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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질병] 인류 최대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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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질병] 인류 최대의 적

2019.08.17 09:00
CDC 라이브러리 제공
CDC 라이브러리 제공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연식이 조금 된 독자분은 기억할 것이다. 90년대 초반에 발매된 비디오테이프에는 어김없이 들어있던 공익광고는 이렇게 시작했다. 폭력 비디오의 폐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더 호랑이에 물려 죽거나 마마, 즉 천연두에 걸려 죽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호랑이가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 직전의 위기다. 천연두는 이미 멸종, 아니 박멸되었다. 전쟁의 위험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최근 수십 년간 전쟁 희생자는 약 4분의 1로 감소했다. 


과연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은 무엇일까? 늑대나 상어? 그러나 매년 늑대에 물려 죽는 사람은 열 명 남짓이다. 상어도 마찬가지다.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지는 코코넛에 의해 죽는 사람이 매년 150명이라고 하니, 늑대나 상어보다는 코코넛이 더 위험하다(코코넛 사망자 통계는 좀 의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분명 늑대보다는 위험하다). 

 

아마 이쯤 되면 조금은 근엄한 태도로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인간이다’라고 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매년 살인사건으로 인해 죽는 사람은 약 35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1000명을 더해야 한다. 살인을 포함하여 범죄로 인해 사형이 집행되는 건수다. 정말 엄청난 숫자의 사람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은 인간이 아니다.  바로 모기다. 

 

모기와 인류

 

매년 모기에 물려 죽는 사람이 약 75만 명이다. 의료 기술과 방역 기술이 부족하던 과거에는 더 심했을 것이다. 모기야말로 인간의 행복과 발전을 가로막는 주적이다.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모기보다 더 위험한 동물이 딱 하나 있기는 하다. 매년 자살로 인해 죽는 사람이 모기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몇만 명 더 많다. 주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자살은 조금 다른 문제이니 일단 넘어가자. 

 

질병을 옮기는 모기가 몇 종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학질모기. 중국얼룩날개모기라고도 한다. 바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다. 사실 모기 입장으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모기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모기와 인간을 오가며 병을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 즉 열원충이 진짜 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  사실 인간과 모기가 가깝게 지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모기 한 마리가 연속으로 내 발목을 물어뜯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인간과 모기가 동거하기 시작한 것은 약 일 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사(LCA)에서 인간이 갈라진 이후, 침팬지와 인간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기로 했다. 침팬지는 비가 많이 오는 우림에서 살았고, 인간은 건조한 사바나로 이동했다. 울창한 밀림에서 침팬지는 나무에 매달려 살 수 있었지만, 나무가 별로 없는 초원에서 인간은 두 발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인류학책의 서두에 흔히 등장하는 이야기다. 

 

두 발로 걷기로 한 인간은 덕분에 좀 더 의젓한 자세를 가지고 멀리 내다볼 수 있게 되었지만, 만성적인 요통과 난산, 정맥류, 치질, 탈장 등 다양한 질병에 걸리게 되었다.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마취과를 찾는 요통 환자의 수를 생각해보면, 두발걷기를 선택한 조상의 결정에 고개가 갸웃해질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수의 의사는 ‘두발걷기’ 덕분에 먹고 살지만.

 

그런데 초원으로 나온 인간이 얻은 뜻밖의 이익이 있었다. 바로 모기와의 이별이다. 모기는 작은 물웅덩이가 있어야 살 수 있다. 작고 따뜻한 물웅덩이에 산란하기 때문이다. 모기 알은 곧 장구벌레가 되고, 이후 용화 단계를 거쳐 번데기가 된다. 수면에 붙어있던 번데기는 며칠 후에 모기가 되어 창공을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건조한 사바나에는 물웅덩이가 별로 없다. 밀림보다는 확실히 적다. 인간은 모기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 결별의 시간은 길었다. 약 일만 년 전까지 인간은 모기와 따로 살았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적혈구. UC리버사이드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적혈구. UC리버사이드

농경과 모기

 

수백만 년 동안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는 약 일만 년을 전후하여 정착하기 시작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내어 긴 유랑을 끝낸 것인지 혹은 더 이상 자유롭게 떠날 곳이 남지 않아서 도리없이 머무른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인류학에서 제법 논쟁적인 주제다. 

