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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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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달라질 수 있다

2019.08.19 09:18
 

이달 11일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이른바 '존엄사법'이 도입된 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가 6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법이 도입된지 1년 반 만이다.  나중에 회복하기 어려운 중환자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결정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도 약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엄사는 말기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말기 만성간경화 등을 앓는 환자가 더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사의 판단이 나왔을 때 택할 수 있다. 임종을 앞에 둔 환자는 병세가 악화돼 의식을 잃은 경우도 있지만, 정신은 또렷한데 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존엄사를 '품위 있는 죽음'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연명치료 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수준을 넘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편안한 심리 상태에서 죽음을 맞게 할 기술이 등장할 것을 내다보고 있다. 

 

"더는 아프지 않아" 정신적-육체적 고통 없애는 VR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을 이용해 환자가 죽는 시기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 호스피스를 활용하면 환자가 삶을 정리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탠퍼드대, 노스이스턴대 등 일부 대학과 인피니티호스피스케어, NVNA 등 호스피스업체에서  AI를 개발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이나, 환자의 가슴에 달린 센서로 심장박동, 호흡기관 운동 등을 감지해 사망 가능성을 예측하는 원리다. 특히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환자의 기대수명을 예측하도록 개발한 AI는 심장마비나 부정맥, 패혈증, 천식으로 인한 발작 등을 7시간 전에 예측한다고 알려졌다. 

 

죽어가는 사람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모르핀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일이 오히려 죽음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약물 없이도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유다.  

 

최근에는 VR을 이용하면 약물 없이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미 병원에서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사례는 많다. 대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불안장애, 강박증, 중독증,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미국 시더스시나이병원 연구팀은 정신질환 치료 뿐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도 VR로 줄여줄 수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고요한 자연 풍경이나, 시뮬레이션 비행처럼 집중을 요하는 애니메이션 게임 등 21가지 영상을 이용해 통증 완화 VR을 개발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실제로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14일자에 발표했다.  

 

죽음에 대해 고찰하는 '죽음학' 연구 절실

 

2016년 1월 국회에서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내용이 통과한 뒤 '웰다잉'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전까지는 잘 먹고 잘 사는 '웰빙'만 생각했지만, 인생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에 대해 연구하는 죽음학 전문가들은 정신적으로 고통받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려면 젊고 건강할 때부터 죽음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본인의 죽음뿐 아니라 친구와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미래에 다가올 죽음에 대해 고찰하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알차게 살아야 할 에너지가 된다고 설명한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는 죽음학 연구가 활발하다.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과 호스피스, 뇌과학자, 철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와 로드아일랜드대 등 수많은 학교에서 이미 죽음학 과목을 개설하고 연구 결과를 교육하고 있으며, 캐나다 웨스턴대는 학부에 죽음학과를 개설해 환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할 수 있는 죽음학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대에서는 고령사회에 맞게 노년층이 노화와 사망을 '일생 중 자연스러운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돕고자 노인행동과학과 임상 죽음학을 접목시켜 연구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죽음학이라는 학문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일도 생소하다. 국내에서 죽음학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죽음학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존엄사를 생각한 서구와 달리, 국내는 아직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고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존엄사법이 도입됐다"고 지적했다. 죽음에 대한 연구와, 이에 대한 교육은 대중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줄 수 있으며, 고령층 자살 또는 청소년 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활발한 연구는 환자와 함께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전문적인 호스피스 시스템의 자양분이 된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뿐 아니라, 그 환자를 떠나보내는 가족과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되려면 의사와 간호사, 생명윤리학자 뿐 아니라 생명과학자, 뇌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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