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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리포트]제주 비자림로 확장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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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리포트]제주 비자림로 확장 논쟁

2019.08.25 06:00
제주 비자림로는 삼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봉개동까지 27.3km 구간으로 쭉 뻗은 도로다. 이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비자림로는 삼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봉개동까지 27.3km 구간으로 쭉 뻗은 도로다. 이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구좌읍 평대리와 봉개동을 잇는 비자림로는 하늘 높이 솟은 삼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쭉 뻗어 있는 아름다운 도로입니다. 길이가 27.3km에 이르는 이 도로는 제주도 동쪽과 시내를 잇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부터 도로 주변 숲에서는 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 해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2017년 기준 약 1500만 명으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관광객 증가로 동부지역의 교통량이 늘면서, 비자림로 이용자도 많아졌습니다. 또한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지속적인 요구를 해와 제주도는 비자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많은 차가 다닐 수 있게 기존 왕복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공사는 2013년 본격적으로 추진됐는데, 도로를 넓히기 위해선 도로 옆 삼나무를 2000그루 넘게 베어야 했습니다. 환경 보존이 필요한 지역을 개발하려면 생태를 조사해 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 평가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합니다. 조사결과, 비자림로는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지 않고 보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없다는 평가서가 작성됐습니다. 이에 지난해 6월부터 대천에서 송당까지 2.94㎞ 구간의 확장 공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실린 지점①, ③의 식생조사표. 시민모니터링단은 약 2km 떨어진 공사 ①, ③번 지점을 같은 인물이 같은 시간에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표 내용도 일부만 바꿔 허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식물전문가가 동물에 대 해 조사한 것도 부실 작성의 근거로 꼽았다. 그리고 7월 30일,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자체 조사를 통해 평가서가 부실 작성됐다고 판정했다.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실린 지점①, ③의 식생조사표. 시민모니터링단은 약 2km 떨어진 공사 ①, ③번 지점을 같은 인물이 같은 시간에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표 내용도 일부만 바꿔 허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식물전문가가 동물에 대 해 조사한 것도 부실 작성의 근거로 꼽았다. 그리고 7월 30일,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자체 조사를 통해 평가서가 부실 작성됐다고 판정했다.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

하지만 공사는 두 달 만에 중단됐습니다. 삼나무 수백 그루가 잘려나가며 자연 훼손이란 비판이 전국적으로 일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11월, 제주도는 공사 노선을 총 3개 구간으로 분리해 삼나무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올 3월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25일 공사 구역에서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의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멸종위기종 2급 애기뿔소똥구리까지 발견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엉터리로 작성됐단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환경청 요청으로 지난 6월, 제주도는 현장 조사팀을 보냈고, 기존 보고서에 없던 생물을 대량 발견했습니다. 결국 문화재청은 팔색조 번식기인 8월 15일까지 다시 공사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7월 25일 제주도는 환경청에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 대책을 제출했고, 전문기관이 검토 후 공사 재개 여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도로 너무 비좁아" vs. "지금도 충분히 원활해"

 

도로 확장을 위해  삼나무가 베어진 모습(왼쪽), 겨울철 비자림로의 모습. 동아일보DB
도로 확장을 위해 삼나무가 베어진 모습(왼쪽), 겨울철 비자림로의 모습. 동아일보DB

비자림로를 확장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교통 문제’입니다. 도로는 좁은데 교통량이 점점 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교통량은 많아도 대체로 흐름이 원활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 비자림로는 차로가 3m, 갓길이 1.5m로, 총 도로 폭이 9m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시민모임과의 대화 자리에서 농기구가 지나갈 때 다른 차들이 추월하기 어렵고, 고사리 철마다 갓길에 불법 주차하는 차량으로 통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차폭만 2.5m에 달하는 소방차 같은 대형 차량이 운행할 경우 도로 폭이 좁아 반대편 자동차와 충돌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모임의 김순애 녹색당원은 “직접 도로를 다녀본 바로도 도로 폭이 좁고 정비가 잘 안 돼 있어 맞은편에 트럭 같은 대형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고사리 철에 갓길 주차를 철저히 단속하고, 좁은 도로 폭을 보완하기 위해 갓길을 정비하면 해소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비자림로에 통행 차량이 많은 것도 도로 확장 찬성 측의 근거로 꼽힙니다. 비자림로 확장 설계 당시 하루 평균 예상 교통량은 2020년 7843대, 2039년 9153대로 예측됐습니다. 실제 2018년 교통량 조사(10월 18일 24시간 동안)에선, 이미 하루에 1만 440대가 통행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제주도는 이를 근거로 도로의 확장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모임의 김순애 녹색당원은 “교통량이 많아도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50㎞로 정체 없이 원활한 것으로 기록돼 공사 타당성은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도로를 따라 빼곡히 줄지어 늘어선 삼나무 때문에 도로에 그늘이 생겨 겨울철마다 도로가 얼어붙고,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이에 제주도는 도로를 넓히고, 일부 공사 구간엔 염수 자동 분사 시설을 설치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모임의 김순애 녹색당원은 “겨울철에 예산을 투입해 신속히 도로 위 눈을 제거하면, 삼나무를 베어내지 않더라도 도로가 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나무 토양 산성화" vs. "생명의 보고 보존해야"

