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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주목하는 장관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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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주목하는 장관을 기대하며

2019.09.24 14:00
윤신영 기자
윤신영 기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산부 장관은 이달 취임식 이후 첫 공식 행보로 근무 중 순직한 집배원 500여 명의 위패를 모신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 교육원의 순직우정인 추모공원을 12일 방문했다. 추석 연휴 첫날이다. 같은 날 오전에는 지난 6일 추석을 앞두고 택배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가다 교통사고로 숨진 충남 아산우체국 집배원 박모 씨(57)의 유가족을 찾아 위로의 뜻을 전했다.


과기정통부가 앞서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장관 일정에 없던 일이다. 신문과 방송에 뉴스를 공급하는 일부 통신사에만 자료가 배포됐을 뿐 공식 보도자료는 나오지 않았고 단신 기사만 몇 개 나온 채 조용히 지나갔다.

 

명절을 맞아 고위 공직자의 전시성 행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티’가 안 났다. 최 장관은 일본의 소재 부품 수출 규제가 시작되고 '극일'을 위한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에 취임했다. 일본이 겨냥한 반도체 전문가로 이번 사태 해결의 적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면서 함께 개각 명단에 오른 조국 법무부 장관이 아니었다면 좀더 많은 관심 속에서 취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과학계 안팎에서는 최 장관이 첫 행보로 소재 부품 관련 현장방문을 먼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실제 행보는 달랐다. 최 장관이 자신의 장기이자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소재부품 현장을 방문한 것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다.

 

이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최 장관이 반도체와 소자 분야에 특화된 장관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해석이다. 최 장관이 이끄는 과기정통부 업무 범위에는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 외에도 정보통신과 우정사업이 들어있다. 대단히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부처이다 보니, 최 장관처럼 한 분야만 깊게 판 인물이 과연 이들 분야를 모두 포괄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우편 배달 업무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정사업본부는 부처내에서 가장 결이 다른 조직으로 꼽힌다.  새로운 발명과 발견, 세계를 선도하는 통신 서비스 시작 등 화려한 소식에 가려져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부서라는 평가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사회와 기술에서 살짝 비껴나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일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비록 조용한 방문이지만, 첫 행보로 순직우정인 추모공원을 택한 것은 남다른 고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비록 다른 부서보다는 티는 잘 안 나지만 우정 업무를 위해 묵묵히 일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장관으로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는 뜻이 반영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같은 날 오전 공식 일정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를 찾아 현장의 근무자를 격려한 것도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구와 개발도, 연구소를 지탱하는 것도, 가가호호 발품 팔며 돌아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업무도 모두 사람이 하지만 자주 그 중요성이 간과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시대를 선도하는 부처일수록 이런 망각의 유혹은 더 커진다. 당장 일본 규제로 소재 부품 장비의 중요성을 국가가 강조하고 나서자 현장 연구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공밀레(공대생들을 '갈아 넣어' 연구개발을 완성한다는 뜻)'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살벌한 농담이 당연하다는 듯 나온다. 국가의 대의 앞에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은 자주 묻힌다.

 

이런 시대에, 역설적으로 사람의 중요성도 잊지 않고 세심히 챙기는 장관을 기대한다. 지금 연구현장은 혼란이 많다. 연구자에게는 자율성이 적고 정부 초기 이뤄진 잦은 기관장 교체와 납득하기 어려운 산하기관 감사로 사기도 바닥이다. 정규직 전환은 대의가 훌륭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현장을 세심히 고려하지 않아 갈등 요인이 숨게 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보는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전세계적인 숙제인 여성과학기술인 양성과 젊은 비전임 과학기술인의 일자리 창출 문제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난제다.

 

최 장관은 취임사에서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인재라고 표현했지만, 과학기술 현장에 있는 사람 모두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소위 티는 덜 날지 몰라도 현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어느 것보다 강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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