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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액상 전자담배, 제2의 가습기살균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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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액상 전자담배, 제2의 가습기살균제 되나

2019.10.01 17:58
최근 수년 사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전자담배 연기(엄밀히는 증기)의 주성분은 물(수증기)이 아니라 용매인 글리세롤이나 PG로 기체분자가 응결된 에어로졸(미세한 방울)로 빛을 난반사해 하얗게 보인다. 연합뉴스 제공
최근 수년 사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전자담배 연기(엄밀히는 증기)의 주성분은 물(수증기)이 아니라 용매인 글리세롤이나 PG로 기체분자가 응결된 에어로졸(미세한 방울)로 빛을 난반사해 하얗게 보인다. 연합뉴스 제공

전자담배 증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담배 연기와는 달리 기도(airway) 말단의 지질 관련 대사 및 면역 과정이 변화된다 - 매슈 매디슨 외, 학술지 ‘임상연구저널’ 9월 9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저녁을 했다. 둘 다 오십 줄에 들어서다 보니 어느새 건강이 대화의 주제가 됐다. 담배는 끊었냐는 물음에 친구는 “차마 끊지는 못하고 전자담배로 바꿨다”며 멋쩍게 웃었다. 전자담배로 갈아타기만 해도 흡연의 유해성은 크게 준다고 하니 잘 했다고 말하다가 문득 늘 궁금했던 게 떠올라 물어봤다.

 

“전자담배는 향이 너무 강하던데 왜 그렇게 만들지? 역효과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필자가 사는 아파트의 2층과 3층 사이 복도에서 누군가가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그 향이 1층 현관까지 퍼져 한참을 머무른다. 바닐라 계열의 과일향임에도 너무 독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러니 직접 피우는 사람은 오죽 강하게 느껴질까.

 

“모르는 소리. 그 재미로 피우는데···"

 

이렇게 말하며 친구는 주머니에서 만년필처럼 생긴 전자담배를 꺼내 분해한 뒤 카트리지를 건네줬다. 성냥갑 4분의 1만한 크기의 카트리지 안에는 노란 액체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카트리지 겉에 내용물이 조금 흘러나와 건네받은 필자의 엄지와 검지까지 묻었다. 

 

“글리세롤이 들어있나보네”
“그런 것 같아.” (둘 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화장품 업계에서 종사한 경력이 있다)  

 

글리세롤(glycerol)은 탄소원자 세 개가 뼈대를 이루고 각각에 수산기(-OH)가 하나씩 붙어있는 분자로 화장품과 식품에 널리 쓰인다. 필자가 손에 묻은 액체에서 글리세롤의 존재를 추측한 건 특유의 끈적끈적한 촉감과 함께 그 존재 이유를 바로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리세롤은 향기 분자를 녹이고 휘발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액상 전자담배의 용매로 쓰이는 프로필렌 글리콜(PG. 왼쪽)과 글리세롤(오른쪽. 글리세린(glycerin)이라고도 부른다)의 분자구조. 탄소원자는 회색, 수소원자는 흰색, 산소원자는 빨간색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액상 전자담배의 용매로 쓰이는 프로필렌 글리콜(PG. 왼쪽)과 글리세롤(오른쪽. 글리세린(glycerin)이라고도 부른다)의 분자구조. 탄소원자는 회색, 수소원자는 흰색, 산소원자는 빨간색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에서 사망자 12명 나와

 

말이 나온 김에 친구는 전자담배에 대해 여러 얘기를 들려줬는데 나름 흥미로웠다. 궐련 대신 플라스틱 용기 끝을 빠는 액상 전자담배는 영 피울 맛이 안 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향을 바꿔가며 피우는 재미도 쏠쏠하고 무엇보다도 니코틴이 농축돼 있어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액상 전자담배 피우는 재미에 푹 빠지다 보니 새로운 걱정도 생겼다. 먼저 중독성으로 기존 담배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점점 고농축을 꿈꾸게 된단다. 참고로 액체의 니코틴 함량 상한선은 한국이 1%인 반면 미국은 5%나 된다.

