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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된 '한국형DARPA'…과기정통부·국방부 누가 혁신의 아이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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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된 '한국형DARPA'…과기정통부·국방부 누가 혁신의 아이콘될까

2019.07.31 16:33
미국 국방부 연구소인 다르파 DARPA가 주최하는 로봇 경연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로봇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 재난 구조 업무를 수행하며 실력을 겨룬다. 연합뉴스/게티
미국 국방부 연구소인 다르파 DARPA가 주최하는 로봇 경연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로봇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 재난 구조 업무를 수행하며 실력을 겨룬다. 연합뉴스/게티

미국의 첨단 국방연구 조직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표방하는 '한국형 DARPA(다르파)’ 연구개발(R&D)의 깃발을 내건 사업 두 개가 이달 첫 삽을 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가 주관하는 ‘범부처 혁신도전 프로젝트’와 국방부가 주관하는 ‘미래도전기술개발사업’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지난해부터 ‘공공 어젠다를 위한 수요 기반 목적지향 연구(K-DARPA)’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DARPA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정부 부처가 DARPA를 이처럼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건 그만큼 혁신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조직인 DARPA는 세상을 바꾼 혁신기술을 내놓으며 국가 R&D 분야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DARPA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DARPA는 옛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며 ‘스푸트니크 쇼크’를 계기로 미국이 냉전시대 적국에게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1958년 설립됐다. 인터넷의 모체가 된 미국의 ‘아르파넷(ARPANet)’을 필두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스텔스 기술, 구글 스트릿뷰, 애플의 음성인식시스템(Siri˙시리) 등이 DARPA 지원을 통해 나왔다. 한 해 예산만 웬만한 나라 R&D 예산과 맞먹는다. 2019년 예산만 34억 달러(약 4조 원)인 거대 연구조직이다.

 

DARPA가 차별화되는 가장 독특한 점은 ‘프로젝트 매니저(PM)’ 제도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난해 내놓은 ‘혁신 아이콘 DARPA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DARPA는 PM에게 프로젝트의 전권을 맡기고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PM은 최종학위를 딴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으나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30, 40대 연구자들에게 주로 맡긴다. PM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외부 연구기관을 찾아 과제를 맡긴다. 맡긴 과제의 평가도 모두 PM이 담당한다. PM 판단을 평가하지 않기 위해 복잡한 위원회 회의를 거치지 않는다.

 

DARPA는 한시성을 통해서도 혁신을 유지하고 있다. PM은 4~5년 임기의 계약직으로 재계약은 없다. 신선한 사고와 새로운 관점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목적이다. DARPA는 프로그램 종료에도 적극적이다. 후속 결과에서 추가 투자를 할 정당성이 발견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바로 종료해 버린다. 고위험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한시성을 통해 확실한 프로젝트로 빠르게 예산과 인력을 돌릴 수 있는 조직 구조를 갖춘 것이다.

 

도전정신과 독립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환경도 DARPA의 장점으로 꼽힌다. 스푸트니크 쇼크로 인해 ‘기술적 서프라이즈를 예방하는 동시에 창출’하기 위해 설립된 DARPA 답게 ‘공개 과제에 대해 절반이 불가능하다고 반응하지 않으면 목표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과 같은 내부 문화가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220명의 소규모 인력으로 구성되는 DARPA에서 40%를 차지하는 PM은 상관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DARPA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대립 형질 보호와 요소 반응을 위한 선제적 발현(PREPARE)′이다. 인플루엔자나 방사선 등의 급성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체내에서 이를 방어할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만들게 한다는 목표를 가진 연구다. DARPA 제공
DARPA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대립 형질 보호와 요소 반응을 위한 선제적 발현(PREPARE)'이다. 인플루엔자나 방사선 등의 급성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체내에서 이를 방어할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만들게 한다는 목표를 가진 연구다. DARPA 제공

이 때문에 2019년부터 5년간 1000억 엔(약 1조900억 원)을 투입하는 일본의 문샷형 연구개발이나 2021년부터 7년간 135억 유로(17조8000억 원)을 투입하는 유럽의 '호라이즌 유럽' 처럼 타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했다. 심지어는 미국 에너지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DARPA를 벤치마킹한 조직이 속속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국방부에서 저마다 한국형 DARPA를 표방한 연구제도를 출범시켰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파괴적 혁신을 위한 한국형 DARPA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고등기술원,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글로벌프론티어연구단 등 국가연구개발사업단, 국가전략프로젝트 등 DARPA를 직간접적으로 벤치마킹했던 조직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 조직들은 실제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ARPA와는 전혀 비슷한 측면이 없는 하나의 연구개발 사업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PM이 있는 과제의 경우 평가 주체가 분리되며 DARPA의 특징인 PM의 전 주기 관리를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PM이 주요 과제에 연구비와 인력 등 역량을 맘껏 투입하는 대신 연간 예산이 고정돼 유연성이 없는 점과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부, 국회 등 너무 다양한 참여 주체가 연구 예산을 제각각 좌지우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경쟁형 연구개발과 같은 중복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점과 국가 어젠다 해결이 아닌 R&D 예산 배분을 위한 접근에 그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과기정통부, 국방부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DARPA를 목표로 새로운 R&D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KIST의 경우 ‘공공 어젠다를 위한 수요 기반 목적지향 연구(K-DARPA)’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확률 10% 미만의 고위험에 구체적 세부스펙을 정하는 목표지향 연구를 추구한다. 국방과 안보, 재난과 안전 등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집중투자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KIST는 지난해 KIST가 이미 보유한 기술을 적용하는 1년 1억원 규모의 단기 신규과제 7건을 탐색연구로 수행했다. ‘에어로젤 진공 기술 적용 초단열 방한용품’, ‘모자(母子) 분리형 드론 시스템 개발’ 등 과제가 우선 수행됐다. 이후에는 파급혁신형 중기 연구와 한계돌파형 장기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DARPA′를 목표로 한 연구개발사업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제공
'한국형 DARPA'를 목표로 한 연구개발사업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제공

국방부의 미래도전기술개발사업도 한국형 DARPA를 표방하며 올해 200억 원의 예산과 함께 본격 수행된다.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과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기체계로 미래전을 대비하겠다는 목표다. PM 제도와 함께 DARPA의 또 다른 특징인 ‘챌린지’와 비슷한 기술경진대회도 연다. 이달 11일 과제공모를 통해 ‘군집 무인수상정 운용기술 개발’, ‘초소형 스텔스 자율비행 정찰드론’등 PM 주제가 결정됐다.

 

가장 최근 나온 한국형 DARPA의 또 다른 도전자는 과기정통부의 ‘범부처 혁신도전 프로젝트’다. 매년 120억원이 책정된 프로젝트로 이달 17일 연구주제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 테마 발굴협의회’가 구성됐다. 과기혁신본부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전담 PM을 중심으로 실패 가능성이 있지만 성공하면 파급력이 큰 혁신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범부처 R&D 사업이다. 민간전문가인 전담 PM에게 기획과 과제선정, 평가 등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저마다의 계획을 갖고 출범한 이번 한국형 DARPA 후보들은 PM에게 세부과제 도출과 평가까지 전권을 준다는 면에서는 기존 후보들과의 차이점이 있다. 다만 보고서에서 지적됐듯 프로젝트별로 예산이 정해지지 않고 매년 연구 예산이 고정되는 등 PM의 권한을 제한하는 요소가 남아있고, PM과 프로젝트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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