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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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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어”

2019.09.29 08:50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28일 서울대에서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28일 서울대에서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찰스 다윈이 만약 노벨상을 받는다면, 생명이 나무처럼 가지를 뻗듯 진화했다는 생각을 한 공로가 가장 클 겁니다. 다윈 이전에는 생명체를 사다리처럼 한 줄로 세워 위계질서를 정리했죠. 인간이 위대한 종이지만, 동시에 40억 년 생명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종 중 하나라는 다윈의 생각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9월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 강연에서 청소년이 다윈의 진화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전국에서 118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은 ‘지금, 다시 생명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최근 ‘종의 기원’ 초판을 번역 출간한 진화학자 장 교수가 특별 연사로 나섰다.

 

‘종의 기원’은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4년 10개월간 탐험하며 얻은 지식으로 도출한 진화론을 담은 책이다. 1859년에 펴낸 초판 1250부가 출간 첫날 모두 팔릴 정도로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고, 오늘날에도 우주와 자연에 대한 가장 혁명적인 책으로 손꼽힌다.

 

장 교수는 다윈의 ‘역발상을 강조했다. 그는 “자연계의 정교한 생명체가 특별한 설계 없이 자연 선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반직관적인 발상”이라며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자연 선택이 누적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나뭇잎과 똑같이 생긴 등판을 가진 코스타리카 여치를 예로 들었다. 여치가 처음부터 그런 특별한 등판을 가지기는 어렵지만, 여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자손을 낳고, 이런 자손들이 저마다 다른 형질을 가지고(변이), 그중 나뭇잎과 유사한 등판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긴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진화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흔히 어떤 종의 진화 과정을 그릴 때 직선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일렬로 그린 그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실제로는 공통조상이 분화돼 여러 종이 생기고 이런 종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다가 마지막에 일부만 살아 남는다”며 “다윈은 이를 잔가지가 많은 나무처럼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다윈이 ‘진화’라는 단어를 ‘종의 기원’ 5판까지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점과(대신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라는 좀 더 객관적인 용어를 썼다), 평생에 걸쳐 1만4000통의 서신을 보낸 타고난 ‘커뮤니케이터’였다는 점 등 다윈의 의외의 면모도 강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유채린 양(충남과학고 1학년)은 인류가 가까운 미래에 6번째 대멸종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진화적인 관점에서 물었다. 안지호 양(경기 수내중 1학년)은 생물의 종족번식을 위해서 기관이 단순한 것이 현명하다면, 세균이 인간보다 더 진화한 생물일지 질문했다. 공룡과 같은 과거의 생물이 다시 지구에 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기발한 질문도 나왔다.

 

이번 강연은 진화론을 아직 배우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희수 양(서울 백석중 3학년)은 “다양한 자료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진화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제희 군(경기 민백초 6학년)은 “진화론을 설명하는 ‘생명의 나무’를 처음 알게 돼 특히 신기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28일 서울대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 강연 현장. 전국에서 118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28일 서울대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 강연 현장. 전국에서 118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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