인공근육은 이미 인간 근육보다 더 강한 힘을 내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여전히 에너지 효율은 떨어진다.  이번에 발표된 섬유 인공근육 연구들에서도 들어간 에너지 효율이 6%를 넘지 못했다. 사람의 근육 효율이 25~30%임을 감안하면 5분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사메흐 타우픽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초소형 로봇을 동작시키고 약물 전달 시스템에 활용하는 등 작은 구동기로써의 역할은 지금도 수행할 수 있다”며 “외부 환경에 반응해 동작하는 인공근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효율 설계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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