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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논문 "단일염기다형성과 뇌질환 관련성 연구"…"기여도·이해수준 파악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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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논문 "단일염기다형성과 뇌질환 관련성 연구"…"기여도·이해수준 파악 관건"

2019.08.22 14:23

허혈성 저산소뇌병증 앓는 신생아의 유전자 분석

전문가들 "기여도, 이해 수준 파악이 관건" 

논문 내용 분석만 요청했는데도 전문가들 '설레설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 모씨가 한영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08년 12월,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제1저자로 작성한 영문 논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 모씨가 한영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08년 12월,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제1저자로 작성한 영문 논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한병리학회지' 2009년 8월호에 실린 해당 논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한영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2008년 12월,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제1저자로 작성한 영문 논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eNOS)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대한병리학회지' 2009년 8월호에 실렸다.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은 신생아가 5분 이상 제대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 했을 때 뇌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조씨 외에도 단국대 의대 연구소 박사후연구원과 단국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 병리학과 교수 등이 연구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통해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 신생아의 허혈성 뇌산소뇌병증에 관여할 수 있음을 보였다. 

 

혈관 내벽을 이루는 내피세포에서는 산화질소 합성효소가 일산화질소(NO)를 만든다. 일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백혈구, 혈소판 등을 조절해 고혈압이나 혈전증,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에 관여한다. 산화질소 합성효소를 만드는 eNOS 유전자의 발현 정도가 혈관질환에 관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임상에서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 37명과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들 54명의 혈액 속 백혈구에서 DNA를 분리, 증폭했다. 그리고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 부위의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을 앓는 아이들의 eNOS 유전자에서 특정 점돌연변이로 인한 다형현상을 찾았다. 

 

점돌연변이는 DNA의 유전자서열을 이루고 있는 염기들 중 하나가 다른 염기로 바뀌어서 생기는 변이다. 가령 아데닌(A)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구아닌(G)나 시토신(C), 티민(T)이 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점돌연변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개인마다 유전적 다양성이 생긴다. 이것을 단일염기 다형성(SNP)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염기가 바뀌어도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원래 만들어져야 할 것과 같은 단백질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단백질을 만들거나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이 논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Glu298Asp'는 eNOS 유전자의 298번째 염기에 변이가 생겨 아미노산이 글루탐산(Glu) 대신 아스파트산(Asp)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이런 미세한 차이 땜에 유전자의 기능이 달라질 수 있고 특정 병에 대한 발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논문을 통해 연구팀은 eNOS 유전자에 나타난 변이가 일산화질소 생성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허혈성 저산소뇌병증 발생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의 합병증 중 하나인 신생아 폐고혈압 지속증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같은 연구를 고등학생 인턴이 2주 동안 제1저자로써 이끄는 일이 가능한가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인 이슈를 떠나 연구결과 자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음에도 거의 다 거절할 정도로 조심스러워 했다. 

 

익명의 의학계 전문가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유전자를 증폭시켜 유전정보를 확인하는 연구방법은 손이 익은 전문가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수준에서만 답했다. 그는 "하지만 이 연구를 하려면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라는 병에 대해 알아야 하고 일산화질소가 혈관에서 하는 일, 유전적 변이로 인한 다형성 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익명의 전문가는 "이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유전정보에서 공통적인 변이를 찾아냈다"며 "이 유전자에 점돌연변이가 있는 동물모델을 만들어 실제로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 발생하는지 확인했다면 더 좋은 연구였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점돌연변이가 병을 직접적으로 유발했을지 확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논문에 대한 기여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과학계 한 전문가는  "제1저자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도 논문 기여도가 중요하다"며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거나 직접 실험을 했거나 논문을 썼거나, 의학적 발견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충분히 됐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실제 기여도와 다르게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일, 그것을 잡아내지 못하는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국대는 22일 오전 학내 비공개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논문 제1저자 등재가 적절했는지 확인했다. 여기서 정식 안건으로 결정될 경우 조사위원회를 꾸려 석달 정도 동안 심층조사를 할 예정이다. 대한의학회도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관계자는 "논문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저자 등재가 제대로 됐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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