 

이유야 어쨌든 머물러 지내기로 하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주변의 사냥감과 채집감이 바닥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아마 ‘인류는 그동안의 고된 수렵채집을 끝내고 편하게 머물러 농사를 짓고 살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농사일이 수렵채집보다 쉽고 편한 것이 확실한가? 아무튼, 농사를 지으려면 나무를 자르고 풀을 베어야 한다. 평평한 농지를 만드는 것이다. 농작물이 잘 자라려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로는 부족하다. 저수지를 만들거나 강에서 물을 끌어와야 한다. 물길이 만들어진다. 인간을 떠났던 모기가 다시 인간 곁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모기의 개체 수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강수량이다. 온도도 중요하지만, 물이 더 중요하다. 비가 와야 모기가 번창한다. 여름이라고 해도 가뭄이 심하면 모기가 줄어든다. 그런데 인간이 물웅덩이가 가득한 환경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인간과 모기의 재결합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리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라리아와의 재회

 

보통 모기라면 좀 물려도 괜찮다. 간지럽지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라리아에 ‘걸린’ 모기라면 좀 다르다. 사실 학질모기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말라리아’의 숙주다. 어떻게 보면 모기도 불쌍하다. 괜히 말라리아 원충 때문에 미움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학질모기의 침샘에 있는 스포로조이트(sporozoite)가 혈액 내로 들어온다. 포자소체라고도 하고 종충이라고도 하는데, 요즘은 그냥 스포로조이트라고 부르는 경향이다. 스포로조이트는 혈액을 타고 간으로 가서 간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데, 이때부터 메로조이트(merozoite)라고 한다. 분열소체 혹은 낭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세포 속에서 분열하는 동안에는 크립토조이트(cryptozoite) 혹은 잠복소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각각 다른 것이 아니라 몸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따라서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것이다. 


아무튼, 숫자가 많이 늘어난 메로조이트는 간세포 밖으로 나와서 혈류로 들어온다. 그리고 적혈구 안으로 들어오는데, 이때부터는 트로포조이트(trophozoite) 혹은 영양체라고 한다. 트로포조이트는 이제 핵 분열을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스키존트(schizont) 혹은 열충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메로조이트로 성장하는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수가 크게 불어난다. 이 과정이 보통 48시간 혹은 72시간마다 일어나는데, 그래서 말라리아에 걸리면 삼일 혹은 사일마다 고열에 시달리는 것이다. 

 

일부 메로조이트는 생식모체로 변신하는데,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모기가 피를 빨면 모기의 위로 들어가서 수정한다. 수정된 후에는 난모세포가 되고, 이는 다시 스포로조이트가 되어 모기의 침샘에서 다음 희생자를 기다린다.

 

이렇게 말라리아는 인간과 모기를 오가면서 살아간다. 조용히 머물다 가면 좋겠는데, 굳이 적혈구를 파괴하니 열도 나고 병도 나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수십만 명의 사람이 모기에 물려, 정확하게 말하면 열원충에 감염되어,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열원충의 생활사 중에 일어난 부수적인 적혈구 파괴 및 신체 반응의 합병증 등으로 인하여 죽는 것이다. 

 

어떻게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일까? 일단 신석기 혁명 이후로 모기가 창궐하기 좋은 환경이 곳곳에 만들어졌다. 침팬지와 고릴라는 아직 밀림에 살고 있었고, 물론 수백만 년 동안 말라리아에 ‘계속’ 시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여러 종의 말라리아는 침팬지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열대열 말라리아는 고릴라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말라리아를 앓은 것은 무려 8만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도 농경이 시작되면서 크게 창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거 드라이아스기 이전에는 학질모기, 즉 중국얼룩날개모기가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석기 혁명 후 선사 시대가 끝나고, 역사 시대가 시작되었다. 도시 문명을 이룬 인간은 문자를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옆에는 모기가 왱왱거리고 있었다. 아마 수천 년 전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어느 마을에서는 연신 모기를 쫓아내며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새기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말라리아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4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의 의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니 인류는 문명의 초기부터 말라리아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로마 제국의 쇠락이 말라리아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관개 농업이 크게 보급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말라리아가 창궐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낫 모양 적혈구


과거 어느 때인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뜻밖의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11번 염색체의 염기 서열 중 하나가 바뀐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11p 15.5 좌위의 아데닌이 티민으로 바뀌었다. 염기 하나가 바뀌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그 결과는 엄청났다. 원래 적혈구는 도넛 모양인데, 낫처럼 생긴 이상한 적혈구가 되었다. 당연히 제대로 기능을 할 리가 없다. 수명도 짧아지고 쉽게 부서진다. 이를 겸상 적혈구성 빈혈이라고 부른다. 

 

겸상 적혈구성 빈혈은 유전병인데, 적혈구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쉽게 부서진 적혈구는 모세혈관을 막는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에도 문제가 생기고 비장이나 신장도 손상된다. 뇌졸중도 잘 온다. 태반으로도 혈액이 잘 안 가고, 임신도 어렵다. 소아의 경우에는 성장 속도도 느리고 키도 작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지친다. 폐렴도 잘 걸린다. 상당히 심각한 병이다. 