 

다음으로 건강문제인데, 알려진 것과는 달리 기존 담배와 마찬가지로 폐에 안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수개월 동안 전자담배를 피운 10대 미국 소년의 폐가 70대 노인의 폐처럼 바뀌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기존 담배만큼 중독성이 있다는 말은 수긍이 되는데(어차피 니코틴 흡입이므로) 폐 건강에도 그만큼 안 좋다는 건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친구를 만난 다음 날 아침 신문을 보니 미국 뉴욕주와 미시건주에서 액상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미 질병관리본부(CDC)도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경고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38개 주에서 액상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폐질환 환자가 530여 명 발생했고 사망자도 6명이나 된다는 것이다(최근 매사추세츠주와 로드아일랜드주도 판매를 금지했고 9월 26일 CDC는 46개 주에서 환자 800여 명, 사망자 12명이 발생했다고 업데이트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담배를 안 피우는 필자에게는 남의 얘기다) 전날 전자담배 얘기를 한참 듣고 난 뒤라 관심이 갔다. 기사에 따르면 아직 발병 메커니즘을 모른다고 한다. 

 

폐포(alveolus)의 구조로 1형 폐포세포(type Ⅰ pneumocyte)로 둘러싸인 풍선이다. 간혹 보이는 2형 폐포세포(type Ⅱ pnemocyte)가 만들어 분비하는 계면활성제가 물층으로 덮인 안쪽 면을 코팅해 표면장력을 줄인다.  ‘BBA’ 제공
폐포(alveolus)의 구조로 1형 폐포세포(type Ⅰ pneumocyte)로 둘러싸인 풍선이다. 간혹 보이는 2형 폐포세포(type Ⅱ pnemocyte)가 만들어 분비하는 계면활성제가 물층으로 덮인 안쪽 면을 코팅해 표면장력을 줄인다. ‘BBA’ 제공

 

폐포에도 계면활성제가 있다?

 

‘액상 전자담배가 왜 폐질환을 일으킬까. 니코틴이 원인은 아닐 것 같은데···'

 

이렇게 머리를 굴리다 문득 가습기살균제가 떠올랐다. 가습기살균제에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폐질환을 일으킨 건 살균제가 아니라 살균제를 물에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 계면활성제다. 그렇다면 액상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이 아니라 니코틴을 액체에 녹이기 위해 쓴 계면활성제가 폐질환의 원인 아닐까.

 

필자는 구글 창에 ‘electronic tobacco & surfactant’를 넣고 검색해봤다(나중에 보니 전자담배는 electronic cigarette이다). 아무튼 결과가 나오는 데는 문제가 안 됐고 윗줄에서 필자의 추측과 비슷한 맥락인 최근 논문을 발견했다. ‘임상연구저널’ 9월 9일자에 발표된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진의 논문으로, 니코틴이 아니라 용매가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결과다. 

필자의 추측과는 달리 계면활성제(surfactant)가 아니라 용매(solvent)가 원인일 수 있다는 논문임에도 ‘전자담배 & 계면활성제’ 검색에서 서너 번째로 걸린 이유는 뭘까. 논문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계면활성제이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는 액상 전자담배 원료로서가 아니라 생체 성분으로서의 계면활성제다. 

 

알고 보니 액상 전자담배 처방에는 물과 계면활성제가 없다. 글리세롤이나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 이하 PG)에 니코틴과 향료를 섞은 상태다. PG는 글리세롤과 마찬가지로 탄소원자 세 개가 골격인 분자로 수산기만 하나 적다. 그 결과 끈적거림이 덜하고 기름과 좀 더 잘 섞인다.

 

그렇다면 생체 성분 계면활성제는 무엇을 뜻하고 이게 액상 전자담배의 용매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먼저 폐의 구조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인체는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지만 폐는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놀라운 기관이다. 나무를 거꾸로 세웠을 때 기둥이 기관(trachea)이고 양쪽으로 갈라진 큰 가지가 기관지(bronchi)다. 기관지는 반복적으로 갈라져(프랙탈 구조) 수많은 작은 기관지로 되고 그 말단에 포도송이 같은 폐포(허파꽈리)가 있다. 숨을 들이쉬었을 때 부풀어 오른 폐포의 표면적을 다 합치면 테니스코트만하다.   

