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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당신의 병명은 ‘나노중독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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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당신의 병명은 ‘나노중독증’입니다“

2019.07.25 18:15
 

지난 6월에 유엔이 발표한 ‘2019 세계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의 기대수명은 72.6세이지만 2050년에는 77.1세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 달 뒤인 7월 2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보건통계 2019’ 보고서를 내놨는데, OECD 국가들의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80.7세이며 10년 전인 2007년에 비해 2.2년이나 증가했다고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대수명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생활환경 개선과 교육수준 향상, 그리고 의학기술과 의료서비스가 발달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발병 원인이나 과정을 몰라 전혀 손쓸 수 없었던 병도 다수가 생명공학과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술법이나 치료제, 심지어 백신을 개발해 치료와 예방이 가능해졌다.

 

의학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달하는 미래에는, 가령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각종 암을 모두 완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아픈 환자가 모두 사라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래 병원에서는 새로운 병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 뼈에 난 ‘사이보그 종양’, 나노봇 부작용인 ‘나노중독증’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먼저 유전공학 등 생명공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지금까지 하나의 이름으로 불렀던 병이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병원에서 쓰는 병 이름은 대부분 ‘아픈 부위+증상’이거나 ‘대표적인 증상’, 또는 ‘발견한 사람의 이름’ 등으로 이뤄져 있다. 폐에 생긴 종양은 폐암, 위에 생긴 종양은 위암이라거나, 소변을 통해 당분이 나올 정도로 고혈당이면 당뇨병 같은 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병을 지칭하는 게 구체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 유전자분석기업 일루미나 전문가들은 특정 질환 관련 유전자들을 찾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되면, 같은 병이라도 사람에 따라 왜 생겼는지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동일한 부위에 생긴 암이라도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 이름+증상’ 등으로 이름 붙일 수 있다.

 

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몸속에 삽입하는 로봇이나, 손상된 부위를 대체하는 인공장기와 임플란트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신종 질환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연구팀은 금속 장기와 임플란트가 장기와 신체 일부를 대체하는 시대가 되면 금속끼리의 마찰로 인해 염증이나 종양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Metalosis Maligna)를 만들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합성생물학및화학공학과 연구팀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직접 공격하는 나노봇이 상용화될 경우, 나노입자가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무리 생체친화적인 재료를 이용하더라도 나노 크기가 되면 원래 크기일 때와 물리화학적인 성질이 달라지면서 체내에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면역세포나 신호단백질인 사이토카인과 상호작용해 염증 등 면역반응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키거나 억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2013년 6월 영국 왕립학회지 ‘케미컬 소사이어티 리뷰’에 발표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나노입자 크기가 웬만한 생체분자보다도 작은 탓에 DNA를 손상시켜 치료가 불가능한 심각한 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루한 현실과 즐거운 가상세계 사이에 갇힌 ‘VR중독’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뒤 아직도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는 게임중독처럼 IT로 인한 신종 질환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고 있는 것은 가상현실(VR)이다. 게임이나 영화뿐 아니라 쇼핑이나 학습, 업무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시간 동안 VR을 이용하면 게임중독과 마찬가지로 VR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가상세계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미국 해군의료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2015년 하루에 18시간 이상 구글 글래스를 끼고 VR을 즐겼던 31세 성인 남성이 알콜이나 약물 중독과 비슷한 중독증상과 함께 우울증과 사회적공포증, 강박장애를 겪었고 다른 중독증과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중독행동학’에 발표했다.

 

게리 스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정신건강의학및생물행동학 교수팀은 "과거 존재하지 않았던 신기술이 탄생하면서 정신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특히 장기적인 영향을 알기 어렵다"며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세계일지라도 사람 간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종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

 

WHO 홈페이지 제공
WHO는 2018년 초, 앞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전염병 목록을 공개했다. 그 중 아직까지 발견된 적 없는 신종 병원균으로 인한 전염병 X(Disease X)를 예측했다. WHO 홈페이지 제공.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처럼, 돌연변이가 발생한 바이러스가 새로운 전염병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WHO는 2018년 초 미래에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목록을 발표했다. 이 목록에는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많은 사상자를 내는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이 포함돼 있다. 목록 맨 마지막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 X’가 포함됐다. 

 

전염병 X는 특정 질환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 WHO 전문가들은 "인류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신종으로 진화할 수도 있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나 에볼라바이러스처럼 원숭이와 침팬지 등 동물 간에만 전염되던 것이 인간에게 전해질 수도 있다. 

 

전염병 X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산업활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 등이 꼽힌다.

 

미국 캐리생태연구소에서 질병생태학을 연구하는 리처드 오스펠드 박사는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돼 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 이전까지 잠자코 있던 병원균이 악랄해질 수 있다"며 "서로 생존경쟁하며 항상성을 유지했던 세균이나 바이러스 계에서 일부 병원체만 살아남아 병을 일으키거나, 대형동물 또는 포식동물이 줄어들면서 들쥐처럼 병원균을 잘 옮기는 소형동물이 번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존아른 로팅겐 WHO 과학자문위원이자 노르웨이연구위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동물의 서식지가 옮겨지면서 사람과 접촉이 늘어나, 동물간 전염병이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북극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빙하에 갇혀 있던 고대 세균과 바이러스가 되살아나 신종 전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2016년 8월 러시아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서 순록 2300여 마리와 주민 8명이 탄저병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분석결과 3만 년 전 빙하에 갇혔던 탄저균이 빙하와 함께 녹으면서 되살아나 동물과 사람을 전염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장미셸 클라브리 프랑스 엑스마르세이유대 구조유전학정보연구실 교수팀은 2014년 1월 영구동토층은 산소가 없고 어두운 데다 영하로 차갑기 때문에 세균과 바이러스가 보존되기 좋은 환경이며 빙하와 함께 녹으면서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클라브리 교수는 "빙하가 매년 조금씩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미생물이 방출되고 있다"며 "수천수만 년 된 빙하 안에 어떤 병원체가 얼어 있는지, 그것들이 전염병을 일으킬지 예측할 방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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