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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간 지구에 쌓인 '인류문명이 할퀸 흔적'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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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간 지구에 쌓인 '인류문명이 할퀸 흔적' 찾는다

2019.08.07 15:55
영국 레스터대 연구팀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크로포드 호수 밑바닥에서 퇴적물 코어를 뽑아 인류세의 흔적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크로포드 호수는 깊이가 22m로 깊고 진흙층이 두터워 인간 활동으로 인한 결과물이 1000년 동안 고스란히 쌓여 있다. 팀 패터슨 제공.
영국 레스터대 연구팀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크로포드 호수 밑바닥에서 퇴적물 코어를 뽑아 인류세의 흔적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크로포드 호수는 깊이가 22m로 깊고 진흙층이 두터워 인간 활동으로 인한 결과물이 1000년 동안 고스란히 쌓여 있다. 팀 패터슨 제공.

전 세계 지질학자들이 한바퀴 도는 데 단 10분이 걸릴 만큼 작은 크로포드 호수에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부에 있는 이 호수에는 '인류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류세는 인류가 산업활동 등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지구와 맞서 싸우는 새로운 지질시대라는 뜻으로 네덜란드의 화학자 폴 크루천이 2000년에 만든 단어다.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와 지질시대 마지막 시대(현세)인 충적세에 이은 새로운 시대다. 아직  시작시기에 대한 학계 합의는 없지만 일부 학자들은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삼기도 하고 1945년 원자폭탄 투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 34명은 '인류세 작업그룹'을 꾸려 전 세계 미국 캘리포니아의 저수지와 남극대륙의 빙하, 이탈리아 북부의 동굴 퇴적물, 카리브해와 호주의 산호초, 춥고 습한 지역에 쌓여 있는 이탄 습지 등 곳곳에서 인류세를 과학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거를 찾고 있다. 크로포드 호수도 그 중 하나다. 

 

크로포드 호수는 수심 22m로 매우 깊은데다 바닥이 온통 진흙층으로 돼 있다. 그래서 밑바닥이 물과 섞이거나 곤충 등 생물이 살지 못한다. 이 덕분에 마치 나이테가 생기는 것처럼 거의 1000년간 퇴적물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1980년대부터 크로포드 호수를 연구해온 프란신 맥카시 캐나다 브록대 지구과학과 교수팀은 "그간 자연스럽게 지질에 남은 화석 등과 달리 여기에는 인간의 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그간 지질을 연구하던 것과는 새로운 시각에서 이 지역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크로포드 호수 밑바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는 약 750년 전 부근에 살았던 이로쿼이족이 재배했던 옥수수와, 약 250년 전 유럽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나무를 벤 흔적 등이 발견됐다. 

 

영국 레스터대 과학자들은 크로포드 호수 밑바닥에서 퇴적물 코어를 뽑았다. 지층에 기다란 관을 박았다가 빼 퇴적물이 쌓여있는 상태 그대로 샘플을 추출한 것이다. 잰 잘라시윅즈 레스터대 고생물학과 교수팀은 이 샘플에서 1952~1954년 핵 폭발이 남긴 흔적을 찾고 있다. 이때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암석, 나무, 심지어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인류세 작업그룹에 속한 과학자들은 진흙과 암석, 빙하 얼음 등에 남아 있는 인류세의 흔적을 찾아 분석해왔다. 그리고 지난 5월 29일, 인류세 작업그룹 과학자 34명 중 29명이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정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한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해 2021년까지 국제총서위원회에 내기로 결정했다. 

 

인류세 작업그룹은 자연적인 퇴적지형 외에도 약 4km 깊이 금광이나 독일 베를린에 있는 70m 높이의 테우펠스버그 같은 쓰레기 매립지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쌓아놓은 지형에도 주목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과 전쟁 후 개발도상국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발생했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불어난데다 자원을 대량 소비하고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냈으며, 오염물질이 급속도로 증가한 증거들이 남아 있다.

 

최근에 쌓인 퇴적물에서는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플라이애시와 탄소의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 원자력발전소의 원료에 든 플루토늄-239, 그리고 최근 해양동물 멸종의 주범으로 꼽히는 마이크로플라스틱 등이 발견되고 있다. 학자들은 인류가 앞으로 지구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이끄는 데 제시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인류세 동안 쌓인 퇴적물에서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남극대륙에서 채취한 아이스 코어. 빙하에서 최근에 쌓인 층에는 그간 인간 활동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나 중금속, 플라이애시 등이 쌓여있다. 리즈 토마스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남극대륙에서 채취한 아이스 코어. 빙하에서 최근에 쌓인 층에는 그간 인간 활동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나 중금속, 플라이애시 등이 쌓여있다. 리즈 토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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