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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안 한다" 세계적 英 연구소 두 곳 동물실험실 폐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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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안 한다" 세계적 英 연구소 두 곳 동물실험실 폐쇄 추진

2019.07.30 23:43
웰컴 생어 연구소의 동물실험 시설 내부. 웰컴 생어 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웰컴 생어 연구소의 동물실험 시설 내부. 웰컴 생어 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실험동물 연구를 둘러싸고 윤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주요 연구기관 두 곳이 이미 동물실험시설 폐쇄를 결정했거나 폐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소속 하웰 연구소의 포유류유전학연구단(MGU)은 6월 말 MRC로부터 동물실험시설 폐쇄를 권고 받고 현재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MGU는 150명 이상의 유전학자가 생쥐를 이용해 유전학을 연구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실험동물 시설이다.


앞서 5월 말에는 영국의 웰컴생어연구소가 13년간 전세계 수천 명의 유전학자들에게 마우스와 래트, 제브라피시, 개구리 등 주요 실험동물을 공급하던 동물실험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웰컴생어연구소는 최초로 인간의 세포가 지닌 DNA 정보를 약 20년에 걸쳐 모두 해독했던 ‘인간게놈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이끌며 전체 게놈의 3분의 1을 해독하는 등 세계 유전학 연구를 선도해 온 연구소다. 세계 생명과학 연구의 심장으로 꼽히는 영국에서 두 연구소가 동물실험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동물실험의 필요성과 가치를 두고 논쟁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생어 연구소는 동물실험 대신 세포를 배양해 입체 구조를 갖춘 미니장기로 만드는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대체실험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암과 같이 몸 여러 곳의 반응을 함께 실험해야 하는 복잡한 질병의 경우는 일부 동물실험을 병행하지만, 그마저 2022년에는 모두 중단할 계획이다. 


생어연구소가 이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오가노이드 등 신기술이 발달해 더 이상 동물실험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네이처는 “영국의 동식물 6만 6000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생명의 나무’ 프로젝트나 인간이 지닌 모든 세포의 서열 지도를 만드는 ‘휴먼 셀 아틀라스’ 프로젝트 등 다른 프로젝트의 비중이 늘면서 동물실험이 줄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부인하지만, 이번 결정의 이면에는 동물실험실의 인력이 줄어들면서 숙련된 동물실험 전문가도 줄어들었고, 그 결과 실험동물의 복지에 취약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지난해 말 “인력 부족으로 실험실의 높은 동물복지 기준이 위협 받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현재 웰컴생어연구소에는 70명의 연구자와 수의사, 사육사 등이 근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실험동물인 마우스. 동물실험의 윤리성이 화두가 되면서 선진국은 실험동물의 복지를 책임질 제도를 강구했다. 영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채제로 관리하고, 미국과 한국, 호주 등은 자율적인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윤리성을 검토한다. 다만 실효성을 위해서는 사후 관리를 포함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UAS 제공
대표적인 실험동물인 마우스. 동물실험의 윤리성이 화두가 되면서 선진국은 실험동물의 복지를 책임질 제도를 강구했다. 영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채제로 관리하고, 미국과 한국, 호주 등은 자율적인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윤리성을 검토한다. 다만 실효성을 위해서는 사후 관리를 포함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UAS 제공

●한국은 실험동물 복지 준사각지대…기관으로부터 독립 절실


한국에서도 올해 실험동물 복지 문제가 새삼 부각됐다. 4월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은퇴한 검역예비견인 복제견 ‘메이’를 동물 실험에 동원하고 이 과정에서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등 학대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사태가 계기다. 당시 사육 현장에서 학대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전에 실험계획서만 검토하는 현재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현실적으로 사후 관리나 감독을 할 여력이 없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동물실험윤리위의 활동을 현실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왔지만, 뚜렷한 후속 조치 없이 묻혔다.