 

폐포는 두 가지 유형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먼저 표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1형 폐포세포는 두께가 얇고 넓적하다. 폐포 안으로 들어온 공기 중 산소는 1형 폐포세포를 투과해 모세혈관으로 들어간다. 다음으로 2형 폐포세포는 계면활성제를 만들어 폐포 안쪽 면으로 분비하다. 그 결과 폐포 안쪽 면은 계면활성제로 덮여 있다.

 

계면활성제는 표면장력을 줄여주는 물질로 분자 한쪽은 물과 친한 부분이, 다른 한쪽에는 기름(또는 공기)과 친한 부분이 있다. 비누거품 놀이를 할 때 커다란 거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물에 포함된 계면활성제 덕분이다. 표면이 늘릴 때 들어가는 힘을 크게 줄여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생체 성분 계면활성제는 인지질로 폐포 계면활성제의 80%를 차지한다. 인지질은 ‘글리세롤’ 골격에 기름과 친한 지방산 두 개와 물과 친한 포스파티디콜린 같은 인(P)을 함유한 분자가 하나 붙어있는 구조다. 세포막이 바로 인지질이 이중으로 배열된 구조다. 참고로 글리세롤 골격에 지방산 세 개가 붙어있는 게 중성지방(triglyceride)이다.

 

숨을 들이쉴 때도 폐포의 표면적이 늘어나야 하므로 힘이 든다. 실제 정적인 상태일 때 소모하는 에너지의 3~5%가 숨 쉬는 데 쓰인다. 그런데 만일 폐포 안쪽 면에 계면활성제 층이 없다면 표면장력이 커서 폐포를 늘리는 데 훨씬 더 큰 힘이 들어가야 한다(풍선을 불 때처럼). 에너지 측면은 물론이고 숨 한 번 제대로 쉬는 것도 고역일 것이다. 

 

조산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폐포 계면활성제 결핍으로 인한 호흡곤란이다. 태아는 태반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으므로 임신 25주 차가 돼서야 계면활성제를 만드는 체계가 발달하고 분만을 불과 6주 앞둔 34주 차에야 폐포에 충분한 양이 코팅된다. 따라서 이 체계가 완성되기 전에 태어나 폐 호흡을 하게 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질 항상성 무너져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 액상 전자담배 용매(PG 60%, 글리세롤 40%) 증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포의 지질 항상성이 무너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왼쪽은 건강한 폐로 폐포대식세포(alveolar macrophage)가 정상적인 면역반응을 하고 2형 폐포세포(alveolar type Ⅱ cell) 내부의 층판소체(lamellar body)도 균일하다. 오른쪽은 전자담배에 노출된 폐로 폐포대식세포 안에 지질 덩어리가 축적돼 있고 바이러스 침투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2형 폐포세포의 층판소체도 형태가 무너졌다.  ‘임상연구저널’ 제공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결과 액상 전자담배 용매(PG 60%, 글리세롤 40%) 증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포의 지질 항상성이 무너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왼쪽은 건강한 폐로 폐포대식세포(alveolar macrophage)가 정상적인 면역반응을 하고 2형 폐포세포(alveolar type Ⅱ cell) 내부의 층판소체(lamellar body)도 균일하다. 오른쪽은 전자담배에 노출된 폐로 폐포대식세포 안에 지질 덩어리가 축적돼 있고 바이러스 침투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2형 폐포세포의 층판소체도 형태가 무너졌다. ‘임상연구저널’ 제공

이제 본격적으로 논문을 살펴보자. 연구자들은 생쥐를 네 그룹으로 나눴다. 먼저 비교군은 맑은 공기를 마시게 했고 기존 담배군(이하 담배군)은 담배 연기에, 액상 전자담배 용매군(이하 용매군)은 니코틴이 없이 용매(PG 60%, 글리세롤 40%)로만 이뤄진 증기에, 액상 전자담배 니코틴군(이하 니코틴군)은 니코틴이 3.3% 포함된 용매 증기에 노출시켰다. 이렇게 넉 달을 보낸 뒤 폐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담배군에서만 폐 염증과 폐기종 증상이 관찰됐다. 폐기종은 폐포 벽이 파괴돼 표면적이 줄어든 상태로 가벼우면 무증상이지만 심하면 호흡곤란에 이를 수 있다. 반면 용매군과 니코틴군은 비교군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것만 보면 전자담배가 유해성이 덜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기관지폐포세척액(BAL fluid)에 딸려 나온 폐포대식세포와 2형 폐포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자 이번엔 용매군과 니코틴군에서만 비정상적인 형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관지폐포세척은 기관지를 통해 폐포에 식염수를 주입한 두 회수해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한편 폐포대식세포(alveolar macrophage)는 폐포 안쪽 면에 상주하며 노폐물을 처리하거나 침입한 병원체를 잡아먹는 면역세포다.