 

겸상 적혈구성 빈혈을 앓으면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열 명 중 한 명이 죽는다. 그리고 단 절반만이 쉰 살의 생일을 맞을 수 있다. 분명 진화적으로 ‘적합’ 하지 않은 형질이다. 그런데도 제법 흔한 병이다. 미국에는 대략 십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는데, 상당수는 흑인이다. 약 365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한 명이 겸상적혈구 증을 앓는다. 염색체 중 한쪽만 변이가 있는 경우는 더 흔하다. 13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한 명꼴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낫과 말라리아


인간은 낫을 만들었다. 낫으로 풀을 베고 숲을 개간했지만, 덕분에 모기와 재회하게 되었다. 말라리아라는 불청객도 찾아왔다. 수많은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려 죽어갔다. 판도라의 전염병 상자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두 번째 낫을 만들었다. 바로 자신의 적혈구를 낫 모양으로 만드는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열원충이 증식할 때는 산소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 산소를 많이 쓰면 장력이 낮아지면서 적혈구의 모양이 일그러진다. 정상적인 적혈구라면 괜찮지만, 겸상 적혈구성 형질이 있는 경우는 좀 다르다. 모양이 찌그러지면서 비장에서 제거된다. 물론 적혈구 내부에 있던 메로조이트도 같이 제거된다. 말라리아 원충에 저항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때였다. 서아프리카에 파견된 군의관 윈스턴 에번스는 서부 아프리카인 600명의 혈액을 채취해서 연구했다. 약 20%가 겸상적혈구 형질을 가지고 있었다(동형 혹은 이형 접합자). 미국의 세 배였다. 하지만 에번스는 좀 이상한 현상을 관찰했다. 겸상 적혈구성 빈혈을 앓는 사람의 수는 훨씬 적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부에는 아프리카인이 미국인보다 ‘원래’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체질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한 의사라면 이런 식의 주장에는 수긍하기 어려웠다. 일부에서는 아프리카의 높은 영아 사망률을 들었다. 어린 시절에 죄다 죽기 때문에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상한 설명이었다. 그렇게 다 죽는다면 해당 형질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어떤 학자는 아프리카에서 ‘우연히’ 이형접합자가 더 많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우연’이라니. 에번스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종전 후 1946년 북 로디지아의 의사 비트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지금의 짐바브웨가 된 로디지아는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정상적인 적혈구를 가진 환자의 15%는 말라리아를 앓고 있었지만 겸상 적혈구를 가진 환자는 오직 9%만 병을 앓고 있었다. 몇몇 학자들이 이런 이상한 현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옥스퍼드에서 생화학과 유전학을 연구한 영국 의사 앤서니 앨리슨은 1954년 아주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앨리슨은 일부 부족의 경우 무려 40%의 부족민이 겸상적혈구 형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다른 이득이 없다면 이런 형질이 인구 집단에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지 않다면 해당 인구 집단에서 무려 1000배나 높은 돌연변이가 계속 일어난다는 뜻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앨리슨은 겸상 적혈구증의 지리적 분포가 말라리아의 지리적 분포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물론 당시에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앨리슨이 브리티시 저널 오브 메디신에 해당 논문을 발표했을 때, 많은 학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단 겸상 적혈구성 형질을 가진 아프리카인도 여전히 말라리아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혁명적인 시도가 그렇듯 앨리슨의 연구도 열렬한 찬사와 축복을 받으며 시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점점 뒷받침하는 증거가 많아지고 겸상적혈구가 내성을 가지는 기전이 확인되면서 그의 주장은 힘을 얻어갔다. 비록 겸상 적혈구성 형질이 말라리아로부터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6개월부터 4세 사이의 영유아에게 이러한 형질은 생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번식이 가능한 연령까지 살아남게 해주는 것이다. 앨리슨의 날카로운 반격이었다. 

 

아마 앨리슨도 자신의 연구가 진화 의학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 연구가 되리라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말라리아와 모기, 인간이라는 세 종의 생물이 수백만 년이 넘는 인류 진화사 동안 벌인 애증의 관계는 진화의학의 가장 신나는 이야기다. 자연선택과 유전, 공진화, 생애사적 적응, 환경-문화 상호 작용 등 다양한 진화인류학적 플롯에 잘 버무려진 흥미진진한 의학 소설과도 같다. 

 

인류의 첫 번째 낫은 농업 혁명을 통해서 인간과 모기 그리고 말라리아와의 재회를 성사시켰다. 비극적인 재회였지만. 그리고 인류의 두 번째 낫은 말라리아 감염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는 낫 모양 적혈구였다. 상당한 피해를 감수한 진화적 결정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 인류는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에서도 생존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낫은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문화대혁명이 중국 대륙을 뒤덮던 때, 연구에 쓸 약초를 채집하던 여성 식물학자 투유유의 손에 바로 인류의 세 번째 낫이 들려져 있었다. 

 

에필로그  2019년 새 연재 '인류와 질병'을 시작합니다. 인류진화의 관점에서 다양한 질병에 관한 진화의학적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참고자료

-Susan Pinker (March 2012). "The truth about falling coconuts".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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