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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살인 수사 "건조 상태 세포 15개로도 30년 넘은 DNA 주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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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살인 수사 "건조 상태 세포 15개로도 30년 넘은 DNA 주인 찾아"

2019.09.19 17:02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DNA 분석 기술은 혈흔이나 타액, 정액 등에 남아 있는 세포 15개에서도 DNA를 확보해 유전정보를 분석할 만큼 발달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30년 이상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최근 검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30여 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검거됐다. 일등공신은 단연 DNA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경기 오산경찰서(옛 화성경찰서) 창고에 보관돼 있던 이 사건 피해자의 유류품(속옷)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보내 재감정을 의뢰했고 용의자의 DNA를 찾아 현재 수감 중인 A씨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DNA 분석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당시 확인하지 못했던 DNA를 찾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DNA는 수십만 년 이상 보존될 만큼 안정적

 

DNA는 모든 생물과 바이러스의 각자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물질이다. 생물의 경우 모든 세포 안에는 똑같은 DNA가 들어 있다. 이 DNA는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거나 용의자를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DNA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사건사고 현장에 남아 있는 피부나 머리카락(털), 치아, 범행도구나 바닥에 묻어 있는 혈흔이나 타액, 피해자의 속옷에 묻어 있는 정액 등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할 수 있다. 

 

DNA는 생명체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안정적이다. 이론상 보관 상태만 좋으면 수십 만 년 이상 보존도 가능하다. 고생물학자들이 수~수십 만 년 전 화석으로부터 DNA를 찾아 연구하는 일이 가능한 이유이다.

 

게다가 성범죄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DNA는 주로 정액인데, 정액 속 정자는 다른 세포보다 보존이 더 잘 되는 편이다. 정자의 머리가 단단해서 이를 손상시키려면 특수한 약품을 처리해야 할 정도다.


현 수준은 세포 15개만 남아 있어도 DNA 분석 가능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과학수사 전문가들은 시료에 남아 있는 DNA를 정제해 양을 측정하고 STR 분석법으로 유전정보를 분석한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 1991년 당시에는 국내에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 기관에 의뢰를 했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했던 탓에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

 

지난 22년간 국과수에서 유전자 분석을 해왔던 임시근 성균관대 대학원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국과수 내에 DNA 분석실이 생겼다"고 회상하며 "2010년에는 범죄자나 증거물에서 확보한 DNA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DNA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는 일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간의 DNA 분석 기술로 용의자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만큼 시료의 DNA가 대부분 손상돼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임 교수는 "만약 증거품에 DNA가 잘 남아 있었다면 이미 과거 기술로도 충분히 분석됐을 것"이라며 "사건 현장에서 주변 온도와 습기가 너무 높거나 토양 등에 오염되면 미생물에 의해 부패되면서 DNA가 대부분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에서는 시료로부터 정제한 DNA(액체 상태)를 영하 70도 정도의 초저온 냉동고에 얼려서 보관한다. 또는 속옷 등 천에 혈액이나 타액, 정액으로 묻어 있는 DNA는 건조하고 서늘한 환경에서 상온에서 보관한다. 수십 년 이상 지난 증거물이라도 건조하고 서늘한 상태에 보관돼 있었다면 이번처럼 충분히 DNA를 분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던 이유는 DNA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세포가 15개만 있어도 DNA를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맨손으로 물건을 만지기만 해도 피부 상피세포가 묻으니 누가 만졌는지 DNA로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흰 종이에 빨간펜으로 점을 하나 찍었을 때 크기의 혈흔 안에는 백혈구가 160개쯤 들었다"며 "현 기술로는 이보다 10분의 1만큼 작은 혈흔에서도 충분히 DNA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에는 장갑이나 양말 안쪽 등에서도 DNA를 확보해 분석하는 일이 가능하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물론, 과거 미제로 남았던 사건이라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증거물이 남아 있다면 현 기술로 용의자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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