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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엇박자 내는 방폐물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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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엇박자 내는 방폐물 관리

2019.09.03 15:00
 

"두 기관에서 혹시 이것 발표하시기 전에 내용에 대해 상호 협의하신 건가요?”(장보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아니오, 처음 들은 이야기입니다.”(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지난달 9일 열린 제106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오고 간 말이다. 이날 회의는 경주 방폐장에 방사성 농도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방사성 폐기물을 보낸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방폐물 분석을 담당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방폐장을 관할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수장이 나와 대책을 보고했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된 뒤 얼마지 않아 이상한 점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서로 말도 맞지 않고 서로 협조해야할 기관인데도 전혀 모르는 대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일반 쓰레기도 아닌 방폐물을 주고 받는 기관인데도 대책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두 기관은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로 교차검증을 내놨다. 하지만 동상이몽이었다. 원자력연구원은 교차검증 가능한 기관을 새로 선정해 검증을 수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박원석 원장은 교차검증기관 후보에 대해 “경북대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단은 방폐물의 방사능을 분석하는 기술인 핵종분석 검사 인력을 늘리고 전담조직을 신설해 직접 교차분석을 시행하는 ‘방폐물통합안전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원자력연구원의 대책에는 공단이 추진하는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공단은 발생기관과 상호협약을 해 시료를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원자력연구원과 논의가 없었던 셈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대책이 완벽히 마련되기 전까지는 자체검증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반면 공단은 제3기관에 의뢰해 교차검증을 수행하겠다고 하는 등 엇박자를 냈다.

 

두 기관간의 이런 대화의 부재는 그간 위험한 방폐물 관리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우려하게 한다. 당장 원안위 고시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운영 등에 관한 기술기준’만 봐도 인도자와 인수자는 방폐물 분석에 관한 세부적인 기준을 수립해서 협의토록 했다. 하지만 원자력연구원은 방폐물을 자체 분석해 결과를 믿으라며 맡기고, 공단은 원자력연구원의 말만 믿고 방폐물을 단순히 처분하는데 머물렀다. 두 기관이 방폐물의 특징과 분석 방법, 입증 방법, 검사 방법 등을 놓고 대화만 거쳤더라면 서로를 믿지 않는 최후 수단인 교차검증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쓰레기도 아니고, 방사성 폐기물이다. 분석에서 처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폐기물이다. 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양 기관은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하는 관계다. 원자력연구원은 한국 내에서 방폐물의 방사능을 측정하는 핵종 분석 기술을 모두 갖춘 유일하다시피 한 방폐물 분석기관이다. 공단은 한국 내 방폐물의 최종 처리를 담당하도록 정부가 만든 유일한 기관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안전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대책은 두 기관의 '대화'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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