영국과 한국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물실험의 윤리성을 보호하는 대표적 나라다. 영국은 국가에서 허가 받은 시설에서만 동물 실험이 가능한 ‘중앙집권적’ 동물실험 관리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실험동물 윤리를 준수하는지 여부도 국가에서 직접 관리, 감사한다. 2010년부터 실험동물 복지 관련 활동을 국내외 비영리기구에서 펼쳐 온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영국 내무성 내에 동물의 과학적 이용을 감사하기 위해 2017년 기준 수의사 및 의사 20~30명으로 구성된 팀이 허가 받은 실험기관을 감사한다”며 “2017년에는 기관당 10번 이상 감사를 나갈 정도로 관리가 촘촘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자율적으로 기관에 설립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실험계획서를 검토하고 실험을 승인하는 미국과 호주 등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나마 2000년대 초까지 이런 제도도 없어 동물실험의 복지나 윤리에서는 ‘사각지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2005년 박재학 한국동물실험윤리위원회협동조합 이사장(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주도로 서울대에 처음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설치되고, 2007년 관련법까지 개정되면서 2008년부터 동물실험을 하는 모든 기관에 동물실험윤리위를 설치하고 실험의 윤리성을 계획 단계에서 심사, 승인 받도록 하는 등 일부 진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 제도와 정책이 현장에서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연구자와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의 생각이다. 올해 이병천 교수 사태가 그 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사후관리감독이다. 현재 한국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무급 봉사직인 위원 4~15명으로 구성돼 있을 뿐 실험동물 복지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향상시킬 전임 수의사가 없다. 수의사를 고용할 예산이 윤리위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 간사 한두 명과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실험계획서 심사에 임하는 외부 및 내부 전문가들의 희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왼쪽)와 신영기 서울대 약대 교수가 서울대 약대 지하에 위치한 동물실험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윤리적 동물실험을 실효성 있게 실현하기 위해 사후 관리가 가능한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신영 기자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왼쪽)와 신영기 서울대 약대 교수가 서울대 약대 지하에 위치한 동물실험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윤리적 동물실험을 실효성 있게 실현하기 위해 사후 관리가 가능한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신영 기자

박 이사장은 “윤리적 실험의 승인 및 관리감독 주체인 동물실험윤리위와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전임 수의사, 기관의 행정이 3박자를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수의사는 없고 기관의 지원은 미미해) 모든 짐이 윤리위원에게만 몰려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 보니 현장에 나가 실험동물 복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사후감독을 할 여력이 없다. 잘 해야 1년에 한 번 감독하는 수준인데 이래서는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실험동물 3만~5만 마리마다 전임 수의사가 있지만 한국은 그 10배 수준의 동물을 실험하는 기관에 수의사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신영기 서울대 약대 교수도 “사후관리만 제대로 해도 동물실험이 제대로 되는지 관리할 수 있어 상당한 문제점들이 고쳐질 것”이라며 “하지만 사회적인 요구는 거센데 반해 인력배분이나 예산 등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윤리적 실험을 위해서는 실험동물 시설 확충, 운영 매뉴얼 구비, 운영자의 복지 확립, 사고의 전환 등이 필수인데, 이를 위한 비용이 현재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꼭 윤리위 자체를 강화하지 않아도 좋다. 국가에서 자격증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에게 하게 하거나, 중요한 실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실험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도 실험동물 복지를 한결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근 동물복지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됐다는 것은 긍정적 변화로 보지만, 예산이나 인력 확보 등 제도적, 정책적 노력은 별로 없었다”며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문제제기에 그치기보다 예산과 인력 확보,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환경 비용을 기본으로 책정하고 있다. 실험실 안전을 위한 교육 등에도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윤리적 동물실험이 이들 못지 않게 중요하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윤리위에 너무 큰 부담이 몰리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윤리위를 기관별 1개가 아닌 복수로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이기도 한 이 대표는 “가장 큰 연구기관 중 하나인 서울대의 경우 검토해야 할 실험계획서의 수가 너무 많아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를 15명의 위원이 개인 시간을 들여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는 재심, 3심을 포함해 한 해 평균 8000건의 계획서를 처리하고 있다. 이는 2005년 처음 윤리위가 설립됐을 때의 두 배 수준이다.

 

신 교수는 “현장에서는 윤리위를 기관에 두 개 이상 복수로 두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법적인 제약으로 현재는 설치가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의 경우 심사만 맡고 의결권은 없는 ‘전문심사위원’을 추가로 10명 두는 안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미봉책일 뿐이라 장기적으로 기관의 규모에 따라 여러 윤리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리위의 위상과 독립성도 재고해야 할 문제다. 명색은 기관장(대학의 경우 총장) 산하 위원회지만, 실제로 운영은 본부의 일개 팀 산하 단체처럼 취급된다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사립대에서는 총장이 운영에 개입하는 일도 일어난다. 신 교수는 “하다 못해 윤리위 행정직을 뽑을 때에도 윤리위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래서 소신 있는 윤리적 실험이 가능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동물실험을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현실적으로는 상당 기간 존속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박 이사장은 “눈에 들어갔을 때 독성이 있는지 검사하는 안독성시험 대체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승인을 받는 등 대체기술의 발전이 빠르다. 유사장기(오가노이드) 연구가 활발해 언젠가 동물실험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어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람 위해 실험동물의 고통을 유발하는 게 윤리적으로 정당하지는 않지만, 모든 실험을 한꺼번에 중단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신념을 떠나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동물 복지와 생명윤리를 지키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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