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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신병교육대·해사에서도 가습기살균제 썼다…"軍 피해자 확인,사용규모 파악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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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신병교육대·해사에서도 가습기살균제 썼다…"軍 피해자 확인,사용규모 파악안돼"

2019.08.19 15:08
군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가습기살균제를 곳곳에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군이 구매해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군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가습기살균제를 곳곳에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군이 구매해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폐질환과 천식을 일으키며 1421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를 군에서도 12년 가까이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군 병원에서 폐손상 진단을 받은 환자가 확인되는 등 병영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장병들이 가습기 살균제에 심각하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군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이 알려진 이후에도 피해 현황을 파악하지 않는 등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 현재까지 군이 구매해 쓴 것으로 확인된 가습기살균제만 849통으로, 전문가들은 이런 부류의 제품을 민간에서 그대로 사서 쓰는 군의 조달 방식을 감안하면 사용량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내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군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육해공군 각급 부대와 군 병원 등 12곳에서 사용한 가습기살균제가 849개에 이른다고 19일 밝혔다.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 원인 미상의 폐 손상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세상에 유해성이 알려졌다. 현재까지 사망자가 1400명이 넘은 사회적 참사로 지목된다. 문제가 된 성분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다. 

 

소위원회 조사 결과 군에서 사용된 이들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는 주로 병사들의 생활공간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은 기본군사훈련단에서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2008년 10월에 390개 구매해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신병교육대대 생활관에서 거주한 병사들이 당시 노출된 것으로 확앤됐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는 2007년에서 2008년에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대대 생활관에서 겨울철에 사용한 것이 당시 행정병으로 복무했던 황모 씨(34)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육군은 2000년에서 2002년 사이 겨울철에 제20사단 소속 부대 중대 생활관에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군 복무했던 김모 씨(39)는 “보급품으로 가습기살균제가 나왔다”며 “불침번들이 가습기에 가습기살균제를 조금씩 넣었다. 주로 겨울에 많이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는 가습기살균제를 보급품으로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검색한 결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해군교육사령부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사관학교,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총 57개의 가습기살균제를 조달을 통해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환자들이 있는 군 병원에도 가습기살균제가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군수도병원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290개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에서 2011년까지 국군양주병원에서도 같은 제품을 112개 구매해 사용한 사실이 확안됐다. 특조위는 “국군양주병원을 조사한 결과 군병원 병동에서 생활한 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 병원에서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도 나왔다. 이모 씨(30)는 군 복무중이던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국군양주병원에 입원 당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2016년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신고를 해 2017년 폐손상 4단계 판정을 받았다.

 

특조위가 공개한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의 2008년 10월 가습기메이트 390개 구매 내역이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소모품은 부대 자체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어 실제 사용한 부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조위 제공
특조위가 공개한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의 2008년 10월 가습기메이트 390개 구매 내역이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소모품은 부대 자체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어 실제 사용한 부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조위 제공

특조위와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같은 소모품은 부대 자체 구매 예산으로도 구입할 수 있어 실제로 사용한 부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군내 보급 체계에 관한 전문가인 전직 육군 대령은 특조위에 “군 내에서 소모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조달시스템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실무부대에서 물품구매비와 운영비로 구매한 가습기살균제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이달 27일과 28일 서울시청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에 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군의무사령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국방부와 국군의무사령부가 군대 및 군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하고 썼는지와 피해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를 질의할 예정이다. 군 내 가습기살균재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도 묻고 군 내 사용실태 전수조사와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도 요구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가습기살균제를 군 내에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군 피해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다”며 “전 부대를 대상으로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군은 지난 2011년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확인된 즉시 가습기살균제 사용금지 지시를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의 이런 공식 답변에도 불구하고 피해조사는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군이 가습기살균제가 위험한 줄 알면서 보급품으로 사용했을리는 없을 것”이라며 “군은 적어도 지난 2011년에 가습기살균제참사가 알려진 이후에는 군에서 가습기살균제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파악하고 노출된 병사들과 직업군인 중 피해자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어 “지난 8년간 군이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모르는 척 침묵하고 있었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문제”라며 “이제라도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노출된 군인 중 피해자가 없는지 파악해야한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군 내에서 가습기살균제를 구매 및 사용한 것을 목격한 사람과 군 복무 중 가습기살균제로 의심되는 건강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피해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제보는 특조위(1899-3183, 02-6450-3167)로 하면 된다.

 

군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기관 12곳에서 가습기살균제 849개를 구매해 사용했음이 확인됐다. 12곳을 지도에 표시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군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기관 12곳에서 가습기살균제 849개를 구매해 사용했음이 확인됐다. 12곳을 지도에 표시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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