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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늘린 R&D 24조, '돈잔치'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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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늘린 R&D 24조, '돈잔치' 안되려면

2019.08.30 13:24

정부가 올해보다 17.3% 늘어난 24조874억 원에 이르는 새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발표했다. 정부 R&D 예산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 건 10년 만이다. 불과 올 초만 해도 늘어난 복지 예산과 국방 일자리 예산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가 더는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 여파와 미·중간 무역분쟁 격화로 소재 부품·장비 산업은 물론 산업의 혁신동력 발굴에 대한 요구가 확산하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에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R&D 투자에 힘이 실린 것은 청와대 의지도 있었겠지만, 정부 부처의 팀워크도 한몫했다고 본다. 정부 재정의 방향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출신이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제1차관을 지냈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30년 넘게 R&D 사업을 지켜본 현장 관료 출신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상공부 에서 기업과 공과대학의 산학협력 업무를 맡았고 일본경제산업성 파견 경력이 있는 일본통이다. 과학기술을 아는 기재부 관료와 현장을 아는 과학자 출신 과기부 관료, R&D의 중요성을 아는 산업부 관료들이 한 자리에 머리를 맞댄 결과로 만든 합작품이다.  

 

현장에서는 과학기술 투자 확대를 반기면서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다른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최근 소재 부품·장비 투자에 집중하겠다며 향후 3년간 5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나온 직후 현장에서는 다른 R&D 예산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정부 R&D 예산 규모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역대 정권의 기조에 따라 특정 분야 예산이 늘면 다른 분야 예산이 주는 ‘풍선효과’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미 여러 혁신성장 전략을 내놓으며 다양한 투자계획을 발표한 상태여서 행여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재한된 재원이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존 계획이 어그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과학기술에 투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를 분배하는 정부와 나누어 쓰는 과학기술계가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만큼은 국민이 모아준,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성과를 내는 일이다. 역대 정부는 때만 되면 국가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투자 계획을 내세웠지만 그때 중후장대했던 계획의 결과는 지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R&D 예산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회의론에 정부와 과학계는 명확한 답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에서 돈 잔치라는 이야기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똑 소리가 나게 집행을 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있고 연구비가 꼭 필요한 연구자들에게 잘 스며들게 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군살도 빼야 한다. 단순히 효율성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학기술계 자율성을 흩트리지 않으면서 값진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R&D 시스템의 혁신성 제고 노력이 갑자기 늘어난 투자 확대 기조 속에 실종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과학자와 기업들이 언젠가 좋은 시대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로 과학기술 투자 확대에  찬성하는 납세자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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