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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저온'을 꿈꾸는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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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저온'을 꿈꾸는 과학자들

2019.08.02 09:11
이탈리아 그랑사소연구소에서 거대한 시설의 온도를 극히 낮춰 오래 유지하는 실험에 통과했다. 그랑사소연구소 제공
이탈리아 그랑사소연구소에서 거대한 시설의 온도를 극히 낮춰 오래 유지하는 실험에 통과했다. 그랑사소연구소 제공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8월이면 전력 사용량이 폭증한다. 기온을 낮추고자 냉방 장치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단 몇 도만 낮춰도 노약자들이 폭염으로 숨지는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그런데 무려 300도 이상 온도를 낮추느라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저온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다. 이들은 우주보다 차갑고 입자까지 얼어붙는 궁극의 저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리학에서는 일상에서 주로 쓰는 섭씨 온도와 다른 온도를 기준으로 쓴다. 섭씨 영하 273.15도를 기준점으로 삼는 ‘절대온도’라는 온도 체계다. ‘켈빈(K)’을 단위로 쓴다. 이 체계에서 온도의 크기는 입자가 지닌 에너지의 크기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절대 0도(0K)에선 분자나 원자가 지닌 에너지가 최소값이 된다. 기체 분자나 원자마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고 멈춘다.


현실의 입자를 절대 0도 상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온도는 가능하다. 인류는 이미 식어버린 우주 심연의 온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지구상에서 만들어냈다. 우주는 대폭발 뒤 38만 년이 지나 우주 전체에 최초의 빛을 흩뿌렸다. 이 빛은 138억 년 동안 식고 식어 현재 영하 약 270도(2.7K)를 기록하고 있다. 


1949년에는 1K보다 낮은 온도를 만드는 데 성공한데 이어 지금은 이보다 수십억~100억 배나 차가운 온도를 만들고 있다. 현재 인류가 만든 가장 낮은 온도는 1999년 핀란드 알토대 연구팀이 만든100억 분의 1K(100pK, 피코켈빈)다. 냉각기로 금속인 로듐 기체에서 여러 기술로 열을 빼앗아 온도를 극단적으로 낮췄다. 다만 이 때에는 핵의 양자역학적 성질인 ‘스핀’의 온도만 낮춘 반쪽짜리 결과였다. 기체 자체의 온도를 낮춘 기록은 2003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기록한 20억 분의 1K가 최고 기록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기록에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큰 물질 덩어리를 오랫동안 낮은 온도로 오래 유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그랑사소 국립연구소는 욕조를 가득 채울 정도인 1입방미터(m3) 크기의 구리 400kg을 15일 동안 0.006K로 얼렸다. 2015년에는 MIT 연구팀이 나트륨과 칼륨 기체를 200만 분의 1K의 온도로 냉각시키고, 이 상태에서 평소에는 결합할 수 없는 두 원소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마치 날아가는 축구공을 수많은 구슬로 맞춰 멈춰 세우듯이 빛 알갱이를 정교하게 쏘아 입자의 운동을 늦췄다. 또 유독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만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전체적인 입자의 에너지를 낮췄다. 두 입자의 속도를 초속 수cm 수준으로 늦췄고, 자기장을 이용해 서로 결합시켰다. 이 인공물질은 약 2.5초 존재한 뒤 사라졌다.

 

미국항공우주국의 CAL은 지상에서 도달하지 못하는 낮은 온도를 더 긴 시간 관측할 수 있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의 CAL은 지상에서 도달하지 못하는 낮은 온도를 더 긴 시간 관측할 수 있다. NASA 제공

물리학자들이 극저온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우주에 자연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특성을 실험하고, 새로운 미래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다. 입자가 느려지면 기체를 하나하나 제어하고 연구할 수 있다. 입자를 이용해 막대한 양의 계산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하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차갑고 느려진 입자가 모이면 또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같은 양자역학적 상태를 지니는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 마치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기이한 행동을 한다. 액체처럼 보이는데 끈적이는 성질(점성)이 전혀 없어서 컵이나 벽을 타고 오르는 ‘초유체’나 저항 없이 전류가 흐르며 외부 자기장에 반발하는 ‘초전도체’가 나타난다. 사물을 공중부양시키고 효율 높은 전자기기를 만드는 등 응용 가능성이 높다. MIT 연구팀처럼, 아예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인류는 100pK보다 낮은 온도까지 도전 중이다. 이 온도는 지상이 아닌 400km 상공의 우주공간에 꾸린 실험실에서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8년 ‘저온원자실험실(CAL)’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렸다. 이곳에서 기존 기록보다 다시 100분의 1 차가운 온도인 1pK의 저온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지구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자들이 보다 이상적인 형태로 응집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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