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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사라지고 '사회' 더 강조한 이상한 과학교육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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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사라지고 '사회' 더 강조한 이상한 과학교육표준

2019.08.07 19:59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이달 7일 서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과학교육 대토론회에서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을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이달 7일 서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과학교육 대토론회에서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을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한국 과학교육의 청사진이 담긴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이 7일 공개됐다. 국민이라면 알아야할 과학적 소양의 기준과 이를 기르기 위해 배워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의 발전과 함께 과학 소양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기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향후 국가 교육 과정 개정과 과학교육 정책의 기초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과학의 사회적 활용을 강조하면서 정작 과학 개념은 부족해지고 대신 사회적 개념만 늘어났고 교육 표준으로 쓰기에는 실제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달 7일 서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앞으로 30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대토론회’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이 발표됐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모든 한국인을 위한 과학적 소양 교육의 길을 걷다’라는 주제로 연 이번 토론회에는 과학계와 교육계 인사와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은 과학교육의 비전과 실천방안을 내고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해 과학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2015년 개발에 들어갔다. 약 5년간 5단계에 걸친 연구 끝에 이번에 표준안이 처음 공개됐다. 교육부는 “30년 후 인재상과 역량, 과학적 소양 등 미래 과학교육의 가치와 방향을 제시했다”며 “현장에서 구현되도록 차기 국가 교육과정 개정 또는 과학교육 정책을 마련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교육 표준 개발을 맡은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한국은 성적 면에서는 최상위지만 자신감과 즐거움 면에서는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한다”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수학과학 성취도에서도 2003년 3위였던 수학은 2015년 6~9위로, 4위였던 과학은 2015년 9~14위로 떨어졌다”고 이번 표준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PISA는 2006년부터 오차범위로 순위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표준 제정에는 미국연구평의회(NRC)가 2012년 개발한 ‘차세대 과학표준(NGSS)’을 상당 부분 참고했다. 송 교수는 “1985년 일본에게 경제 패권을 넘겨줄 위기였던 미국은 ‘위기에 처한 미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학기술 교육에 각성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전미과학자협회(AAAS)는 ‘프로젝트 2061’이라는 장기 계획을 짜려는 노력을 통해 35년간 과학교육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NGSS는 이를 통해 가장 최근에 나온 가이드라인 성격의 보고서다. 과학교육을 관통하는 개념을 정리한 ‘관통 개념’과 ‘실천’, ‘학문분야 핵심 아이디어’로 차원을 나눴다.

 

이번 표준에서의 과학적 소양 모형이다. 3가지 뿌리가 서로 뒤엉키면서 풍성하게 성장하는 나무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교육부 제공
이번 표준에서의 과학적 소양 모형이다. 3가지 뿌리가 서로 뒤엉키면서 풍성하게 성장하는 나무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교육부 제공

과학교육표준에는 미래 인재상과 과학적 소양을 우선 정의했다. 미래 인재상은 ‘과학적 소양을 갖추고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과학적 소양은 ‘과학 관련 역량을 지니고 개인과 사회의 문제 해결에 민주시민으로서 참여하고 실천하는 태도와 능력’으로 정의했다.

 

과학적 소양을 쌓는데 필요한 요소로는 ‘역량’, ‘지식’, ‘참여와 실천’을 제시했다. 이중 역량에 해당하는 것이 과학적 탐구력, 과학적 사고력,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 정보처리와 의사결정 능력, 초연결사회 대응과 평생학습 능력이다. 송 교수는 “역량으로 꼽힌 2가지는 과학에 집중됐고 3가지는 사회와도 연관이 크다”며 “정보 생산자로써의 능력을 강조하면서 주변에 와 있는 인공지능(AI)을 어떻게 쓸 것이냐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과학 소양에 필요한 지식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규칙성과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안정성, 과학과 사회,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과학기술 등 6개 영역이 제시됐다. 이 중  4가지는 기존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랐고, 사회에 관한 두 가지는 기존 교육과정에 없던 내용이다. 송 교수는 “지식에 해당하는 건 통합과학 수준을 그대로 준용했다”며 “과학기술과 사회의 건강한 접점을 만들 두 개의 추가적인 영역을 넣었다”고 말했다.

 

참여와 실천도 과학적 소양을 쌓은데 필요한 요소로 포함됐다. 과학 공동체 활동과 과학 리더십 발휘, 안전사회 기여, 과학문화 향유, 지속가능사회 기여 등 5개 영역이 해당한다. 송 교수는 “참여와 실천은 학교 따로 시험 따로 생활 따로인 한국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며 “시민으로 성장한 다음에도 과학 친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교육표준은 이런 소양이 제대로 쌓이는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 6단계로 나누어 기준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우리 생활에 자석을 사용한다’를 배우고 초등학교 3학년에서 4학년은 ‘자석 사이에는 힘이 작용한다’를 배우는 식이다. 이를 포함해 실제 사례 32선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표준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번 표준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과학적 소양 요체는 과학적 사고력과 탐구력”이라며 “상위에 속해야 하는데 의사소통과 협업능력 같은 것이 사고력과 탐구력과 같은 중요도를 가진다면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6단계에 속하는 고 2,3학년의 경우 문과는 과학을 배우지 않는다”며 “이런 학생들에게 6단계를 어떻게 가르칠지 의문”이라고 했다.

 

내용 구성이 실제 학문 지식 체계와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물체의 운동은 NGSS의 경우 ‘힘과 운동’ 부분에 담고 있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으나 이번 표준에서는 ‘역학적 상호작용’에 들어있어 찾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전자기 상호작용은 시스템과 상호작용이라는 부분에 들어가지 않고 ‘에너지와 물질’에 들어가 있다”며 “표준에 ‘자기장’은 있는데 ‘전기장’은 다루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과학과 사회의 연계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다보니 사회가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이번 표준에서 과학의 개념을 설명하는 분량은 NGSS의 20%에 그친다”며 “반면 사회 개념 단어의 빈도수는 NGSS의 1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과학개념이 지나치게 작게 다뤄지지 않느냐는 지적은 이미 알고 있다”며 “지향점이 모든 시민이라면 이정도는 알면 한다는 기대 수준이라 고민이 많아 결국 보수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공계 진출한 학생들을 위한 것도 적극 보완해야 하지 않나 한다”며 “이번 표준은 처음 나온 것이기 때문에 노력이 더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방대한 내용을 담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금재 전국과학교사협회장은 “이번에 제시된 16가지 영역 중 네 가지 영역만이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이고 나머지 12가지는 다른 영역이다”며 “현장 과학교사가 충격이 클 것이다. 역량이 없는데 어떻게 가르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정보량이 늘어나는데 어떻게 다 가르칠 수 있겠나 고민이 된다”며 “핵심역량만 찾아 가르치게 만드는 표준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고민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회장은 “무학년제나 고교학점제, 문과 융합교육 등 학제가 바뀔만한 이슈가 계속 나오는 지금 학제가 바뀔 때 표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며 “입시에서 필요 없으면 쓰이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 지금 의도한 과학교육표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개발 추진위원장을 맡아 온 김성근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어떤 걸 해도 입시가 빠지면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현장에 적용하면 무용지물이 될지 두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오늘 내용이 그대로 적용될 것은 아니고 매번 달라지는 입시 현실에 맞춰 시대에 맞는 표준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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