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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뛰어난 수학영재도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 쉽게 못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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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뛰어난 수학영재도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 쉽게 못이겨"

2019.09.28 06:00
수학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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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수학과 교수는 최근 고등과학원 수학난제 연구센터에서 자리를 옮겼다. UC버클리는 노벨상 수상자만 107명, 수학의 노벨상으로 손꼽히는 필즈상 수상자를 14명이나 배출한 과학과 수학의 명문대다. 올해 31세인 오 교수는 ‘수학영재’로서 탄탄대로만 걸어왔다. 2006년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스무살이던 2008년 역대 최고 학점으로 KAIST 수리과학과를 마쳤다. 그뒤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에서 박사를 받고 다시 UC버클리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오 교수는 "수학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오래 붙들고 있어야 잘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수학자의 자질에 관해 물었다.

 

-UC버클리에선 어떤 연구를 하나
UC버클리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했다. 연구 환경이 마음에 들었는데 운 좋게 다시 이곳에 오게 됐다. 물리를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수학과 이론 물리는 관련이 매우 깊다는 말이 있듯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기술하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실제로 ‘비선형 쌍곡 편미분방정식’이다. 나도 블랙홀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 방정식으로 설명해 2016년 젊은과학자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플라스마의 성질을 나타내는 편미분방정식을 연구하는데 빠져 있다. 


-20세에 대학을 마쳤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에 있던 한국과학영재학교 시험을 봤는데  합격해 중학교를 조기에 졸업했다. 고등학교도 6개월 먼저 졸업 학점을 채워 남들보다 일찍 KAIST에 입학했다.  KAIST에는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대학 과목의 학점을 인정해주고, 방학 때 전공과목을 미리 공부해 시험 쳐서 통과하면 학점을 인정해주는 ‘학점인정시험’ 제도가 있어서 2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다. 

 

 

-조기입학과 졸업은 어떤가
일찍 대학에 입학하면 전공 과목을 일찍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창 열심히 공부하는 시기에 그 관성이 꺾이지 않게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동기보다 어리다 보니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천천히 깊게 이해해야 하는 내용을 빠르게 공부하다 보니 무리가 와서 일찍 지치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갈 위험도 있다.

 

 

-어떻게 수학에 흥미를 붙였나
어릴 때는 수학에 흥미가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적분학과 선형대수학을 배우며 수학의 재미를 느꼈다. 논리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수학의 엄밀함과 아름다운 구조를 알게 된 거다. 중학생 때는 학원에서 문제 푸는 요령과 기술만 알려줬기 때문에 수학이 재미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왜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보다 문제를 잘 푸는 친구도 많아서 공부하기 싫었다.


만약 아이에게 처음으로 수학을 가르친다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그런 일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슬럼프는 없었나
적어도 제게는 수학이 쉬운 과목이 아니라서 공부할 때나 연구할 때나 슬럼프가 올 수밖에 없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풀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을 이해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 슬럼프가 주는 괴로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학을 계속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진전이 없어도 ‘계속 하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만큼 불안하거나 괴롭지 않다. 

 

-뛰어난 수학자는 어떤 사람인가

좋은 문제를 고르거나 좋은 연구 방향을 정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수학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문제나 연구 방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굉장히 뛰어난 수학자들도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다른 시각을 가진다. 이런 점이 수학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수학자에게는 재능과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 중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뛰어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으로는 대적할 사람이 몇 없는 2016년 필즈상 수상자 테렌스 타오도 재능만 믿고 자신만만하다가 박사 자격 시험에서 거의 떨어질 뻔했다. 물론 이후 열심히 수학에 정진했다는 일화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아무리 재능 있는 사람도 평범한 사람이 오랜 시간 붙들고 익힌 것을 노력 없이 금방 얻지 못한다. 수학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학문이어서 증가 속도가 점점 커지는 지수함수처럼 결국 오래 붙들고 있는 사람이 더 잘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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