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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세 살 아기도 알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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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세 살 아기도 알건 안다

2019.08.03 06:00
어린 아이들도  해로운 행동, 나쁜 행동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린 아이들도 해로운 행동, 나쁜 행동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도덕성은 타고나는가 아니면 제로에서 시작해서 발달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도덕성의 시작이라면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일 것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적어도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어느 정도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3살 정도 된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을 관찰하게 한다. 한 사람이 그림을 그리거나 물건을 집으려고 하고 있다. 이 때 새로운 사람이 등장한다. 한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사람이 선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집단의 아이들은 이 사람이 해로운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림 그리기를 방해하거나 물건을 부순다. 선한 사람은 주인공이 하려는 일을 도와준다.

두 사람의 놀이가 끝나고 이제는 아이도 함께 놀이에 참여하는 시간이다. 아까 지켜본 사람이 아이에게 근처에 있는 공을 좀 집어달라고 한다. 이때 이 사람이 선한 행동을 한 사람인지 아니면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인지에 따라 아이들이 도움을 주는 정도가 다를까?

만약 아이가 타인에게 나쁜 행동을 구분할 줄 알고 해로운 사람과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해로운 행동을 한 사람에게 비교적 ‘덜’ 다가가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결과는 실제로 그러했고 선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아이들 중 61%가 공을 집어 준 반면 해로운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22%만 공을 집어 줬다(Vaish et al., 2010). 세 살 정도가 되면 기본적인 도덕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딱히 도덕판단과 상관없이 물건을 부수는 등의 행동이 무서워서 피한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연구자들은 이번엔 아이들에게 실제 파괴적인 행동 없이, 주인공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하거나 행동 없이 방해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이번에도 역시 아이들은 해로운 사람을 잘 구분하고 다가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살 정도만 되어도 선한 ‘의도’와 악한 의도를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는 어떤 ‘벌’이 주어져야 한다는 인식도 비슷한 시기에 생긴다. 세 인형이 나오는 인형극을 보여준다. 한 인형은 주인공을 돕고 다른 인형은 주인공을 괴롭힌다. 인형극을 보고 나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들려주고 인형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착한 인형에 비해 나쁜 인형에게 과자를 ‘적게’ 주는 경향을 보인다(Kenward & Dahl, 2011). 선한 행동 여부에 따라 상과 벌을 달리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3살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보상을 달리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해로운 사람을 거부하거나 벌을 주는 행동은 세살즈음부터 나타나지만 훨씬 어린 6-10개월의 아기들도 어느정도 선악을 구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기들에게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같은 도형들이 나오는 만화를 보여준다. 도형 하나가 경사진 길을 힘들게 올라가고 있는데 다른 하나는 뒤에서 밀어주고 다른 하나는 위에서 방해하는 상황이다. 이후 아이들에게 똑같은 모양의 도형을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 도형을 집게 했을 때 아이들은 나쁜 도형보다 착한 도형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Hamlin, 2015).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사실은 누가 착한지 누가 나쁜지 어느 정도 안다는 거다. 어른들이 옆에서 다투고 있을 때에도 다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뿐 아니라 가까운 친척인 영장류들도 선한 행동과 아닌 행동을 구분하는 모습을 보인다(Anderson et al., 2017). 원숭이들에게 뚜껑을 열지 못해 낑낑대는 사람을 보여준다. 이 때 한 조건의 원숭이들은 옆 사람이 뚜껑 여는 걸 도와주는 모습을 보았고, 다른 조건의 원숭이들은 옆 사람이 고개를 돌려 차갑게 외면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후 원숭이들이 도움이 요청한 사람과 요청 받은 사람 둘 중 누구에게 더 많이 다가가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옆 사람이 도움을 준 조건에서는 도움을 받은 사람과 도움을 준 사람에게 반반씩 다가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이 있는 조건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을 피해 나머지 한 사람인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더 많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물건을 똑같이 나누는 사람과 나누지 않고 혼자서 다 가지는 사람을 보았을 때에도, 원숭이들은 이기적인 사람을 더 멀리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기들도 원숭이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과 불공평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한편 인간은 내로남불 식으로 비도덕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핑계나 합리화가 없다가 되려 커가면서 자꾸 이상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동물들의 눈에도 해롭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자.

참고자료
-Anderson, J. R., Bucher, B., Chijiiwa, H., Kuroshima, H., Takimoto, A., & Fujita, K. (2017). Third-party social evaluations of humans by monkeys and dog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82, 95-109.
-Hamlin, J. K. (2015). The case for social evaluation in preverbal infants: gazing toward one's goal drives infants' preferences for Helpers over Hinderers in the hill paradigm. Frontiers in Psychology.
-Kenward, B.,  & Dahl, M. (2011) Preschoolers distribute scarce resources according to the moral valence of recipients' previous actions. Developmental Psychology, 47, 1054-1064. Vaish, A., Carpenter, M., & Tomasello, M. (2010). Young children selectively avoid helping people with harmful intentions. Child Development, 81, 1661-166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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