 

비자림로 공사 구간은 나 팔색조와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서식지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심어진 삼나무가 인간과 제주 자생식물에게 해롭다며 베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삼나무는 비자림로를 30년 넘게 지켜온 터줏대감이지만, 제주 자생종은 아닙니다. 1924년, 제주 산림을 조성하기 위해 일본에서 처음 들여왔고, 비자림로 숲엔 1970년대부터 인위적으로 심었습니다.


도로 확장 찬성 측은 일제 삼나무가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바닥에 드는 햇빛을 가려 오히려 제주 자생식물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김용석 연구사는 “토양의 산성화는 자연적 요인보다는 산성비 같은 인위적인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자연적인 토양의 산성화는 지형, 기후, 본래의 토양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경향을 보이지만,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는 그 차이가 명확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나무가 다른 나무와 비교해 토양을 더 많이 산성화시킨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또 삼나무가 생태계 다양성을 해친다는 의견에 대해 전문가들은 삼나무를 모두 베어내지 않더라도, 솎아내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삼나무 꽃가루가 봄철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도 벌목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삼나무는 쌀 한 톨 크기의 꽃 하나당 약 1만 3000개의 꽃가루를 만들어 공기 중으로 퍼뜨리고, 도내 알레르기 질환의 주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삼나무는 다양한 생물의 핵심 서식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한편 지난 6월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모니터링단은 공사 현장에서 생태 정밀조사를 했습니다.  7월에는 생명다양성재단이 특별 조사단을 파견해 추가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도로변 삼나무를 포함한 공사 구간의 숲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기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빠져있던 다수의 생물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두 생태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비자림로 공사 구역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조류 4종(붉은해오라기, 팔색조, 긴꼬리딱새, 붉은배새매), 곤충 2종(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 양서파충류 1종(맹꽁이)으로, 총 7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별 생태조사에 참여한 배윤혁 연구원은 “국내 중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되는 두점박이사슴벌레는 불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인데, 도로를 만들고 가로등을 설치하면 많은 개체가 불빛에 날아들어 차에 깔려 죽게 될 것”이라며 삼나무 벌채에 대한 우려를 전했습니다.

 

시민모임의 김순애 녹색당원은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인데, 그 자연이 당연하고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네스코에서 제주 전 지역을 생태적 가치가 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만큼 제주도는 그에 맞게 정책도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도로 확장 필요성은 전적으로 교통만 고려한 것. 하지만 공학적 시각으로만 해결 못해"

김익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 인터뷰

김익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
김익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

교통 물류 전문가인 김익기 한양대 교수는 "비자림로는 교통적 측면만 바라보면 확장이 필요하지만 환경보호 문제를 고려하면 공학적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먼저 "비자림로가 통행량이 많은 시간대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체될 수 있고 경운기 같은 움직임이 느린 차량이 앞에 있으면 도로가 좁아 추월하기도 어렵다"며 "도로 폭과 교통량 규모를 고려하면, 종종 통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운전자들에게 답답함을 줄 수 있다"면서 "교통시설을 계획할 땐 차량의 평균 속도보다는 통행량이 많은 시간대에 체증을 최소화하도록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도로의 확장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도로 확장의 필요성은 어디까지나 교통 측면만 고려했을 때의 의견"이라며 "비자림로 확장문제가 단순히 교통량이나 공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경보호와 관련된 논쟁은 사회적 가치와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학적 시각으로만 접근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 환경보호와 개발 사이에 어떤 것을 더 우선으로 둬야 할지는 사회 지도자와 국민 공감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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