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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자 세계에서는 '심바'와 '날라' 다시 만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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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자 세계에서는 '심바'와 '날라' 다시 만날 일은 없다

2019.07.23 13:53
영화 ′라이온 킹′과 달리 사자 무리 ′프라이드′에서는 암사자가 지도자 역할을 한다. 사자복구기금 제공
영화 '라이온 킹'과 달리 사자 무리 '프라이드'에서는 암사자가 지도자 역할을 한다. 사자복구기금 제공

실사로 다시 돌아온 디즈니사의 영화 ‘라이온 킹’이 17일 한국에서 개봉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린 수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음모로 프라이드 랜드의 왕인 아버지 ‘무파사’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뒤 이를 되찾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내용을 그렸다.

 

하지만 영화 속 사자의 모습과 실제 사자의 모습은 크게 다르다. 실제 사자는 다른 동물을 지배하지 않는다. 사자 무리를 뜻하는 ‘프라이드’를 한 번 떠난 사자는 다시 프라이드로 되돌아가지도 않는다. 무파사와 스카가 싸울 일도 없고 어린 심바가 도망갈 일도 없다. 뉴욕타임즈(NYT)는 22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영화 ‘라이온 킹’이 실제 사자 가족의 역학관계를 제대로 담고 있지 않다”며 영화와 실제 사자 무리의 행동에 대해 비교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 라이온 킹과 실제 사자 간 가장 큰 차이는 실제 사자 세계에선 암사자가 사자 무리를 뜻하는 ‘프라이드’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무파사와 스카, 심바가 프라이드를 지배할 일은 없다. 크레이그 사포에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 큐레이터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자 프라이드를 실제로 이끄는 것은 언제나 암사자 가장”이라고 말했다.

 

외견상으로는 수사자가 훨씬 크고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사자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암사자는 무리의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사냥과 육아를 담당한다. 다른 암사자가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새로운 수사자를 프라이드에 들일지도 직접 정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달 9일 기사를 통해 영화 제목이 ‘라이온 퀸’이어야 더 정확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일반적인 사자 프라이드는 3~6마리의 다 자란 암사자와 2~3마리의 다 큰 수사자로 구성된다. 새끼 암사자는 모계의 프라이드를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어른 수사자는 ‘객식구’다. 수년 정도만 프라이드에 들어와 암컷을 지키기 위한 수사자 간 연합을 형성한다. 암사자를 주축으로 하는 모계의 권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권력이 없는 수사자는 서로 간 보통 형제나 동료처럼 지낸다. 무파사와 스카는 싸움 없이 프라이드 안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사포에 큐레이터는 “수사자끼리 서로 적대할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파사가 수사자 사이에서 권력을 가질 순 있겠지만 암사자 중 하나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영화 속 사자 가족 관계를 묘사한 내용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다 자란 수사자는 프라이드 영역을 정찰하고 돌아온 이후 새끼와 머리를 맞대고 문지르며 털갈이를 즐긴다. 무파사가 심바를 대할 때의 다정함은 실제 사실에 근거한 셈이다. 암컷은 보통 2~4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수컷 사자들은 편애 없이 이들을 대한다. 크레이그 패커 미네소타대 사자연구센터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수사자는 어느 새끼가 자신의 자식인지 알 수 없으므로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는 제1원칙을 따른다”고 말했다.

 

무파사와 스카가 싸울 일은 없었겠지만, 심바는 어차피 무리를 떠날 운명이었다. 새끼 수사자는 2살 정도가 되면 사춘기에 빠져들고 다른 수사자를 적대적으로 대하면서 무리를 떠날 때가 된다. 심바의 경우 2살이 되면 무파사에 의해 쫓겨나 사바나를 떠돌다가 5살 무렵에 새로운 프라이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태어났던 프라이드로 돌아오는 사자는 거의 없다. 심바가 어린 시절의 친구였던 암사자 날라와 재회해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일은 실제론 없는 셈이다. 세계 야생 고양잇과 보호 기구 ‘판테라’에서 세계 최대 규모 야생공원인 ‘카방고 잠베지 통합보전구역(KAZA)’을 담당하는 김영 오베톤 박사는 NYT에 “수컷이 널리 퍼지는 것은 사자에서 유전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진화적 메커니즘”이라며 “실제 야생에서는 수컷이 프라이드에서 100km 이상 벗어나 새로운 프라이드를 찾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영화 라이온 킹의 제작사 디즈니는 개봉에 맞춰 사자를 보호하자는 ′프로텍트 더 프라이드′ 캠페인을 열었다. 디즈니사 제공
영화 라이온 킹의 제작사 디즈니는 개봉에 맞춰 사자를 보호하자는 '프로텍트 더 프라이드' 캠페인을 열었다. 디즈니사 제공

하지만 사자가 새로운 프라이드를 찾는 일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사자가 멸종 위기에 빠지면서 사자의 서식지도 점차 띄엄띄엄 떨어져 가고 있어서다. 인간이 사자가 살았던 곳을 농업과 광업을 위해 개간하면서 아프리카 전체에 서식하던 사자는 현재 아프리카의 8% 영역에서만 사는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밀렵 등으로 사자의 개체 수가 크게 줄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현재 2만 마리의 사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사자를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IUCN에 따르면 아프리카 내 최소 29개국에서 사자가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디즈니는 “라이온 킹이 1994년 개봉한 이후로 다시 개봉할 때까지 25년간 절반의 아프리카 사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판테라와 사자 복구 기금 등 사자 보전 단체에 15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봉과 더불어 특별판을 판매해 팬들을 참여시켜 기부금을 300만 달러까지 늘리는 ‘프로텍트 더 프라이드’ 캠페인도 시작했다. 디즈니는 캠페인 홈페이지에 “사자를 보호하면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며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영화가 실제 사자의 생태를 정확하게 묘사하지는 않지만 사자에 대한 관심과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는 게 사자 연구자들의 바람이다. 김 박사는 “영화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사자를 볼 때 느끼듯 사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준다”며 “사람들이 사자와 사자의 서식지를 이해할수록 그들을 보호하는 마음도 생기기를 바란다”고 NYT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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