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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장관 후보자도 피하지 못한 부실학회 논란…모르쇠式 연구재단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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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장관 후보자도 피하지 못한 부실학회 논란…모르쇠式 연구재단 가이드

2019.08.21 14:28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와 함께 투고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학술연구산업협회(IARIA)가 올해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연 학회의 모습이다. IARIA는 부실 학회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IARIA 홈페이지 캡처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와 함께 투고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학술연구산업협회(IARIA)가 올해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연 학회의 모습이다. IARIA는 부실 학회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IARIA 홈페이지 캡처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와 함께 이른바 '부실학회'로 추정되는 학술단체인 국제학술연구산업협회(IARIA)에 논문을 투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단체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IARIA는 매년 국제부실학회 명단을 공개하는 단체나 기관들이 발표하는 명단에 포함돼 있고 한국인 연구자 이름을 도용해 이사로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름이 도용됐다고 주장한 한국인 연구자의 경우 실제 IARIA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한편에서는 IARIA 측이 올초 한국 정부기관에 자신들을 부실학회로 분류한데 대한 항의 성격의 서한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실학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런  혼선의 배경에는 연구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부실학회 가이드라인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에 따르면 최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2013년 IARIA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컴퓨터 회로설계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후보자는 이 학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최 후보자와 공동으로 논문을 작성한 제자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IARIA가 부실 추정 학회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다는 점이다. 제프리 비올 미국 콜로라도대 사서가 만든 대표적인 부실학회 목록인 ‘비올 리스트’는 IARIA를 부실학회로 분류하고 있다. 부실 추정 학회의 공통적인 특성 중 하나는 무단으로 권위 있는 연구자의 이름이나 논문을 가져와 광고에 활용하는 ‘해적 행위’를 벌인다는 점이다. KBS도 IARIA 홈페이지에 이사로 등재된 서울시립대 이모 교수의 명의가 도용됐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IARIA 활동에 관해 묻는 KBS 측 질문에 “(참여하는 학회 중)그런 학회는 전혀 없다”며 “지금 말한 학회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좀 이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교수는 실제로는 IARIA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IARIA의 학회 중 하나인 ‘클라우드 컴퓨팅’이 올해 5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학회에 교수는 발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학회 홈페이지에는 이 교수가 학회장에서 발표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도 올라왔다. 이 교수는 IARIA에 2016년 ‘펠로우’(석학회원)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IARIA에는 펠로우 소개문에서 "이 교수는 2009년부터 IARIA 클라우드 컴퓨팅에 논문을 투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현재 국제 학술대회를 하고 있어 연락이 어렵다”고 말한 이후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교수가 학회 참여 경력을 숨긴 이유가 부실학회이기 때문이었는지는 현재로선 알길이 없다.

 

IARIA가 제시한 학회의 기술 이사회 회원들이 속한 지역이다. 한국도 이사가 있다는 뜻의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IARIA 홈페이지 캡처
IARIA가 제시한 학회의 기술 이사회 회원들이 속한 지역이다. 한국도 이사가 있다는 뜻의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IARIA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국내에는 부실학회를 규정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대부분의 부실학회가 동료 심사 없이 돈만 받고 수준 이하의 논문을 발표하게 하거나 연구 주제에 상관없이 연구자들을 유명 관광지 등에 모아 발표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를 기준으로 삼는 정도다. 유명 연구자의 이름이나 논문을 끌어와 과장 광고를 하는 것도 부실학회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부실학회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와셋(WASET)이나 올 초 조동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오믹스(OMICS)의 경우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내용의 논문을 돈만 받고 실어주고, 연관이 없는 주제의 여러 학회를 동시다발적으로 한 장소에서 여는 식의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오믹스의 경우 과장 광고를 이유로 미국 법원으로부터 57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IARIA가 일반학회의 특성을 보여주지만 부실 학회와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단체 홈페이지를 보면 이 단체는 올해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에 베니스 등 관광지에서 7~9개 가량을 학회를 모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IARIA 홈페이지에는 올해 개최했거나 개최할 학술대회는 76개 행사가 올라가 있다. 부실 추정학회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반면 디지털, 컴퓨터 등 모두 정보통신으로 분야가 한정돼 있어 같은 분야를 모아 발표하는 일반학회의 특성도 가진다. 동료 검증 절차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IARIA의 한 학회에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책임연구원은 “복수의 리뷰어들에게 일반 저널처럼 높은 수준의 리뷰를 받고서야 참가할 수 있었다”며 IARIA가 개최한 학회가 일반 학회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의 경우도 제자가 IARIA가 주관한 학회에 참석한 데 대해 “본인의 불찰”이라면서도 “지도학생이 학회로부터 사전 리뷰를 받고 참석해 논문을 발표한 정상적인 학술활동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재단이 지난해 제공한 ′부실학술활동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을 보면 ′비올 리스트′가 예방 관련 사이트로 올라갔음을 볼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재단이 지난해 제공한 '부실학술활동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을 보면 '비올 리스트'가 예방 관련 사이트로 올라갔음을 볼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IARIA는 자신들은 정상적인 학회라며 비올 리스트는 공신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IARIA 설립을 주도하고 현재는 IARIA 과학 분야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페트르 디니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한국 정부 기관이 비올 리스트와 같은 일개 블로그에 휘둘리는 것이 유감스럽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올해 4월 한국연구재단 측에 전달했다. 연구재단이 지난해 부실학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IARIA가 올라간 비올 리스트를 부실학회 예방 관련 사이트로 올리자 IARIA에 연구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데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디니 박사는 "비올 리스트 때문에 한국의 연구자들이 IARIA 학회 참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국 연구자들이 학회 참석에 '그린 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연구재단의 평가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당시 서한에는 2017년 이후 비올 리스트가 게재되던 블로그가 폐쇄된 점과 비올 리스트는 유료 저널을 지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IARIA는 저널 게재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비올 리스트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IARIA가 적절한 동료 평가 등 일반 학회의 면모를 갖췄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시 연구재단 측은 개별적으로 부실학회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ARIA의 메일을 받은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IARIA 측이 지난해 부실학회가 문제가 된 뒤로 IARIA가 비올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한국 연구자들의 항의를 많이 받자 연구재단이 이를 직접 공지한 줄 알고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학회를 부실학회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연구재단의 원론적 입장을 전했더니 비올 리스트를 공격하는 내용을 보내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실 추정학회 가이드라인에 해당 단체를 올려 놓고 특정 학회를 부실 학회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IARIA에는 올해에도 한국 연구자가 다수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IARIA 내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이 실리는 사이트인 ‘씽크마인드’에서 ‘2019년, 한국’으로 검색하면 총 33건의 논문 자료가 나온다. 이중에는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 이 사이트에서 ‘한국’으로 검색할 경우 검색되는 논문의 수는 최 후보자의 논문을 비롯해 1000건이 넘는다. 연구재단 측은 최 장관 후보자가 IARIA에 논문을 투고한 데 대해 판단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왔다.  결국 최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연구자들은 부실학회인지 아닌지 학계의 명확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언론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부실 학술 활동을 했다는 의혹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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