 

비교군과 담배군의 폐포대식세포와는 달리 용매군과 니코틴군의 폐포대식세포의 세포질에는 지질 덩어리가 가득 차 있었다. 전자담배 용액에 들어있는 니코틴이 아니라 용매(PG 60%, 글리세롤 40%)가 이런 비정상적 형태의 원인이라는 말이다.

 

한편 계면활성제를 합성해 공급하는 2형 폐포세포도 용매군과 니코틴군에서만 이상 형태가 관찰됐다. 합성한 계면활성제를 저장하는 소기관인 층판소체(lamellar body)는 양파처럼 생겼는데 용매군과 니코틴군의 경우 형태가 무너져 있었다.

 

실제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얻은 세포의 지질 함량을 조사한 결과 용매군과 니코틴군에서 인지질이 크게 늘어난 반면 중성지방은 별 차이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폐포대식세포가 산화되거나 변형된 계면활성제(주로 인지질)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축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전자담배의 용매가 폐포대식세포와 2형 폐포세포의 활동에 영향을 미쳐 폐포의 지질 항상성이 무너졌다는 말이다.

 

이번 연구는 향의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지만 액상 전자담배에 향이 5%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다. 지용성인 향기 분자가 폐포 계면활성제 층에 녹아 들어가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꾸거나 폐포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를 자극해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첫 환자 검사 결과와 비슷

 

2012년 보고된 전자담배 관련 첫 번째 폐질환 환자의 기관지폐포세척액에 존재하는 세포들의 현미경 사진이다. 지질에 염색되는 붉은색 색소(Oil-Red-O)를 처리한 결과로 대식세포에 지질이 잔뜩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흉부’ 제공
2012년 보고된 전자담배 관련 첫 번째 폐질환 환자의 기관지폐포세척액에 존재하는 세포들의 현미경 사진이다. 지질에 염색되는 붉은색 색소(Oil-Red-O)를 처리한 결과로 대식세포에 지질이 잔뜩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흉부’ 제공

지난 2012년 학술지 ‘흉부(Chest)’에는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의 첫 임상사례를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당시 미국 포트랜드의 한 병원에 호흡곤란과 기침, 발열 증상을 보인 42세 여성이 입원했다. 환자는 7개월 전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는데 공교롭게도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때였다. 

 

환자의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분리한 폐포대식세포는 지질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는 이번 동물실험에서 관찰된 현상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 논문의 저자들은 환자의 병명을 ‘외인성 지질성 폐렴’이라고 진단하고 “전자담배 증기의 글리세롤에 반복 노출된 게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전자담배를 끊으라고 권고했고 이를 따른 환자는 곧 회복됐다. 

 

액상 전자담배 관련 환자 급증 관련 기사를 보면 아직 원인을 모른다면서도 미 질병관리본부(CDC)의 발표에 따라 대마초(마리화나)의 주성분인 THC를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는 것 같다. CDC는 “대다수 환자는 THC를 함유한 전자담배 제품을 흡연한 이력이 있다”면서 “일부는 니코틴과 THC를 섞어 흡연했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니코틴만 함유한 전자담배를 피웠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THC나 니코틴이 원인이라면 전자담배가 나오기 전 궐련 형태로 피웠을 시절 이미 지금과 같은 증상의 폐질환이 나타났어야 하지 않을까. 위에 소개한 연구들에 대해 알고 있을 것임에도 CDC가 왜 유력한 원인의 하나로 용매를 언급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보건당국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THC가 원인이라면 대마초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액상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의 위험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만 만일 용매나 향의 특정 성분이 원인이라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확실한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흡연을 자제하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필자소개

강석기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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