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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인데 어떡하지?"…동물 '삼시세끼' 걱정에 잠 못이루는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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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인데 어떡하지?"…동물 '삼시세끼' 걱정에 잠 못이루는 과학자들

2019.09.12 08:00
대표적인 실험동물인 마우스.  UAS 제공
대표적인 실험동물인 마우스. UAS 제공

명절 연휴가 시작됐다. 연휴라고 모든 사람이 쉬는 것은 아니다. 교통이나 통신, 의료, 치안 등 기반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연휴에도 일을 한다. 교대근무로 밤잠을 지새우며 일하는 덕에 나머지 사람들이 편히 연휴를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연휴를 잊은 사람들 중에 과학자들이 있다. 특히 거대 장비를 운용하는 과학자와 기술자, 실험동물을 키우는 연구자들은 연휴에도 실험실 곁을 떠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들의 ‘명절나기’를 살펴봤다.

 

●동물실험실은 '삼시세끼' 걱정...집 못가는 수의사, 사육사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은 아무래도 실험동물센터다. 실험동물은 귀하신 몸이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키우고 관리된 '좋은 컨디션의' 동물이 있어야 한다. 실험동물 복지도 중요하다. 사육사와 수의사의 밀착 관리가 필수다.

 

특히 ‘중대동물’로 불리는 미니돼지나 영장류는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 진영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장은 “삼시세끼를 연중 제공해야 한다”며 “이들을 돌보는 사육사와 수의사에게는 명절 연휴가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단 동물을 돌봐야 하는 사육사는 교대근무를 기본으로 매일 출근한다. 연휴에도 마찬가지로 교대근무를 한다. 진 센터장은 “알아서 제 때 밥이 나오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개체마다 식사량과 식단이 다 달라 자율급여는 불가능하다”며 “질환모델의 경우 ‘평소에는 과일을 이만큼 먹었는데 지금은 몸 상태가 다르니 과일을 줄이고 식사를 늘린다’ 등 세심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험동물을 진단, 치료하고 복지까지 챙기는 수의사도 연휴기간 내내 출근한다. 다만 수의사는 6~10명 근무하는 평소보다는 수를 줄여 당직처럼 근무한다. 대신 출근하지 않은 수의사들이 날짜 별로 일정표를 짜 비상대기 개념으로 늘 전화를 켜 놓고 있다. 문제가 발생해 출근한 수의사만으로 해결이 어려우면 가까운 곳의 수의사가 바로 출근하기 위해서다. 진 센터장은 “고된 생활이지만, 워낙 중요한 동물을 연구하는 곳이기에 모두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센터장 입장에서는 주52시간제라는 규정과 구성원의 복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영장류센터의 한 사육사가 붉은원숭이를 안고 있다.
국가영장류센터의 한 사육사가 붉은원숭이를 안고 있다.

마우스 등 작은 실험동물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단 중대동물이 아닌 동물로 자율급여가 가능하다. 김상아 서울대 종합약연구소 실험동물센터 수의사(실험동물조교)는 “물과 사료가 공급되는 시설이 돼 있어 최대 4일까지는 출근하지 않고 연휴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5일이 넘어가면 중간에 하루 출근해 동물을 돌본다.

 

하지만 연휴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서 편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수의사는 “물이 잘 안 나오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설에서 경보가 오기에 늘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의 경우 수의사 등 인력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담당 수의사의 부담은 더 크다.

 

●'우주 이벤트'가 지구 명절 따지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관측 장비도 휴일에 고충이 많다. 천문 현상은 지구, 한반도의 명절에 연연하지 않는다. 때문에 휴일에도 중요한 천문 이벤트가 벌어질 경우 관측이 필요하다.
서울과 울산, 제주에 각각 1대씩 구축된 21m 전파 관측 시스템으로 활동성 은하핵 등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은 평소 주말이 없다. 김기태 천문연 전파천문본부장은 “주말에도 운영전문인력(오퍼레이터) 3명이 운영을 맡는다”고 말했다. 

 

KVN은 자동화가 잘 돼 있어 미리 짜 둔 프로그램에 따라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관측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품고 있다. 김 본부장은 “기상 악화 등 유사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서울과 울산, 제주 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관리자(사이트 매니저)가 대응하지만, 주중 낮에만 근무하기에 휴일에는 현장 조치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대전 천문연 본원 관측실에서 근무하는 오퍼레이터가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KVN 탐라전파천문대. 사진제공 한국천문연구원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의 KVN 탐라전파천문대. 사진제공 한국천문연구원제공

원격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본원의 엔지니어가 현장에 파견돼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
우주 이벤트는 휴일을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연휴가 이어지는 명절만큼은 KVN도 쉬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상 주말이 없다 보니 설과 추석 두 번의 연휴라도 ‘쉴 수 있을 때’ 쉬도록 하기 위해서다. 진 본부장은 “인력과 예산이 충분한 것은 아니어서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기간에만 벌어지는 천문현상 등 관측할 이유 있을 때엔 운영을 하기도 한다. 

 

천문 관측은 국제 공조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해외 관측시설에 한국 연구자가 많이 파견가 있다. 이들에게는 명절 연휴가 남의 일이다. 최근 가장 먼 왜소신성을 발견하고, 6월에는 국내 최초로 지구위협소행성을 발견하는 등 활약하고 있는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이 대표적이다. 문홍규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소행성이나 초신성 등 관측을 하기 위해 현지 운영자(오퍼레이터)들이 연휴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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